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왕’이라는 ‘고객만족경영’에 다른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백화점 입구에서 90도로 인사하는 안내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 직원들을 처음 접할 때 어색함에 눈도 마주치지 못했던 것도 오래전 옛이야기처럼 익숙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그래서 그 왕의 지위에 맞지 않는 대접을 받는다 싶으면 ‘왕처럼’ 대접해 달라는 모습을 쉽게 목격하곤 한다.
고객만족경영도 자리를 잡아가면서 ‘고객에 대한 서비스’에 집중하기보다는 ‘경쟁사와의 서비스 평가’에 오히려 관심을 두는가 하면, 과도한 고객 서비스 요구를 마냥 수용해야 하는 직원이 깊은 정신적 상처를 받게 된다. 이들 ‘감정 노동자’의 피해 상황도 종종 사례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때도 그렇지만, 전화로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콜센터의 경우에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모 콜센터에서는 인사말을 “고객님, 사랑합니다.”라는 밀착 문장을 사용했다가 악용하는 고객을 통해서 직원들만 곤혹을 치르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어렵사리 결정한 것을 추진하다 보면 이를 통해 피해를 보는 일부 직원의 고충은 거의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고객이면 불평을 쏟아도 무조건 받아주어야 한다는 원칙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이른바 악성고객에 대한 정의가 내려지고, 이들에 대해서는 회사 이미지를 고려해서 무조건 수용하던 관행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비추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변모하게 된 이유는 이러한 악성고객에 대응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막대하고,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효율성에 관심을 돌리게 된 것 때문이다.
정부기관 중 금융감독원이 가장 먼저 ‘악성고객’에 대해서 칼을 들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접수된 민원 9만 5천여 건 가운데 7% 이상을 ‘악성 민원’으로 보고 있다. 민원이 처리 중인데도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 민원이 처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민원을 내는 경우, 해당 민원을 빌미로 관련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폭언이나 욕설을 하는 경우를 악성 민원으로 분류했다. 현재 ‘악성고객’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기준을 만들고 있고, 민원 응대 직원이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다.’라는 등의 내용을 알리고 응대를 중단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뒤따라 이를 시행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는 소식이 함께 들려오고 있다.
[한 화장품 회사가 서비스 일환으로 고객이 직접 화장품 만들기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 사진. 김형래]
옆 나라 일본에서는 시니어의 억지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직원 교체 요구나 엄청난 보상 금액 요구, 업무 방해 등을 비롯해서 현업의 경험을 최대한 살려 조직 개편이나 경영 전략 수정까지 그 범위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규제가 당연하다는 여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시니어의 민원이다. 세대 차가 완연하거나 전문 지식 또는 용어 등이 익숙하지 않아 집요하고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민원을 요구하는 경우 자칫 ‘악성 고객’으로 몰릴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어쩌면 민원을 제기하려면 사전 예행연습이라도 해야 할 판인 셈이다. 아무튼 ‘과한 민원은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상식으로 알아두고, 과도한 민원을 자제하는 현명함도 필요해 보인다.
‘악성 고객’을 고발하는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의도치 않은 경우는 당연히 구제 받을 수 있겠지만, 몰라서 궁금해서 알고 싶어서 민원으로 해결하려는 시니어의 건전한 의도가 ‘고발’ 당할 수 있다는 우려로 정작 필요할 때 민원을 제기하지 않음으로 권리가 위축되지 않았으면 한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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