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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Lifestyle/책Book

나는 언제나 노팬티로 돌아온다.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by Retireconomist 2007. 1. 10.

공항은 왠지 모를 "설레임"을 만든다. 사진으로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왜일까?


한때 유행했던 대중가요 가사 중에 ‘알몸으로 태어나 옷 한 벌을 건졌으니 남는 장사’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은 아마존을 여행할 때의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긴 아마존 탐험 여정의 끝 무렵이 되면 항상 나는 노팬티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원래 속옷 입기를 싫어하는 에로틱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거나, 아마존의 무지막지한 더위를 참을 수 없어 자발적으로 노팬티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물론 아마존 정글은 ‘덥다’는 말로는 결코 설명이 불가능한 천연 야외 사우나이긴 하다. 하루 종일 물을 4리터 이상씩 마시고도 한번도 소변을 안 봐도 될 만큼 땀으로 몸의 수분의 배출되어 버린다고 하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될지 모르겠다. 그래서 잠시라도 쉬는 틈에는 땀이 벤 속옷을 빨아서 햇볕에 널게 되는데, 바람에 나풀대는 속옷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담배라도 한가치 피우다보면 어느새 꼭 지나가던 누군가가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건다.

지나가던 인디오는 내 작은 옷가지가 정말로 가지고 싶은 것이다. 남이 입었던 것이라서 내키지 않는다거나 하는 속옷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관은 애초부터 없는 것이다. 실은 나도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속옷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입던 속옷을 남이 입는다는 생각을 하면 맘이 편치 않다. 하지만 해맑은 표정으로 내 팬티를 가리키고 있는 모양을 보면 도저히 안 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가져가라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옆을 둘러보면 스텝이나, 리포터도 모두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렇게 한 두 개씩 팬티를 나눠주다보면 돌아올 때쯤 나는 어느새 팬티는 한 장도 남지 않는 신세가 된다. 왜 아마존 사람들은 유독 팬티를 좋아할까? 그렇지만 아마존 사람들은 팬티 이상의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물론 워낙 더운 지역이라 인디오들이 갖고 싶은 문명의 옷가지라고 해봐야 팬티 정도가 가장 알맞다는 생각도 든다. 그 더운 곳에서 거추장스러운 꽉 끼는 청바지며 알록달록 예쁜 티셔츠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중에서

이 책은 단지 에로티시즘을 유발시켜 판매욕구를 끌어올리려는 저속한 기법을 쓰지 않았다. 딱히 교훈을 말하지 않아도, 그 잔악한 소유욕 때문에 가장 잔혹한 동물이 되어버린 인간들에게 또 다른 문맹인들이 들려주는 산 교훈! 특히 풍족한지 모르고 남의 마지막 소유마져 부럽게 느껴진다면 노팬티 아마존을 간접 체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리라. 이런 책은 도서관이 소장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보다는, 한 권 한 권 소장하고 드문 드문 읽더라도 꿈을 키우면서 읽기에 적당한 책으로 보여진다. 오늘 블로그 제목은 이 책중의 한 챕터의 제목이다. 모두 인용한 것이다.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 인류 최후의 에덴동산, 아마존 오디세이  정승희 지음.사진  //  12600원
KBS 2TV '도전! 지구탐험대'의 촬영감독으로, 10여 년간 촬영을 위해 아마존을 헤매온 저자가 그동안 온몸으로 느껴온 아마존의 이모저모를 200여 개의 컬러 사진을 곁들여 담아냈다. 그들의 삶과 문화, 춤, 사냥 등 아마존의 인디오들의 삶과 인류 문화의 원형을 엿볼 수 있도록 아주 세심한 배려를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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