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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Lifestyle

랄프 웬저(Ralph wanger]

by Retireconomist 2009. 4. 13.
작은 고추가 매운 법, 강소기업이 정답이다 펀드매니저와 얼룩말은 닮았다. 펀드매니저는 높은 수익률을, 얼룩말은 늘 신선한 풀을 원한다. 그러면서도 둘 다 리스크는 싫어한다. 잘리거나 혹은 잡아먹힐 수 있어서다. 또 늘 무리지어 다닌다. 생긴 것도,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다. 당신이 얼룩말이라면 무리 속 어느 위치를 잡을 것인가. 적극적인 얼룩말이라면 과감하게 무리 바깥쪽으로 나가 신선한 풀을 배불리 먹을 것이다. 다만 사자가 달려들 때도 생각해야 한다. 바깥쪽에 있으면 사자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한편 무리 한가운데라면 풀은 못 먹어도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다.

  당신이 얼룩말이라면 어디쯤 서서 풀을 뜯어먹겠는가. 안전한 무리 한가운데서 짓이겨진 형편없는 풀을 먹겠는가, 아니면 좀 불안해도 무리 밖에서 신선한 풀을 맘껏 먹겠는가. 참고로 펀드매니저라면 당연히 전자에 속한다. 수익률이 높을 게 예상되어도 잘 알려지지 않은 주식보다 비싸도 안전한 주식을 사들여야 비난을 피할 수 있다. 이게 그들의 숙명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라면 응당 무리 밖의 신선한 풀을 양껏 먹어야 한다. 고무적인 건 무리 밖이라도 사자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날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이다. ‘사자나라의 얼룩말(A Zebra in Lion Country)’이란 이 우화를 만들어 낸 랄프 웬저는 “독립적인 사고와 건전한 회의주의를 유지하면 무리의 움직임에 휩쓸리지 않는다”며 “주식투자는 상식과 인내심만 있으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고 잘라 말한다. 그의 전략은 대중심리와 거꾸로 간다는 점에서 앙드레 코스툴라니나 데이비드 드레먼의 ‘역발상’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소형주를 뜻하는 신선한 풀에만 관심을 갖자는 점에서는 가드너 형제나 존 템플턴과 비슷한 계파에 속한다.
 
  랄프 웬저, 그는 ‘작지만 강한 기업’에 포커스를 맞춰 월가 고수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아이콘펀드의 설립자로 그의 이름 앞엔 늘 ‘소형주 투자의 개척자’란 수식어가 붙는다. 작지만 강한 기업을 모토로 한 ‘강소(强小)기업’에 투자해 장기간 시장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익률을 거뒀기 때문이다. 한때 ‘내 자산관리를 맡기고 싶은 펀드매니저 조사(펀드매니저 대상)’에서 워렌 버핏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1970년 아이콘펀드에 1만 달러를 투자했다면 그가 은퇴한 2003년 130만 달러로 불어났을 만큼 오랜 기간 탁월한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130루타인 셈이다. 랄프 웬저가 소형주 발굴에만 공을 들인 데는 이유가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좋아하는 검증된 대형 인기주의 함정과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시장이 아는 인기 절정의 종목(블루칩)은 언젠가 자리를 내주고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릴 일만 남은 대형우량주보다는 오를 때를 기다리는 소외주를 찾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랄프 웬저의 말을 더 들어보자. “내재가치는 충분한데 유행에 밀려 외면당하는 종목에 주목하세요.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주식을 매수하란 말이죠. 진부하게 느낄지 몰라도 이것은 늘 기억해야 할 가장 강력한 교훈입니다. 시장유행에서 소외된 주식을 사고, 가장 인기 있는 주식을 팔라는 말은 가치투자의 또 다른 정의예요. 단지 작은 기업이란 이유로 투자자들이 외면해 버리는 주식이 있습니다. 진정한 가치주란 이런 데서 찾아야죠. 무리의 바깥쪽에서 신선한 풀을 뜯어먹으면서도 사자가 주위에 얼씬거리지 못하게끔 하면 됩니다. 바로 장기ㆍ분산투자가 대표적이에요. 각광받는 인기업종에서 3등쯤 하는 기업보다는 한계업종에서 1등인 기업이 더 빛나는 보석이 되는 법입니다. 또 한물간 업종이라도 훌륭한 경영진이 이끈다면 인기 업종의 그저 그런 CEO가 운영하는 회사보다 백배는 낫죠.”
 
  작은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수두룩하다. 먼저 인기 절정의 일류 주식은 그 끝이 비극적 결말에 가깝다. 70년대 전후 월가를 주름잡았던 ‘Nifty Fifty(멋진 50종목)’만 해도 얼마 못가 거품 붕괴의 된서리를 전면에서 맞았다. 하지만 시장 관심 밖의 이류주식은 상대적으로 적은 상처를 입고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웬저는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소형주 투자의 가능성을 확신했다. 그는 “덤보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아기코끼리이기 때문”이라며 “어른코끼리는 하늘을 못 난다”고 했다. 소형주가 대형주보다 훨씬 나은 건 CEO의 상황대처 능력을 비롯해 기업성장, 인수합병, 자사주매입, 시장재평가 등의 이유로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물론 소형주는 위험하다. 하지만 리스크를 감안해도 소형주의 평균수익률이 대형주보다 높다는 건 엄연한 사실자료다. 여기에 틈새시장의 강소기업을 고르고, 장기ㆍ분산투자까지 곁들이면 리스크는 얼마든 컨트롤 가능하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웬저는 또 나쁜 뉴스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나쁜 뉴스란 늘 과장되고, 그 파장은 증폭되기 때문이다. 언론에 정치인까지 가세한 집단적 히스테리가 가져오는 엄청난 파급효과에 휘둘려 리스크를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오히려 발생가능성이 희박한 악재로 인해 증시가 공포에 사로잡혀 주가가 왜곡될 때를 수익창출의 기회로 삼을 것을 권한다. 리스크는 거의 없는데 주가가 추락하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기업을 찾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공포 속에서 희망에 배팅할 수 있는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세우는 게 시급하다. 그는 “원칙과 순결은 비슷한데 열여덟 나이에 그것을 잃어버리면 다시는 도로 찾을 수 없다”며 “원칙을 세웠다면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매도시점을 결정할 때 분명한 원칙이 필요하다. 어려운 상황에 닥쳐도 믿음을 잃지 않는 소신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원칙도 없고 자신도 없다면 해결책은 펀드뿐이다. “투자에 필요한 시간과 훈련, 기술, 지식, 돈, 성향 등을 고려했을 때 개인투자자의 95%는 펀드가 합리적”이라며 “펀드도 실수를 하지만 개인보다는 훨씬 적다”고 밝힌다.
 
  그는 투자자들에 미래의 트렌드를 포착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증시에서 최대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분야와 업종은 아주 강력한 경제, 사회, 기술적 트렌드로부터 이익을 얻게 될 영역”이라며 “4~5년 이상 지속될 트렌드를 찾아내려고 노력하라”고 했다. 이른바 증시테마다. 셜록 홈즈가 명탐정이 된 건 보기만 할 뿐 관찰하지 않는 보통사람들과 달랐기 때문이라고 비유한다. 다행히 그는 저서에서 향후시장을 풍미할 투자테마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체제전환국의 SOC 재건, 글로벌 통신 네트워크 확장, 레저, 에너지개발, 동구권 자유화, 민족주의, 아웃소싱, 자산관리 등이다. 웬저가 확실한 테마도 없이 주식을 살 땐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틈새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기업일 때다. 더불어 그는 성장잠재력, 재무건전성, 내재가치 등 세 가지 지지대가 확실할 경우에만 주식을 사들였다. 즉 CEO 정보를 비롯한 성장잠재력은 경쟁업체 등으로부터 확보했고, 자산급증은 철저히 경계했으며, 현재 주가라면 기업체를 통째로 사들이고 싶을 만큼 내재가치가 좋을 때만 매수했다.
 
  한편 웬저는 ‘황금손가락 증후군’을 무서운 질병으로 규정했다. 우연히 찍은 한두 종목이 올랐을 때 마치 미다스의 손처럼 직감에만 의지하는 걸 일컫는다.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중증질병으로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큰 재난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시장 타이밍을 예측하는 건 쓸모없는 짓이다. 그는 “타이밍을 찾는다는 것보다 오직 주가가 쌀 때 매수해야 한다는 말만 믿을 뿐”이라고 했다.
 
  “장이 꽁꽁 얼어붙었을 때는 몇 년 안에 써야 할 돈이 아니라면 주식이 최적의 투자처”라고 평가한다. 일단 주식을 하기로 했다면 세계를 무대로 시각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좋은 기업이라면 국적에 관계없이 투자하라는 뜻이다. 분산투자 차원에서도 좋지만, 그 자체가 훌륭한 투자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어서다. 다만 외지인이 단기거래로 현지인을 따라잡을 수는 없기 때문에 반드시 장기투자를 염두에 두기를 권한다.
 
  일러스트 : 배진성
     

  ▣ 랄프 웬저의 명언 모음
 
  “내재가치는 충분하지만 유행에 밀려나 외면당한 종목에 주목하라.”
 
  “대기업을 찾아가면 기껏해야 임원을 만나게 된다. 작은 기업에서는 오너 경영자와 얘기할 수 있다.”
 
  “덤보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아기코끼리이기 때문이다. 어른코끼리는 하늘을 날지 못한다.”
 
  “작은 기업은 애널리스트의 단골 분석대상이 아니다. 작은 기업에선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작은 것은 좋지만 너무 작으면 안 된다. 시가총액이 최하위권인 기업은 이제 겨우 무대 위에 올라서 시험을 치르는 단계로 한번만 발을 헛디디면 그것으로 끝이다.”
 
  “아주 특별한 틈새시장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작지만 강한 기업을 찾아내라.”
 
  “소형주의 유동성 문제를 방지하는 확실한 방법은 상당히 오랫동안 팔지 않아도 될 주식을 사는 것이다.”
 
  “자신의 기질대로 투자하지 않는 투자자는 백이면 백 실패한 투자자가 될 것이다.”
 
  “최고의 기업과 최고의 주식은 전혀 다른 얘기다.”
 
  “돈이란 헛된 기대에 부풀어 있는 도박꾼에게서 나와 정확한 확률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에게로 흘러들어가게 마련이다.”
 
  “당신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주식에서 더 멀리 벗어날수록 당신은 투자가 아니라 도박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엔 원칙을 갖고 시작하지만 곧 그것을 포기해 버린다.”
 
  “정보혁명은 내가 가장 열심히 공부한 테마이자, 나에게 가장 귀중한 성과를 가져다 준 테마였다. 정보혁명은 결코 식어 버릴 것 같지 않은 테마다.”
 
  “좋은 기업이라면 국적에 관계없이 투자하라.”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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