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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Senior 골든라이프-29] 도시 농업으로 부식은 자급하자 GOLD & WISE 3월호

by Retireconomist 2014. 3. 15.



유미진(65세) 시니어는 지난해 내내 여고 동창에게서 상추, 쑥갓, 고추 등 유기농 푸성귀를 얻어먹었다. 그 동창은 종묘사에서 파는 모종을 사다 집 마당에 심었고, 그렇게 자란 채소는 동창 부부가 먹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러니 가까이 사는 친구에게 신선한 부식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경험을 통해 유 시니어는 베란다에 있는 가장 큰 화분에 토마토를 심었고, 그야말로 주렁주렁 달린 수확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러던 차에 외국 여행 중 영국의 런던 도심에서 도시 농부가 채소를 수확하는 모습을 보고는 올봄에는 자신도 도시 농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봄이 오기를 고대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도시 농업이 왜 생겨났나?

산업 혁명의 시발국인 영국은 18세기 말 이후 공업국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른 도시의 급격한 팽창으로 런던 교외 지역은 도시 계획과는 무관하게 도심에서 밀려나 땅값이 싼 지역을 찾아 이동한 주민들의 주택이 대거 들어섰다.

도시의 무한 팽창은 토지 이용과 도시 시설을 정비하는 데 많은 문제를 유발했다.

도시는 부와 번영의 상징이 되었고, 도시 내 농업 생산의 필요성은 상실되었으며, 도시 내 작물 재배는 사라졌다.

또 공간 확보와 오물·소음 등의 문제로 도시 내 소규모 축산도 식량을 얻기 위한 형태에서 애완용 가축 기르기로 바뀌었다. 그러나 제1·2차 세계 대전 때 겪은 극심한 식량난으로 도시 농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었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스스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도시의 뒷골목과 거리를 이용해 채소를 심거나 돼지와 염소를 기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계속되었다. 이 당시의 대표 도시 농업으로는 영국의 할당 채원지(Allotment Garden)와 도시 축산 운동, 그리고 독일의 분구원 운동 등이 있다.

영국에서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채소와 과일 소비량의 10% 정도를 도시 농업으로 해결했고, 이후 농무성 주도하에 닭과 돼지를 키우는 도시 농업이 정착했다. 이 현상은 캐나다와 덴마크 등에까지 확산됐다. 특히 캐나다는 밴쿠버를 중심으로 도시 내 공한지를 싼값에 임대해 1943년 3만1,000톤에 이르는 야채와 과일을 생산했는데, 이는 1979년의 가격으로 2,000만 달러에 해당한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경제적 측면보다는 도시 내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 그리고 시니어층의 사회 참여 및 여가 기회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도시 농업이 새롭게 조명되고 발전하고 있다. 도시 내 폐열과 폐기물, 길가에 버려지는 낙엽 등을 이용해 토양을 비옥화하는 방법이나 화학 비료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방지책을 각국에서 연구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자연 관찰과 학습 기회가 적은 도시의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교육적 효과 역시 식량 생산을 통한 경제적 이점을 넘어서는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영국의 도시 농업 형태는 할당 채원지라는 개인 단위의 농업 공간과 공동체 정원을 꼽을 수 있다. 레저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은 할당 채원지에서 성인 인구의 80%가 여러 방식으로 정원을 가꾸고 있으며, 런던 거주자의 약 14%는 자신의 집 정원에서 과일이나 채소를 기르고 있다. 런던의 자루텃밭은 현재 737곳, 구획수는 3만6,000개로 3만 명이 도시텃밭을 이용하고 있다. 공공 기관이 운영하는 임대텃밭은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경작지가 부족한 런던에서는 상자나 자루를 이용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위에서 농사를 짓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영국의 할당 채원지, 러시아의 다차(Dacha), 독일의 클라인가르텐(Kleine Garten), 북미의 커뮤니티 가든(Community Garden) 등 도시 농업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업에 대한 도시인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나 지자체에서 그와 관련해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2011년 11월에 도시 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주요 지자체에서는 농업기술센터를 설치하고 도시 농업 체험, 교육, 교류 등을 지원하고 있다.

도시 농업은 취미와 여가 또는 학습과 체험 등의 농사 활동을 말하는 것으로, 이 활동은 초반 가이드가 중요하다. 계절별로 맞는 작물, 물을 주는 시기, 병충해 예방법 등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재배해야 작물을 기르는 흥미나 보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건강한 먹거리 생산과 가꾸는 즐거움, 심신의 건강까지 얻을 수 있다.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고, 자연 친화적인 도시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삼은 만큼, 도시텃밭으로 인한 또 다른 환경 오염, 생산물 도난 사고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에 따른 대책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도시 농업이 주는 다섯 가지 장점

첫째, 체험의 재미가 있다. - 도시 농업은 생명의 성장을 관찰하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생명의 신비를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를 제공한다.

둘째,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얻을 수 있다. - 몸을 직접 움직여 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작물을 수확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과 동화함으로써 몸과 마음의 평안과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셋째, 안심 먹거리가 주는 안전함이 있다. - 직접 재배한 작물을 먹기 때문에 기를 때부터 몸에 해로운 것을 사용하지 않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넷째, 직접 수확하는 성취감이 있다. - 수확 경험이 있는 시니어에겐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처음 수확을 경험하는 시니어에겐 결실과 실제 생활에 쓰임이 있는 결과를 만나기에 큰 성취감을 제공한다.

다섯째, 주변 사람과 밝은 교류의 기회를 갖게 된다. - 도시 농업은 경험자에게 조언을 받거나 주변 사람과 나눠 먹는 등의 과정에서 많은 사람과 교류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도시 농업에 필요한 자연환경과 작물은 어떤 것이 좋을까?

자연 농지가 확보되지 않은 도시 농업은 자투리텃밭, 주말농장, 옥상텃밭, 베란다텃밭 그리고 상자텃밭 등 다양한 농지를 활용해 농사가 이루어진다.

작물이 잘 자라는 온도는 각기 다르지만, 몇 가지 공통 특성이 있기에 이를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우선 배추·무·당근은 4~35℃를 유지하며, 최적 온도는 15~30℃다. 상추·시금치·쑥갓·감자·완두는 0~35℃에, 최적 온도는 15~20℃이다.

고추·토마토·오이는 이보다 높아 작물 환경은 10~35℃에, 최적 온도는 20~30℃가 좋다. 이처럼 작물의 특성에 맞춰 봄에는 배추·무·쑥갓·파를 파종하고, 가을에는 상추·배추·파·총각무를 재배하는 이모작을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토양에 석회 비료와 퇴비로 영양을 듬뿍 주고, 땅을 고른 후, 이랑을 만들고, 씨를 뿌리는 순으로 재배를 시작한다. 작물 특성에 따라 재배 시기를 달리해야 하고, 농기구도 작물에 적합한 것을 사용한다.


시니어에게 도시 농업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시니어의 건강한 정서 함양에 도움을 준다. 굳은 땅을 곡괭이로 일구고 씨앗을 심어 키운 모종을 옮겨 심고 잡풀을 뽑고 비료를 주고 물길을 내고 수확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이 주는 혜택과 그에 순응하는 생명의 질서를 배우면서 겸허해지고, 그 귀한 결실을 식생활에 활용할 수 있다. 무공해로 기른 푸성귀는 식품으로서 몸에 주는 건강뿐 아니라 노동을 통해서 얻는 신체적 건강, 그리고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얻는 정신적 건강, 마지막으로는 배우고 익히고 나누면서 이웃과 친화할 수 있는 사회적 건강까지 얻을 수 있는 그야말로 4종 건강 모두를 얻을 수 있는 보약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유미진 시니어는 친구의 도움으로 분양받은 6.6㎡ 면적의 ‘실버텃밭’에 이랑마다 다른 채소를 기를 예정이다. 신혼인 아들 내외도 돕겠다고 했다며, 소풍을 앞둔 학생처럼 설레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에서도 친환경 채소를 텃밭에서 내 손으로 직접 가꿀 기회를 시민에게 제공한다. 초보 도시 농부를 위해 도시 농업 전문가의 재배 지도도 제공한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시니어가 텃밭을 가꾸면서 건강도 챙기고 여가 활동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2008년부터 실버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강동구 상일동, 강서구 개화동, 서초구 내곡동 등 텃밭농장 7곳을 4~11월에 운영할 예정이며, 65세 이상 어르신, 다둥이가족, 다문화가족 등 참여자 1,250명이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했다(2월 10~17일). 그중에서도 65세 이상 시니어가 개인별로 참여하는 ‘실버텃밭’은 65세 이상 어르신 900명에게 분양한다.


글 김형래(시니어 칼럼니스트ㆍ시니어파트너즈 상무, <어느 날 갑자기 포스트부머가 되었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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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KB국민은행에서 발행하는 GOLD&WISE 2014년 3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omoney.kbstar.com/quics?page=C017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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