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84%가 일주일에 한 번은 두부를 먹는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먹는 사람도 11.8%나 된다. 고도(古都) 교토에는 수십 대에 걸쳐 두부 제조를 가업으로 이어온 장인이 많다. 그런 교토에 본거지를 둔 오토코마에 두부점을 찾았다. 종업원 230명을 거느린 이토 사장이 약간 들뜬 표정으로 나타났다. 해외 언론은 처음이라 기대가 된단다.
‘어정쩡한 남자는 버려라!’
그의 명함 뒷면에 쓰여있는 카피다. 닉네임은 조니. 회사 직원들은 모두 닉네임이 있다. 상하 직위에 관계없이 친구처럼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풍을 만들기 위해서란다. 일본어로 ‘오토코마에’란 ‘남자다운’이라는 의미. 즉 ‘남자다운 두부’가 상표이자 회사 이름이다. 두부 하면 여성, 특히 주부를 떠올리기 쉬운데 어떻게 남성의 터프함을 전면에 내세운 상표를 붙이게 되었을까?
“남자의 터프한 기질로 혼신을 다해 두부를 만들겠다는 다짐이지요. 어정쩡하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자세로 두부를 만든다면 소비자는 물론 모두에게 버림을 받게 될 테니까요.”
전국의 백화점과 슈퍼마켓의 식품 코너에는 먹물로 칠해놓은 듯한 검은색의 ‘男’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종래의 두부와 다른 것은 독특한 포장만이 아니다. 맛도 다르다. 기존의 두부가 담백한 맛이었다면 오토코마에 두부는 진하고 농후한 맛이 난다. 촌스러운 느낌이 드는 용기를 보고 호기심 삼아 집어 들었던 손님들은 농후한 맛의 매력에 빠져 버린다. 맛은 진하지만 생일날 케이크 대신 내놓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럽다. 그 비결을 물었다.
“기온 차가 큰 홋카이도산 콩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두유의 농도를 높였습니다.”
타사 제품의 두유 농도보다 1.5배 더 높다. 여기에 5년여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만들어 낸 특수한 제법이 살아있다. 일반적으로 두부는 주재료인 콩이 가장 중요하고, 다음으로 물, 그리고 제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토 사장의 생각은 다르다. 재료보다 제법에 더 무게를 둔다. 첫째가 제법, 둘째가 콩, 셋째가 물이라 여긴다.
“두부의 주원료는 콩과 물입니다. 식안을 지닌 장인이라면 돈만 내면 좋은 콩과 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독특한 맛을 낼 수 있는 제법은 공유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여기에 장인의 진가가 담겨 있습니다.”
철저히 비밀에 가려진 새로운 두부 제조법>$2
그의 제법은 철저히 비밀에 가려져 있다. 바이어가 찾아와도 제조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 제조용 기계 납품업자도 공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기계는 직원들이 공장 안으로 들여놓아 조립하는데, 여기에도 비밀이 있다. 같은 종류의 기계를 몇 대씩 구입해 그중에서 가장 좋고 제법에 적합한 부품을 골라 쓴다.
“두부 하나 만드는데 뭐가 그리 요란스럽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최고의 장인들이 자신이 직접 도구를 만들어 쓰셨듯이 두부제조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보다 더 철저하고 완벽하게 추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신세대 장인들에게 요구되는 것 아닐까요?”
일본의 대표적인 명문 사학 메이지(明治)대학 경영학부를 졸업한 그였지만, 두부 장인의 길을 가는 데 아무런 거리낌도 주저함도 없었다. 대학 졸업 후 세상 경험을 위해 싱가포르의 무역회사에 취직해 1년여 동안 경리업무를 담당했다. 도쿄의 수산시장에서 사회 경험을 더 쌓은 후 아버지의 두부 공장에 들어갔다.
“수산시장에서 참치 도매업을 했는데, 거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을 알게 되었어요. 이때의 경험이 고집 센 두부 장인과 친구가 되는 데 도움이 됐지요.”
사장 아들이지만 직접 영업을 했기 때문에 슈퍼마켓의 바이어나 식품 매장 직원들에게 말 못할 수모도 여러 번 당했다. 조그만 두부 공장 영업사원의 비참함을 실감하는 나날이었다. 이때 경험을 계기로 그는 일본 전역에서 제조되고 있는 두부와 콩을 모두 구입해 가격과 성분을 연구했다. 소비자들의 수요도 철저히 분석했다. 결론은 ‘초심으로의 회귀’였다. 기계로 자르지 않고 조심스럽게 떠서 대나무 자루에 올려놓고 수분을 제거했던 두부. 어떤 소스도 없이 두부만 먹어도 담백하면서 속이 든든했던 그런 두부를 재현하기로 한 것이다.
“전날에 만들어 놓은 카레라이스를 먹으면서 번쩍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가열을 거듭하면서 수분이 빠지고 맛이 밴 카레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밥을 먹다 말고 그대로 수저를 들고 공장으로 달려갔다. 그 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의 제안에 귀 기울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외로운 투쟁의 시간이었다.
“제조 장인들이 제 제안을 들을 생각도 안했어요. 기계화 시대에 웬 수작업이냐며. 그런 두부는 생산성도 없으며 팔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상대도 안 하는 것이었어요. 실패하면 모든 책임을 지고 회사를 그만둘 각오로 밀어붙였습니다.”
깔판을 넣은 2층 용기에 얇은 천을 깔아 출하에서부터 점포에 진열되고, 집에 가져가서 먹기까지 서서히 수분이 빠지도록 했다. 비용은 더 들었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05년 독립한 이토 사장의 두부는 한 해 4만 모를 출하했다. 1년이 지난 올해는 연 1400만 모를 출하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렇지만 이토 사장은 여전히 기계화가 아닌 수작업을 고집한다.
직원들의 손길 하나하나가 맛을 좌우한다고 믿기에 이토 사장의 직원 사랑은 남다르다. 상표에 직원들의 이름을 넣어준다. ‘오토코마에 두부 사토시, 돼지띠’. 이런 식이다. 별자리까지 기입한다. 이것이 상표가 되고 브랜드가 된다. 그러다 보니 전국 각지의 소비자들로부터 자기 아이 이름을 상표로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록 음악을 좋아하는 이토 사장은 밴드 활동도 한다. 작년과 올해 자신이 직접 만든 앨범도 두 장이나 냈다. 말 그대로 신세대다. 그러나 두부에 대한 신념만큼은 확고하다.
“초등학생이 30~40대가 되어서, 어렸을 때 먹었던 오토코마에 두부 참 맛있었지. 그 두부 한번 더 먹고 싶다며 다시 찾을 수 있는 두부. 그렇게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두부를 만들고 싶습니다.”
두부 한 모에 청춘을 건 남자, 전통 제법에 역류하는 것이라며 질타와 비판이 이어졌지만 맛있는 두부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든 것을 극복해 낸 신세대 장인 이토 신고 사장.
“100년 전의 제법이 오늘날 전통이 되었듯이, 지금 우리의 제법이 100년 후에 전통이 되지 않을까요?”
‘전통은 지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그에게 신세대의 장인 정신을 물었다.
“저에게 있어서 두부는 나를 발견하고 나를 일구어 주는 ‘자아실현’의 도구입니다. 신세대 장인 정신이요? 바로 ‘자기 구현’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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