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후 500여 년 간 인류가 축적해온 근대적 지식의 발견의 순간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책. 익히 들어 익숙한 뉴튼, 갈릴레이, 아인슈타인, 퀴리 부부의 연구기록 뿐 아니라 리처드 파인만, 칼 세이건 등 총 102개 인간 근원의 지식 발견의 순간들이 담겼다.
'알게 된다는 것'의 희열을 향해 때로는 정신나간 얼간이로 치부당하면서도 목표를 향해 끝까지 나간 이들의 연구는 르네상스 이후 세상을 뒤바꿔버린 것들이다. 일반 대중이 꼭 알아야 할 근대적 지식이며 흥미로움을 담고 있는 것 중에서 그리 깊이 있는 교육을 받지 않은 독자들도 무리 없이 읽어낼 수 있는 문헌을 골라 과학을 우리 바로 옆에 끌어앉혔다.
먼저 레오나르도 다빈치. 여러 방면에 능통했던 다빈치는 왼손잡이에 채식주의자였으며, 동성애자이고 서자였다. 다빈치는 문학적 소양이 부족해 당시 소위 교양있는 사람들의 무시를 넘어선 멸시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엮은이의 말처럼 “그는 과학과 예술분야 모두에서 탐욕스러울 정도로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맸던 사람”이었다.
다빈치가 남긴 기록 중 새에 대한 면밀한 관찰 기록은 인력 비행에 대한 그의 호기심이 짙게 묻어난다. “새는 수학법칙에 의해 작동되는 기구라 할 수 있고, 그것은 인간의 능력으로도 만들 수 있다. 새는 산과 해안의 절벽으로 접근할 때 바람의 방향 변화를 이용해 균형을 잡으며 하늘로 날아간다.” 그의 이 호기심은 결국 인류가 비행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1962년 ‘침묵의 봄’을 발표해 농약 사용 제한에 기여한 레이첼 카슨은 그보다 한 해 전 ‘우리를 둘러싼 바다’를 출간하며 인류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 원문 중 일부인 “조류의 영향에 의해 하루의 길이가 길어짐에 따라 인류의 시간 시스템에 복잡한 문제를 발생시켰다”는 지적은 2004년 말 남아시아를 휩쓴 해일 때문에 지구의 자전축이 변했다는 보고서만큼이나 섬뜩하다. ‘지금 DNA의 비가 내리고 있다’는 비유법으로 시와 같은 문장을 사용하며 유전자의 언어를 풀어간 리처드 도킨스의 기록과 핵 폭파 실험을 지켜본 후 극도의 희열감을 고백한 파인만의 기록은 또 어떤가.
“베로나의 산에 있는 붉은 바위의 한 부분에는 조개껍데기들이 뭉쳐져 있었다. 이러한 조개들이 하늘의 뜻에 따라 이런 곳에 생겨났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육지의 화석으로부터 그곳이 한때 바다였음을 추론하는 다빈치(1452~1519)의 글. 19세기 지질학 수준에 육박한다.
“목성의 동쪽에 두 개의 별이 있고 하나는 서쪽에 있었다. 그러나 무언가 운명에 이끌리어 다시 목성을 관찰했을 때 나는 전혀 다른 상황을 관찰할 수 있었다. 3개의 별이 모두 목성의 서쪽에 있었다.” 갈릴레오(1473~1543)는 목성이 위성을 가졌음을 발견했던 순간을 이렇게 기록했다. 이는 당시의 천문학 지식을 뒤집고 지구가 얼마나 왜소한지를 각인시킨다.
찰스 다윈(1809~1882)은 “인간의 조상은 하등생물”이라는 결론을 얻은 뒤 “동족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두려운 적과 맞섰던 작은 원숭이, 피묻은 제물로 제사를 지내고 아내를 노예 다루듯 하는 야만인의 후손이 나 자신”이라고 비장하게 적고 있다.
찰스의 할아버지인 에라스무스 다윈(1731~1802)은 의사이자 발명가·시인이었는데 ‘식물원’이란 시에서 빅뱅이론을 예견한 듯한 상상력을 전개한다. “덩어리가 백만의 태양으로 갈라져 태양 주위로는 수많은 지구들이 빠르게 폭발하며 회전한다. 그리고 두번째 행성들이 첫번째에서 터져나온다.”
조지 왈드는 “은하계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10,000,000,000,000(10조)개 있다”는 설명으로 무한히 큰 우주를 상상하도록 이끄는가 하면, 칼 세이건은 “소금 한 알갱이에 대략 10의 16승개의 나트륨과 염소원자가 들어있는데 과연 우리가 세계에 대해서 무엇을 안단 말인가”라고 반문한다. 연구실 창문 바깥에서 버드나무 씨가 날리는 장면을 보고 ‘DNA의 비가 내리고 있다’는 시적 표현을 동원한 리처드 도킨스, 모든 현실감각이 파괴되는 정신병인 시각실인증 환자의 증상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는 남자’란 제목의 콩트처럼 엮어놓은 올리버 색스의 글도 흥미롭다.
이 책은 백과사전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듯 하다. 천천히 뒤져보는 것이 맞을 듯
'일상Lifestyle > 책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돔 광장(Place Vendome)의 야경 (0) | 2005.01.15 |
---|---|
파리 리츠 호텔 (Ritz Paris Hotel) (0) | 2005.01.15 |
성배 (The Holy Grail) (0) | 2005.01.15 |
앞서가자 [2010 대한민국 트렌드] (0) | 2005.01.02 |
[SERI 전망 2005] 전망하라도 하니 전망하는 것 아닌가요? (0) | 2004.12.20 |
8.[세종대왕 인간경영 리더십]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세 가지 길 (0) | 2004.11.24 |
일본에서 '사(士)'는 "무사(武士)'를 뜻한다. [사무라이] (1) | 2004.11.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