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라는 주제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거두이신 강창희 대표님께서 내가 쓴 네 번째 책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감사의 표시로 책 몇 권을 보내드렸는데, 이렇게 또 덤으로 감상문을 보내오셨습니다. 함께 일하시는 연구원의 글이라고 보내주셨는데, 혼자 읽기에는 너무 귀한 글이라 공유가치를 우선으로 생각해서 나중에 허락을 받기로 하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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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을 위한 내려놓기
-‘30년 후가 기대되는 삶’을 읽고-
요즘 세상은 두려운 것 투성이다.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세계경제가 그러하고,
무섭게 떨어져 마이너스가 될지도 모르는 금리도 그러하다. 마땅히 돈을 모을 방법은 없는데
100년은 거뜬하게 살게 될 것이라 한다. 그러니 젊은 세대들이 ‘n포’라 하며 그들의 미래를
포기하게 된다. 미래가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형래 저자는 30년 후가 두렵지 않고
기대된다 말한다. 두려움을 주는 억압들에서 자유로워지면 행복한 은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첫 시작은 은퇴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은퇴’라는 말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다. ‘숨고 물러난다’라는 의미처럼 화려했던 인생의 정점에서 물러나 숨어
지내는 쓸쓸한 노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할 뿐이다. 그러나 김형래 저자의 ‘선물’이라는
표현처럼 은퇴는 목표를 향해 정신 없이 달렸던 젊은 날을 마무리하고 보상처럼 찾아 온
휴식의 시간이다. 최근, 여성의 ‘폐경(閉經)’을 ‘완경(完經)’으로 바꾸어 부르자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닫혔다는 의미의 ‘폐’가 아닌 여성으로서의 인생이 아름답게 완성되었다는
의미로 부르자는 뜻이다. 은퇴도 이와 마찬가지 아닐까. 더 이상 한 사람의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인생의 마라톤을 완주하고
휴식을 취하는 아름다운 시간 말이다.
‘인생의 완성’을 위해서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돈을 전혀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돈은 여전히 우리의 삶에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돈을 지배할 줄 알아야 한다.
대출이나 할부 같은 빚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감당 못할 소비에 흔들려서도 안 된다.
얼만큼의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스스로의 재무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몇 억의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보다 젊었을 때부터 돈을 지배할 수
있는 사람의 노후가 기대될 수 있다.
은퇴는 나 혼자만의 일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물론, 모든 사람은 언젠가 혼자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은퇴는 혼자만의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가 은퇴한다고 해서 ‘나’만 그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함께하는 배우자부터 자녀와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정서적·경제적 변화를 겪는다. 은퇴 후 주거 환경에 대한 남·녀의 인식차이에서 알 수 있듯이
노후에 대한 생각도 각기 다르다. 그만큼 은퇴 전부터 작게는 배우자, 크게는 주변 공동체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노후에 대해 의논하고 계획해야 한다. 함께 은퇴를 준비할 수록 막연한
노후생활이 구체적이 될 수 있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기대로 바뀔 수 있다.
이처럼 은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은 ‘내려놓기’에서 시작한다. 은퇴에 대한 편견도,
돈에 대한 집착도, 홀로 갖는 부담감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이러한 내려놓음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겉치장이 아닌 내실을 튼튼히 하려는 ‘삶의 가치’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다.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의 ‘삶의 질’과 같은 맥락이다. 해외여행을 가고 높이 승진하기 위한
허례허식의 성장이 아닌 나의 삶에 대한 고민과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가치 있게
만드는 사람은 경쟁이라는 마라톤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고, 마친 후에도 또 다른 경주를 위해
다시 달릴 수 있다. 또는 열심히 완주한 마라톤에 충분히 만족하고 완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자신에 대해 당당하기 때문이다. 미래가 두려운 것은 현재도 두렵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를 두렵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인생을 완(完)성할 수 있고, 완성 후의
보상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다만, 은퇴 후의 시간에 대해 이상적인 환상을 갖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내려놓기’를 실천했을 때 노후 유토피아가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
소개한 건강, 제 2의 직업, 새로운 인간관계와 여가시간 등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루기란 쉽지
않다. 이 또한 경제적인 여건이 어느 정도 뒷받침 될 때 가능할 수 있다. 때문에 행복한 은퇴를
위해 기존의 억압을 내려놓고 새로운 부담감을 갖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은퇴를 위해
필요한 것들이 8가지가 있다면 이 중 본인에게 맞는 2~3가지만 이루어도 충분히 완성된 인생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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