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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Lifestyle/책Book

《사일로 이펙트(Silo Effect)》 무엇이 우리를 눈 멀게 하는가

by Retireconomist 2016. 9. 20.



그들이 ‘똑똑한 바보’로 전락한 이유는? 


‘워크맨’, ‘플레이스테이션’. 혁신적 제품과 아이디어로 소비자의 생활양식을 바꾼 소니의 몰락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스위스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금융 기업으로 알려진 UBS는 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까? 런던 정경대(LSE) 최고 석학들이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앞에서 ‘똑똑한 바보들’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반면 블룸버그 시장이 이끈 뉴욕 시청과 시카고 경찰국이 데이터 전문가들을 고용해 관료제의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시민의 삶과 안전을 증진한 사례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 페이스북과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사회공학 실험은 조직의 혁신에 어떤 역할을 했을까? 양쪽의 사례에 공통된 키워드는 ‘사일로’다. 한쪽은 사일로에 갇혔고, 다른 쪽은 사일로를 넘어섰다. 


《사일로 이펙트》에서 일련의 문제를 묘사하는 단어로 선택한 ‘사일로’는 주로 비즈니스 용어로서 부서 이기주의를 의미한다. 생각과 행동을 가로막는 편협한 사고의 틀, 심리 상태를 가리키기도 한다. 개인과 조직의 문제에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 ‘사일로’는 명사뿐만 아니라 동사(to silo)와 형용사(silo-ized)로 활용된다. 사일로에 갇힌 이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혹은 버젓이 드러난 문제를 문제로 인지하지 못한다. 스스로 만들어놓은 관료제, 분류 체계 안에 생각과 행동이 갇혀버렸기 때문이다. 사일로에 갇히느냐 넘어서느냐에 따라, 다시 말해 팀이나 조직 사이의 경계를 얼마나 유연하게 관리하고 협력의 시너지를 키우느냐에 따라 현대 기업과 정부, 국가의 운명이 갈린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책은 ‘사일로 이펙트’가 왜 발생하는지 추적하고, 우리가 사일로에 갇히기 전에 어떻게 사일로를 활용할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한 해법을 제시한다. 독자는 각 장에서 사일로와 관련한 실패와 성공담을 만나면서 우리가 어떻게 사일로를 바라보고 극복해야 하는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유쾌한 리듬으로 전개되는 저자 질리언 테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개인과 조직, 나아가 사회 시스템 속에 숨겨진 사일로의 문제를 명징하게 이해하게 된다. 


다양한 점을 이어라(Connecting the dots) 


9.11 테러가 발생한 지 442일, 미국은 테러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한 초당파적 위원회를 구성한다. 사건의 전말을 밝힌 567쪽의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250만 쪽의 관련 서류를 분석하고, 1200명을 인터뷰하고, 19일간의 청문회와 160명의 공개 진술을 들어 작성된 보고서였다. 9ㆍ11보고서에서 강조한 대목이 있다. 점(點)을 선(線)으로 잇지(connecting the dots) 못하는 국가 시스템. 테러를 예고한 조각조각들의 정보를 연결하지 못했고 관련 부처 간의 칸막이를 깨지 못해 발생한 참사라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도 다를 게 없었다. 세월호 침몰 훨씬 이전부터 여객선의 증축, 과적, 조타기 고장, 부실 점검 같은 여러 징후(點)가 있었지만 그걸 선으로 연결해 사고 가능성을 예견하는 지혜와 상상력이 부족했다. 사고 현장을 진두지휘하거나 총괄책임이 있는 핵심 인물들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각자의 업무만 바라보느라 실상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들이 관장하는 부처들 역시 따로 움직였다. 이후 대책본부가 10개나 생기고 컨트롤타워를 만들었지만 공무원들은 소속 부처의 보스를 위해서만 일했고 보스들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따로 놀고 있었다. 점을 선으로 연결하지 못해 발생한 대한민국호의 침몰, 그것이 세월호의 본질이었다. 


다양한 점을 이어라(Connecting the dots).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졸업식 축사로 유명해진 말이다. 9.11, 세월호, 구의역, 세계 금융 위기 같은 커다란 국가 재난이나 사고에서부터 소니와 페이스북의 같은 기업조직의 흥망성쇠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적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흔히들 이야기한다. 문제점과 ‘구조개혁’ 같은 정답을 너무 잘 아는 우리는, 하지만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한 결과만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많은 대책회의와 조직과 브리핑과 책임자와 협의체가 생기지만 각자의 업무에만 몰두할 뿐, 문제라는 커다란 그림의 변화와 해결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사일로 이펙트》의 저자 질리언 테트가 발견한 '우리를 눈 멀게 하고',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는' 주범 ‘사일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점과 점 사이 선을 보지 못하고 모두 칸막이 속에만 갇힌 채 아등바등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혁신 조직의 현재를 만난다 


소니는 사일로에 ‘갇혀버린’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기업으로 불렸던 소니의 수많은 조직들은 각자의 폐쇄적인 환경에 갇혀 무의미한 경쟁에만 함몰했다. 그들은 다가온 위기와 혁신의 기회들을 발견하지 못했고 이후 끝모를 쇠락을 맞고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전 전문가 집단을 대표하는 UBS와 런던 정경대 경제학자들이 벌여놓은 내부지향적이고 맹목적인 판단들, 그 밖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제너럴 모터스, 백악관, 영국 국민건강보험, BBC, 브리티시 페트롤륨 등도 사일로 관리에 실패한 사례들이다. 


사일로를 통제하고 활용해 조직의 혁신을 이끈 사례가 같은 비중으로 소개된다. 대표적인 기업이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전문가 집단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사회공학 실험을 단행했다. 페이스북의 직원들은 조직의 문제를 더 큰 그림에서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능력과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는 다른 분과의 의사들이 같은 환자를 중복 치료하는 관행을 깨고 협동진료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든 클리블랜드 클리닉, 데이터 전문가를 채용해 검거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시카고 경찰국, 사일로를 역이용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이익을 극대화한 블루마운틴 캐피털의 사례도 소개된다. 사일로를 넘어서 정보와 사람의 새로운 연결을 꾀한 세계 혁신의 현재를 만날 수 있다. 


책속으로 추가 


흔히 우리는 직업이나 직장을 이리저리 바꾸면 손해를 본다고 추측한다. 기업이나 기관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쓸데없는 부분을 도려내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전문화와 집중화가 현대 사회에서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다른 부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직원들을 순환근무시키거나 혁신의 사파리 여행을 보내주는 것처럼, 많은 시간을 소요하면서도 즉각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활동은 정당화하기가 힘들어졌다. “해커먼스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페이스북의 마이클 슈로퍼가 말했다. “제도 속에서 좀 느긋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효과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낭비라고 해도 되겠네요.” 

_에필로그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연결해보자」



'사일로 이펙트'란 주로 비즈니스 용어로 사용 되는 것으로, 부서 이기주의를 의미한다. 생각과 행동을 가로막는 편협한 사고의 틀, 심리 상태를 가리키기도 한다. 개인과 조직의 문제에 모두 적용이 가능한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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