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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Lifestyle

(런치 박스. the Lunch Box, 2013)

by Retireconomist 2014. 5. 24.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고요."


남편과 소원한 관계를 개선시키고자 정성스레 도시락을 준비하는 일라(님랏 카우르)는 전문 배달 인력을 통해 도시락을 남편에게 전달한다. 그런데 배달된 도시락이 남편이 아닌 사잔(이르파 칸)에게 전달되고 사잔은 그 도시락을 먹으며 맛에 감동한다.


귀가하는 남편의 반응을 기대하던 일라는 남편이 자신의 도시락을 먹지 못했다고 하자 도시락이 잘못 배달되었음을 알고 도시락을 먹은 사람에게 펜팔을 시도한다. 현대 사회에서 배송사고는 서비스 업계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일라는 그런 사고가 야기하는 어긋남보다 자신의 도시락을 누군가가 맛있게 먹었다는데 감동을 느낀다. 여기서 일라의 도시락은 요리의 즐거움이 그걸 먹는 이뿐만 아니라 만드는 이에게도 해당된다는 걸 증명한다.


남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정성스레 도시락을 준비하던 일라는 남편과의 관계 개선에는 실패했지만 자신의 도시락을 먹으면서 꼬박꼬박 답장을 하는 사잔과 펜팔로 교감을 형성하고 자신이 얘기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며 위안을 얻으며 순수한 로맨스를 형성한다. 단순히 일라가 남편이 있는 상황에서 외도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통한 심리적인 교감은 때 묻은 시선으로 불륜이라 불릴만한 게 될 수 없다.


도시락이 오고가며 편지가 배송되는 것 이상으로 사잔과 일라는 자신들의 삶의 주변을 되돌아보고 추억을 되새기며 서로를 위로한다. 특히 남편의 외도를 알아차린 일라는 그 배신감을 달래고자 사잔과 만나자고 하지만 사잔은 그런 일라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볼 뿐 과감한 등장을 하지 못한다.


남편의 배신이라는 심리적 린치를 당한 일라는 그걸 잊고자 자신과 대화를 나눈 사잔과의 대면을 원했지만 사잔은 그런 일라를 멀리서 지켜보며 그녀의 삶의 개입하기를 꺼리는 모습이다. 일라는 사잔의 그런 반응을 빈 도시락 통을 보내 나무라고 사잔은 자신의 입장을 일라에게 알려준다.


자전거, 지하철을 통해 배달되는 도시락은 인도의 식문화를 대표하며 사잔과 일라가 서로를 알아가는 통로가 되고 마지막엔 직접 대면하는 계기까지 형성해 준다. 세이크(나와주딘 시디퀴)가 사잔에게 ‘기차가 데려다 주는 곳이 목적지일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건 사잔과 일라의 만남이 초기엔 잘못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서로에게 중요한 사람이 됐음을 언급하는 대사다.


자극적이고 직접적인 묘사는 없으나 도시락을 통해 교감하고 형성되는 로맨스는 보편적인 순수함을 보여준다. 아울러 음식이 단순히 생존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상대방의 심리적인 상처까지 보듬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걸 드러낸다.


내일부터 도시락을 배달해서 점심을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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