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문화 생활 중 TV시청이 지대하다고 하니, 무시하고 지내서는 안될 영역임에는 부인할 수 없다.
2003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하얀거탑"이 다시금 2007년 한국 MBC의 하얀거탑을 통해서 주말 안방의 아랫목을 점령하고 있다. 한동안 일본 문화개방때문에 국민적 감정이 어떻고 외치고 일장기를 불태우더니 길거리에 나섰던 이들도 남들 시선을 피해서 안방에서 혈족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 일본 드라마를 거금들여 톱 탈렌트로 변복을 시켜놓고 내 문화입네하면서 아무런 국민정서적 죄책감 없이 즐기기에 빠져있다.
MBC 문화방송은 대장금을 통해서 한류 문화의 확산에 지대한 공로를 보인 점에서 크게 감동받았다. 출장을 가서도 여행을 가서도 자랑스런 문화 컨텐츠인 대장금의 나라의 한국인을 자랑스럽게까지 느끼게 했다. 물론 MBC는 한 사람이 아니다. 대장금을 만든 사람과 하얀 거탑을 결정한 사람이 같은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방송사의 전략적 정책적 방향은 하나다. 이런 점에서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문화적 국수주의를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창의적 문화 컨텐츠 개발에 게을리하고 있음에 대한 지탄이다. 그런 면에서 MBC는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일본 드라마가 그렇게 잘 만든 드라마라면 OCN에서 하듯, 수입해서 자막붙여 방영하면 그만이다.
자만에 빠진 한류열풍에 대해서 뼈아픈 자기반성적 행위로, 이타적 문화에 대한 포괄적이고 거침없는 흡수정책을 시도하고자하는 것인가? 허나 불쌍타, 그저 복사나 해서 울겨먹고 있다고 생각하면, 돈 내고 저작권을 사오면 그것은 법적 범법은 아니지만, 도덕적 범법 행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정도수준의 드라마를 만들어 낼 재주는 없단 말인가? 수많은 드라마 작가를 양산하면서 그 정도의 드라마를 발굴해내지 못하고 있단 말인가? 일요일 오전 잠깐 OCN을 통해서 일본판 하얀거탑을 보고는 아주 충실하게 복사를 해서 재판매하는 것임을 확인하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이 하던 일을 복사나 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일은 시급을 받는 단순 노무직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이다. 그리 많은 급여를 받으면서 해야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하는 일들을 "벤치마크"라는 명목으로 그대로 "복사"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빌붙기식 비즈니스를 경계해야 한다. 단순 방송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식인일수록 창의성을 잃어가고 전략을 잃어가고 개성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깊어간다.
종합해 보면, 하얀거탑이라는 드라마는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창의적 역할에 소홀한 MBC 방영하는 드라마 보다는, 그냥 OCN에서 방영하는 일본판 하얀거탑이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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