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금융회사 임원의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사방 벽이 온통 그림이 걸려 있다. 법인 영업을 담당하던 그에게 그림이란 쉽지 않은 취미라고 생각했다. 거의 매일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가 매우 어려울 테고 특히 주말에는 고객들과 잔디를 밟으러 자연으로 나가야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할 텐데 언제 그림을 보고 고르고 걸어 놀 수 있을까 하는 의아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림을 찬찬히 둘러보니, 대부분이 우리나라 화가들이 그린 그림이었고, 수채화에서부터 시작해서 유화 드리고 심지어는 신문 연재소설 가운데 자리를 잡았던 삽화까지 반듯한 액자에 끼워져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소설가 최인호 씨가 모 일간지에 연재한 소설에 쓰인 삽화라는 것을 직감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당시에 최 작가는 거의 우상이었고, 모 일간지에 당대 최고의 여류화가인 천경자 화백이 붓을 잡아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작이었던 작품이 바로 연상되었다. 삽화는 아주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동양화풍의 그 삽화는 고작 엽서 정도의 크기에 눈초리가 과장되게 치켜 올라간 모습의 젊은 여인의 얼굴 옆 모습이 묘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림이 주는 마력이랄까? 그저 작은 엽서 한 장 크기의 그림이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또 달리 인상적이었던 그림은 유화인데 아주 반복적인 긴 선과 굵은 점으로 현란한 색상을 사용하여 나무와 과일을 그린 과수원이라는 작품이었다. 이 그림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길거리 화가들이 분무액으로 벽에다 '멋진 세상'이란 글씨로 직접적인 표현을 한 것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나의 질문에 그는 짧은 답으로 충분하지 않은 설명을 주었기에 나의 호기심은 발동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의문은 자꾸 커졌다.
방을 나서면서 그와 함께 근무하는 직원의 얘기를 통해 그림 얘기를 들으면서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저 과수원이라는 그림 있죠? 수억 원은 할 걸요?" 하면서 주말에 있는 그림 경매 전시회 입장권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전무님께 배달된 입장권인데 저에게 주셨거든요? 시간이 없으시다고 저도 시간이 없으니 한 번 다녀오시죠?"
토요일 평창동을 주소로 한 이른바 갤러리를 찾아 그림 감상을 하였다. 마침, 그 삽화를 그렸던 천경자 화백의 그림도 화려한 색감의 과수원을 그린 이재원 화백의 그림도 볼 수 있었다. 놀란 것은 엽서 크기의 천경자 화백의 삽화 한 점 가격이 1천500만 원. 5년 전에는 3백만 원에 불과했었다는 것이다.
"어떤 그림을 언제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질문부터 던진다면, 이 또한 비싼 수업료를 치르기 십상이다. 그림의 투자가치는 단순하게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수준을 벗어나서 개인의 미술에 대한 지적 수준 상승효과뿐만 아니라, 대안적인 투자로서 사후적으로 기대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을 좋아하다 보니, 옆에 두고 감상하고 싶고, 그래서 나름의 안목을 가지고 구매를 해서, 시장가치가 올라갈 때 그 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진 설명 : 한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김형주 화가의 변함이 있는 산 속에 변함이 있는]
그림 감상에 대한 취미가 있다면 단순히 감상에 그치지 말고 투자 대안으로 적극성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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