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Column

[금융주의보-170] 넘치게 쓰면 탈난다는 경험을 다시 배워야 한다.

by Retireconomist 2011. 10. 5.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이후 세계 경제가 깊은 불안 속에 쌓여 있다. 프랑스 신용등급 하락 전망과 함께 유럽 증시가 한때 폭락하는 등 미국과 유럽 전체가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가 앞을 가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각국 정부는 재정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지 못해 빚더미에서 허우적거리고 재정위기 탈출의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다 빠져나오기 힘든 경기 침체의 터널로 빠져들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어 불안감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발을 빼고 싶지만 이미 무릎까지 빠져 들어간 상황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번 글로벌 경제 위기가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물론 지금은 주가 하락 같은 몇 몇 대표적 지표만을 통해서 느낄 뿐이지만 말이다.

 

일단 이번 서구권 위기의 배경과 원인은 아주 간결하다. 국가 재정 적자. 즉 국가가 진 빚이 많고 그것을 갚지 못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 원인이다. 민간에서 시작된 2008년 미국 발 금융 위기 이후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지 못하고 국가 재정으로 덮어 둔 것이 결국에는 곪아 터지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미국내 정치적 갈등이 가라 앉아있던 문제를 끄집어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천문학적 재정 적자 문제의 해결을 놓고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긴축과 연방 정부 부채 한도 증액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며 시간을 지체하다가 미국 정부를 파산 직전까지 몰아간 것이 이번 쇼크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 여기에 신용 평가 기관이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단행한 미국의 국가 신용 등급 강등이 불씨 역할을 한 것이다. 미국의 문제로 그친 것이 라니라 대서양을 건너서 사건이 커진 셈이다. 유로화를 쓰고 있는 유로존(Eurozone) 단일 경제권 전체를 병든 환자로 만든 그리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을 한 축으로 하는 남유럽 재정 문제가 겹치면서, 미국과 유럽이라는 세계의 가장 강력했던 경제 지도국이 중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1차 중병 진단을 받은 2008년 금융 위기 때는 금융 공학의 발달로  집값의 80%를 빌려서 집을 샀던 미국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의 거품 구조가 처음으로 드러났다. 안타깝게도 과거의 실패를 닮은 듯 2011년 유럽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단적으로 인구 4,000여만 명의 스페인에는 현재 빈집이 무려 160만 채나 쌓여 있는 실정이다. 4인 가구가 160만 채에 입주한다면 640만 명이나 살 수 있는 규모로, 스페인 전체 인구의 16%에 해당하는 만큼의 주택을 필요없이 지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거품 현상을 설명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이 동시에 중병으로 신음하고 있는데 누가 나서서 구원해 줄 것인가? 어느 나라가 구원 투수로 등장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경기를 포기할 것인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상 밖의 선수로 중국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중국은 미국이 쌓아 놓은 빚더미의 가장 큰 채권자로 이미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의 국채는 1조1500만 달러. 중국은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개입을 거부했지만, 경제적으로 볼 때 미국 정부가 발생한 국채를 사 줌으로써 미국의 전쟁에 자금원이 된 셈이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위해서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에게 손을 내민 셈이다. 경기가 좋아져서 세금을 많이 거두었다면 미국의 재정은 안정적인 상황으로 돌아갔겠지만, 여의치 못한 상황이었다. 중국도 미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과 미국의 달러를 많이 가지고 있으니 이미 투자한 돈의 안전한 회수를 위해서 미국의 상황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가하게 잡담을 즐기는 중국 상해의 시니어들, 이제 중국이 구원투수로 나설 때가 되었나? / 사진. 김형래]



더구나 중국 정부는 유럽의 적자 문제를 중국 경제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는 적극적인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이전까지 높은 비용 때문에 접근할 수 없던 유럽 시장을 재정위기 뒤 저렴한 비용으로 두드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유로화 매입은 중국이 달러 의존성을 낮출 수 있는 최상의 방법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총리와 주석 등이 앞장서서 유럽을 방문해 중국의 유럽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이미 유로존도 중국에 7천억달러 채무를 지고 있다. 더구나 중국은 재정 적자 위기에 빠진 유럽 국가들에 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직접투자액을 늘리면서 국채를 더 매입할 것을 약속한 상태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국무총리는 지난 6월 말 국빈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서 직접투자와 국채 매입 약속을 받은 뒤 벌써 재정위기의 근심에서 해방된 것처럼 기뻐했었다. 중국은 이런 직접투자와 국채 매입을 통해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유럽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려는 계획으로 구원투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자국의 안정화와 발전을 위해 예나 지금이나 미국과 유럽을 계속 필요로 한다는 것은 파다하게 공유하고 있는 사실. 그러나 중국 내부의 문제가 전혀 없지 않고, 섣불리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를 사들였다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부실 자산만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으니 과연 구원투수를 자처해서 나설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아무튼 중국은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 명단에 오를 정도로 대단한 약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 의료보험 법안을 가지고 그토록 격렬하게 정치 대립을 보였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국민을 위해서는 재정적자가 나는 것과 상관없이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추진론, 그것을 실행할 재정적 여건이 되느냐 하는 신중론의 대립이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시니어의 은퇴 생활 중에서 그 누구도 폼나게 쓰면서 생활하고 싶지 않은 분이 있을까? 하지만 내일을 대비해서 현재의 지출을 조절해야 한다는 시니어 경험을 참고했었다면 지금의 위기 상황처럼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해서 우왕좌왕하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다. 넘치게 쓰면 탈난다는 경험을 다시 배워야 할 때이다. ⓒ 김형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