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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4/19/2013041900649.html
우리나라 퇴직금제도의 도입은 전통적인 농업경제구조에서 전개된 주인과 머슴의 관계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머슴살이하는 경우 근로의 대가는 1년을 단위로 하여 새경의 형태로 주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결혼 등의 계기로 머슴살이를 그만둘 때 주인은 그동안의 봉사에 대한 보답으로 현물이나 금전을 지급하기도 했다. 현재의 퇴직금 제도를 공로 보상적 입장에서 이해하는 견해는 바로 이러한 전통적 관행에서 찾을 수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 관행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못하고, 또한 산업사회에서 퇴직금제도가 노사간의 고용계약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데 반해서 전통사회에서의 머슴살이는 계약이 아닌 세습에 따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머슴과 주인 사이에 있었던 전통적 관행을 퇴직금제도의 출발점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제대로 정립된 우리나라의 퇴직금제도는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 제28조에 퇴직금제도의 내용을 포함시킴으로써 퇴직금제도가 정착화될 수 있었다.
가까운 일본에서 퇴직금의 역사는 400년 전인 에도시대(1597~1868)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엔 봉공인(奉公人·종업원)이 주인집에서 숙식하며 일을 도우면, 주인은 종업원이 독립할 때 주인집과 같은 상호를 쓰도록 했다. 그렇지 않을 땐 일시금인 금일봉을 지급했다. 에도시대의 퇴직금은 봉공인에 대한 공로 보상적, 은혜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지만, 근대로 접어들면서 일본의 퇴직금은 숙련근로자를 붙잡아두기 위한 수단으로 변해갔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메이지(明治) 시대(1868~1911년)에 들어서 일본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으로 군수산업을 중심으로 일손이 모자라게 됐다. 이에 일본의 퇴직금은 숙련된 근로자의 이직을 방지하고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근래 일본에서 종신고용의 전통이 무너지고, 연공서열식 인사시스템이 퇴색하면서, 퇴직금의 의미도 변하고 있다. 장기근속을 유도하기보다는 ‘고령사회’ 진입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서 ‘근로자의 노후소득보장’의 개념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간 관련법은 변모를 겪어가다가 지난 2012년 7월 27일 퇴직연금제도가 전면개편 시행하게 되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전부개정안을 통해서 퇴직금의 원래 취지에 맞도록 근로자가 퇴직금을 노후 보장에 사용하도록 유도하기에 나섰다. 개정안의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는 퇴직금 중간정산 제한이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개정 사항 중의 하나가 바로 제33조 퇴직연금제도 가입제도에 대한 교육사항으로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이다.
가입자 교육이 적절히 제공되지 못할 대 이해부족으로 말미암아 퇴직연금제도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거나, 가입자에 대한 부실한 정보제공과 금융회사의 부실한 적립금 운용으로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가입하는 이른바 불완전 판매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2000년 초 엔론(Enron)과 월드컴(WORLDCOM) 등의 파산으로 자사주에 투자한 401(k) 가입한 근로자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되자 이를 보완하고자 가입자 교육을 강화한 퇴직연금보호법(Pension Protection Act)이 2006년에 제정되었다.
▲ 앞선 금융회사에서는 주요 마케팅인력을 은퇴준비전문가 교육과정을 통해서 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법령에서 가입자 교육을 규정하고 있으나 세부적인 방법과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가입자 교육이 획일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고, 퇴직연금 가입자나 사용자가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적극적으로 내용 추가를 요청하지 않는 한 퇴직연금 사업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가진 맹점이자 강점이다. 강점으로 보자면, 퇴직연금 가입자가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퇴직연금 상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은퇴 이후의 생활에 대해서 조언을 받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퇴직연금사업자가 퇴직 연금과 관련된 사항만이 의무적인 교육 범주에 속할 수 있으나, 은퇴 생활을 풍요롭게 영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퇴직연금이니만치 재무적 은퇴준비뿐만 아니라 비재무적인 은퇴준비에 관한 포괄적인 교육 요구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사업 운영자는 소극적인 교육에 대한 의무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에, 퇴직연금가입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요구하지 않는 이상 더 많은 은퇴 준비 교육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은퇴 준비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당장은 귀찮은 일일 수 있으나, 예상 은퇴 15년 전부터 교육받거나 복리후생 차원에서 은퇴준비 교육이 추진되고 있는 미국 등지의 상황을 미루어 보면 미루거나 외면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권리를 뒤로하고 의무에만 충실한 퇴직연금 가입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같은 목소리로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은퇴 준비 교육에 대한 제대로 된 커리큘럼을 요구해야 한다. 은퇴 준비 교육이야말로 조기 교육이 이루어질수록 기대 효과가 크고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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