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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준비하는 재테크-042] 신용카드의 체감온도가 현금보다 따뜻하지 못한 이유

by Retireconomist 2010. 12. 17.



무슨 색깔과 무슨 소리로 연말이 연상되십니까? 많은 분들이 산타 할아버지의 단체복인 빨간색과 구세군이 자선냄비 앞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꼽을 것입니다. 빨간 색의 강렬함이 산타 할아버지의 복장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상업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기업이 스스로를 알리기 위해 로고는 물론 로고의 색감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정체성 때문에 빨간색 쓰는 것을 꺼렸던 것도 사실이고,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빨간색을 ‘빨갱이’로 적대시하는 느낌을 갖고 있으며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렬해서 꺼리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빨간색에 대한 시대적 느낌과 감흥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제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빨간색으로 치장한 기업로고를 내세우기도 합니다. 

  

중국 색은 빨간색, 중국 사람들이 빨간 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빨간 색은 돈으로 연상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빨간 색이 주는 인상은 돈과 같은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것 이외에 따뜻한 온기를 연상시키는 색깔임에 부인할 수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파란색은 차가운 색깔로 모두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돈을 상징하는 여러 가지 중에서 현금과 신용카드를 비교하자면, 현금은 빨간색일까요? 아니면 파란색에 가까울까요?

  

며칠 전 점심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지하보도에서 구걸을 하는 한 중년의 걸인을 보았습니다. 겨울을 알리는 찬바람이 낙엽 몇 개를 실어 세차게 지하도 밑으로 내리붙는 계단에 식사를 하러가기 전과 동일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고 허리를 바짝 웅크린 자세로 죄를 지은 사람이 용서를 빌 듯 두 손을 모아 앞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출장길 대전역에서 노숙자로 만났던 P사장이 생각났습니다. 제 고객이기도 했던 P사장은 잘나가던 중견기업의 사장이었지만 IMF의 한파로 모든 것으로부터 밀려나 생명만 부지하고 노숙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렇듯 누구에게나 따뜻한 곳에서 아주 차가운 곳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적선할 마음으로 황급히 주머니를 뒤졌습니다만, 지갑에서는 신용카드 두 장만이 나왔습니다. 주머니를 뒤지던 제 손이 너무 부끄럽고 잔뜩 기대하고 있던 ‘그 분’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따져 보니 지난 나흘 동안 천 원짜리 지폐 한 장 써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편의점에서 1,200원짜리 주스 한 병을 살 때도, 남산터널을 지날 때도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를 사용했으니까요.

  

카드 한 장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편리한 도시 생활이 왜 차갑다고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 부터는 따뜻한 돈 현금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신용카드의 차가운 기운을 막기 위해서 말입니다.



김형래 (주)시니어파트너즈 상무. COO (hr.kim@your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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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2/15/20101215005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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