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 일요일 또 60대 이상의 저축은행 예금 고객은 찬물을 끼얻은 기분으로 뉴스를 응시했을 것이다. 바로 저축은행 일곱 곳이 영업 정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보도된 것이다. 지난 부산저축은행의 퇴출로 충분히 그 고통을 보아왔을 터인데 이번에도 정보에 어두워 알토란 같이 모은 돈을 떼일 처지에 3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양산하게 된 것이다.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의 경우에 VIP 고객에게만 미리 예금 인출을 안내했다고 곤혹을 치른 점 등이 의혹으로 남는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보통 시민들의 분노와 불만은 증폭되고 말았던 것을 기억한다. 불과 6개월 전부터 저축은행의 부실 상황이 크게 보도되고 있었다.
일요일 낮 열두시에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이미 7개 영업정지처분 예정은행에 도착해서 전산실부터 장악하고 지난 2월의 부산저축은행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 흔적이 역력했다. 오후 2시 김석동 금융감독원장이 생방송으로 영업정지 발표를 하는 등 번개와 같이 진행되었다. 하필이면 일요일이었을까? 일요일은 금융거래가 정지된 날이기 때문에 창구에서 고객과 직원간의 마찰이나 관리하기 쉽다는 이점을 활용한 것이다. 그리고 증권시장에 상장된 저축은행도 있고, 이와 연관성으로 추정되는 주식의 시세변동이 금융시장에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유리한 시간을 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발표의 시점도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려한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5천만원 예금자는 총2만5,766 명, 5천만원 초과 예금액은 1,560억원이다. 이중 개인 고객은 2만 5,535명으로 1,433억원이라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이미 보도자료를 통해서 기자들에게 배포되어 월요일 조간신문에 이와같은 객관적인 자료가 전국민에게 알려졌다는 것은 이미 금융감독원은 실태를 다 파악하고 있었고, 발표의 시기만을 조율했언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은 이와 관련되어 책임을 묻는 준엄한 과정을 치루어야 할 것이다. 각종 비위 사실을 밝혀내고, 위법사실을 수행했는지 또는 지시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여기서 불법 사실이 밝혀지면 검찰에 고발되어질 것이고, 은닉재산도 조사받고 온갓 수모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따져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이번 7개 저축은행은 전혀 영업정지 대상이 될 줄 몰랐을까? 3만명에 가까운 고객의 피해가 발생될 것을 해당 7개 저축은행은 몰랐을까? 내 집의 도끼가 ?어가고 있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까? 지난 주 우연히 길거리에서 받아든 전단지 중 하나는 '토마토 저축은행이 자지자본비율이 8%라는 문구가 실린 광고지였다. 금융감독원에서는 추석 연휴 기간동안 기자들에게 '몇 몇 저축은행의 퇴출 가능성이 높으니 5천만원 이상 예금은 인출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흘렸다. 추석 연휴기간이라 아마도 오락 프로그램에 휩싸여 눈에 띄이지도 않았고, 신문에 배달되지 않는 기간이라서 고객들은 이 기사를 놓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영업정지가 되면 그 시점으로 청산해서 남은 돈으로 빚잔치를 해야하겠지만, 고객의 문의 전화에 "혹시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의심이 되시면 고객님의 의지대로 인출하세요."라는 응대는 하면 안되었을까? 쉽지 않은 대답이었겠지만, 과연 금융회사는 고객에게 예금가입을 유도하거나 후순위채를 팔 때처럼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밀착해서 서비스를 발휘했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제일 억울하고 답답한 고객 중 하나는 지난 금요일 추가로 더 입금을 했거나, 인출하러 갔다가 되돌아 온 경우가 아닐까 하는 웃지 못할 상상을 하지 않는가.
[헝가리 관광지에서 만난 시니어 무리, 꿀 같은 은퇴 여행이 갑작스런 위기로 사라지지 않기를 / 사진. 김형래]
왜 항상 금융회사는 유치할 때만 아양을 떨고, 문제가 되면 나는 정말 모른다고 발뺌하고 있는가?
이번 사태로 인해서 향후에 예견되는 가장 큰 불안감은 과연 어떤 식으로든 사전 경고를 들을 수 없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 퇴출된 7개 저축은행 중 토마토, 제일, 제일2, 에이스저축은행 등 네 곳은 금융 당국이 7~8월 경영 진단을 실시하기 전까지만해도 우량 저축은행으로 분류되어 이른바 '8.8 클럽'에 속해 있었다. '8.8클럽'이란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이 8%를 넘고, 부실 여신비율이 8% 이하의 저축은행이었다는 것이다. 일부 신문에서는 앞으로 자신이 거래하는 금융회사의 BIS 비율은 금융감독원 홈페이지를 통해서 확인하라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은 BIS 비율을 얼마나 신속하게 자주 반영을 하고 있는가도 의심하지 않겠는가? 전체 저축은행들은 오는 28일까지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에 지난 한 해(2010년 7월 1일~2011년 6월 30일) 경영실적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과연 나머지 저축은행 모두가 BIS 비율 5%를 넘을 수 있을까?
금융감독원에서는 수시로 감독원에 수시로 들어와서 정보를 확인하라고 한다. 그런데 바로 눈 앞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은행직원을 절대로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주먹이 법보다 더 가깝다는 것을 금융당국은 왜 헤아리지 못할까? 아무튼 이로서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가장 안타까운 것은 60대 이상의 시니어가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자가 높다는 금융 회사의 직원 말에 홀낏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좋은 소식에만 민감하게 반응하고 좋지 않으니 인출하라는 경고에는 둔감했는지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런 더 안타까운 것은 금융감독원장의 기자 회견이후에 가장 먼저 은행 앞으로 달려온 많은 고객 중에 시니어가 많이 있었다는 것이다. 가랑비는 모르나 소낙비에는 반응하는 감각을 좀 더 고추 세울 필요가 있어보인다.
가파른 물가 상승에 가장 큰 피해자가 시니어 계층이라는 보도자료도 있었다. 유럽발 금융 위기론의 기세가 여전히 경기의 먹구름으로 작용하고 있는 시점이다. 생산활동을 접고 젊은 날 쌓아둔 곳간을 지키고 나누어 써야 하는 시니어에게 고단한 한 시기가 될까 걱정이다. 이 참에 한 번 더 반복해서 호소하고 싶다. '금융회사는 고객에게 더 솔직해야 한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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