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의 3년 정착률이 98%에 이른다고 IR을 통해 공시하는 기업이 있다.
인사담당자에게는 특이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고 경영자에게관심 끌기에 충분한 정보이다.
이 당당한 결과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 비밀은 신입사원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이 회사만의 독특한 전통에 있다.
신입사원들은 예외없이 '10년경력설계(Career Design)'를 회사에 제출해야 한다고 한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경력개발이 이루어지는지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연수를 실시한다.
또 10년 동안 회사를 다닌 직원은 다시 지난 10년을 점검하고 미래 10년을 설계하는 '10년 경력설계'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이 회사의 이름은 일본의 교와엑시오이다. 전기통신설비업체로 외면상으로 보면 특이할 것이 없는 회사이다.
하지만 신입사원 정착률은 획기적으로 높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을 찾아주는 역할을 회사가 한다는 점이 주요한 요인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근로자의 퇴직 후 삶까지 고민한다. 53세가 되면 회사와 노동조합, 건강보험조합 등 3자가 참여하는 '인생 계획 세미나(Life Plan Seminar)'에 참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은퇴 후 생활에 대해 철저하게 계획하고 실천하도록 돕는다고 한다.
퇴직 이후까지 염려해주는 기업이라면 직원 정착률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않을까? 물론 그렇게 좋은 회사는 호황기에만 찾을 수 있다고 오해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장기 불황에 시달리는 일본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그러한 생각은 기우에 불과하다. 우리도 불가능하지 않다. 직원을 비용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투자로 생각한다면, 아니 적어도 직원이 매몰비용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한 대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당장 퇴직할 사람들에게조차 은퇴교육을 시키지 않고 있는데 무슨 신입사원을 두고 은퇴계획서를 받으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퇴직 시기가 임박해서 받게 되는 '은퇴 준비 교육'의 대부분은 겉치레가 되기 쉽다.
태풍이 길 건너 건물의 유리창을 깨면서 다가오는데 3중창으로 갈아 끼울 시간이 없는 셈이다. 포기할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준비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은퇴 후 삶이 준비돼 있다는 것은 현재의 삶이 안정돼 있다는 것을 말한다. 교와엑시오는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미국의 미네소타주 주정부 역시 이러한 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해 '프로젝트 2030'이 바로 그 증거이다. 이 프로젝트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85세가 되는 2030년까지 그들의 은퇴 생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주요 내용은 은퇴 후 세상이 떠날 때까지 늘어나는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봉사의 기회를 공유하고, 손자녀와의 돌봄 시간을 늘리고, 레저와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 등이다. 은퇴 계획이 불투명한 베이비부머 세대라면 미네소타주로 이주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제안이다.
기업이 최고의 생산력을 발휘하게 하려면 회사에 대한 근로자들의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근로자 개개인이 앞으로 어떻게살 수 있을지에 대한 확고한 계획을 세우도록 돕는 것은 큰 힘을 발휘한다.
근무하는 기간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복리후생만 강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인생전반에 걸쳐 추구하는 목표를 듣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일하는 기간 동안 우리회사는 함께 고민하고 돕겠다는 의지를 공유하는 것은 어떨까?
그러한 의미에서 신입사원에게 은퇴준비 계획서를 받으라고 권하고 싶다. 입사 후에 방황하지 않고 은퇴 후까지 일관되게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본인이나 기업 그리고 더 나가서 사회 전반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은퇴 준비를 퇴직 1~2년전에 시작하기에는 너무도 시간이 부족하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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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2013년 7월 6일 New1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1.kr/articles/122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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