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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Senior 골든라이프-17] 내 손으로 만들어가는 행복, DIY 배우기 [GOLD&WISE] 3월호

by Retireconomist 2013. 3. 1.

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국민은행 VIP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 Gold & Wise 2013년 3월호에 게재된 글임 

국민은행 사보 연결 사이트 https://omoney.kbstar.com/quics?page=C017651


시니어의 어린 시절은 ‘직접 만들기’의 천국이었다

‘직접 만들기(Do-It-Yourself)’는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물자와 인력이 크게 부족하던 영국에서 ‘자신의 주변 일은 자신이 해야 한다’라는 사회 운동에서 시작됐다. 독일 출신으로 예술역사학을 전공했다가 유대인 박해를 피해 영국에서 예술역사학을 가르친 니콜라우스 페프스너(Nocholaus Pevsner)는 “영국인은 집, 정원, 차고 일은 자기 손으로 직접 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다”라고 묘사했다. 당시 영국인 반응은 뜨겁게 동의한다는 쪽이었다. 우리 민족도 예전엔 ‘영국인처럼’ 그랬다. 영국인이나 간디의 차르카 운동만큼이나 우리네 생활은 ‘직접 만들기’가 아니면 안 될 정도로 많은 것을 직접 만들어 써야 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겨울철 우리 민족이 즐기던 놀이 중 하나인 연날리기를 통해 ‘직접 만들기’의 추억을 더듬어보자. 다양한 연 가운데 가오리연이나 방패연을 날리려면 직접 대나무를 쪼개고 얇게 갈고 창호지에 밥풀을 이겨붙여서 연을 만들고, 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다듬어 굵은 철사를 펜치로 굽혀서 얼레를 만들었다. 

썰매를 타고 싶으면 먼저 송판을 쪼개고 톱으로 잘라 대패로 다듬고 장도리로 못을 박고 역시 철사를 굽혀서 날을 만들거나 대장간에서 사온 투박한 날에 못질해서 썰매부터 만든다. 다음 대못의 못대가리를 자르고 불에 달구어 손잡이에 심을 박아 썰매를 지치는 꼬챙이를 제작했다. 또 나무 팽이를 만들고 싶으면 무겁고 단단한 나무를 구한 다음, 톱으로 썰고, 끌과 망치로 위는 평평하게 옆은 둥글게, 밑은 약간 뾰족하게 깎아내고 사포로 문질러 거친 면을 다듬고 쇠구슬을 박아 쉽게 돌도록 균형을 잡은 뒤 색을 입혀 치장을 했다. 헛간이라도 새로 지을 때면 어른들이 시키기도 전에 뒷산에서 진흙을 퍼다가 작두에 썬 지푸라기와 섞어 벽돌을 만들던 기억과 연기가 새는 부엌의 아궁이를 고치고, 가을이면 삽을 들고 김장용 냉장고가 될 구덩이를 직접 파지 않았는가? 이렇듯 놀이뿐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이 ‘직접 만들기’였다. 우리네 유전 인자에는 ‘손재주’와 더불어 ‘직접 만들기’가 분명 깊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왕년에 활발했던 ‘직접 만들기’ 유전자를 작동해보자

‘직접 만들기’가 다른 나라를 통해 들어온 시점은 88올림픽이 열린 시기로 추정한다. 과거에는 원재료를 가공해서 실제 사용하는 부분까지 전반에 걸쳐 ‘직접 만들기’ 과정이 진행됐다면 최근의 ‘직접 만들기’는 과거에 비해 절반 정도만 수작업을 할 뿐이다. 그러니 완성도가 낮아 가족에게 외면당하는 수모는 절대로 겪지 않을 것이다. 즉 반제품 상태의 재료를 사서 조립하거나 제작하는 정도여서 사용하는 도구도 도끼나 대패, 거친 톱과 같은 기초 공구가 아닌 드라이버, 렌치, 스패너, 사포 작업이나 페인트 칠 등 마무리 공정 50% 수준이기 때문에 녹슨 손재주를 두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시니어에게 ‘직접 만들기’를 권하는 이유는 뭘까?

취미 생활이나 웰빙을 목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직접 만들기’는 특히 시니어에게 좋은 취미로 손꼽힌다. 시니어에겐 여가 시간이 늘어나고,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으며, 생활 양식의 변화에 따른 가정에서의 비중을 높이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된다. 특히 가장 값진 시간이라는 여유의 혜택을 성취감으로 연결함이 행복을 높일 수 있는 방편인데, ‘직접 만들기’는 그 역할에 잘 맞는 것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또 만지고 주무르고 꿰고 모양을 만드는 그 어떤 일을 통해 손과 뇌가 하나 될 때 두뇌의 행복도는 높아져 치매에 걸릴 확률도 낮다.

요즘 ‘직접 만들기’는 어디부터 어디까지 가능한지 둘러보자. 전통과 관습이 조화를 이뤄 유지되는 영역은 바로 요리다. 주식인 밥 짓기, 빵 만들기, 반찬 만들기에서 간식을 만들어내는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만들기, 요리 재료가 되는 청국장 만들기, 새싹 재배 등도 포함된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유롭고 창의적인 가구 만들기에 도전하는 것도 좋다. ‘뚝딱, 뚝딱.’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가구는 완성 가구보다 개성을 살릴 수 있고, 인공 합판이 아닌 천연 원목과 천연 페인트를 사용해 아토피와 새집 증후군 예방 등 건강까지 챙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패로 나무를 깎을 때는 자연의 향을 맡을 수 있고, 사포로 다듬으면서 완성도를 가늠하는 과정에서 그 나무의 촉감을 느낄 수 있다. 못 박는 소리는 마치 추억의 심장 소리를 듣는 듯해 몸과 마음에 힐링을 안겨주는 작업으로 시니어에게 그만이다.

가구를 처음 만들 때는 큰 기술이 필요치 않아 부담 없는 ‘앉은뱅이책상’부터 시작해본다. 아무래도 시니어는 바닥에 앉아 생활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앉은뱅이책상’은 의자도 필요 없고, 때에 따라서는 간식을 올려놓을 수도 있으며, 잡지나 신문 같은 읽을 거리를 놓고 보기에도 적당하다. 거기에 ‘앉은뱅이책상’에 대한 어릴 적 추억의 한 자락씩은 누구에게나 남아 있지 않은가?

너비는 60cm, 길이는 1m 남짓, 높이는 30cm 정도의 책상을 겨냥해보면 다양한 ‘직접 만들기’ 제품이 나와 있다. 나뭇조각을 접착제로 붙이고 열을 가해서 만든 PB 재질도 있지만, 삼나무 원목으로 만든 것이 인기가 높다. 삼나무는 해충 등 각종 균에 강하고, 향도 좋아 머리를 맑게 하는 피톤치드가 발생한다고 한다. 단점이라면 원목의 강도가 약하다는 것. 원목은 페인트칠을 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이 정도의 삼나무 원목 재질의 앉은뱅이책상 하나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5만원 미만. 요즘 만만치 않은 물가 수준을 생각한다면 은퇴한 친구를 위한 선물로도 훌륭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이를 이기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으로 뜨개질을 선택하는 이도 있다. 바느질을 하면서 손가락에 자극을 주거나, 바늘땀을 세면 치매 예방에 좋을뿐더러 뜨개방에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울증 예방 효과도 있고, 저녁에 불면증을 겪는 어르신은 소일거리로도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특히 규방 공예는 손재주를 높이는 수단일 뿐 아니라 우리 전통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뿌듯한 즐거움이 있다. 능력에 따라 소소한 개인 취미로 머물 수도 있거나 이불·조각보·한복 작가로 나설 수도 있으니 바느질에 관심 있다면 적극 추천한다.

가죽 소품 직접 만들기는 어떨까. 강좌도 명합 지갑, 노트북 케이스 등을 만드는 가죽 소품 클래스나 직접 가방을 제작하는 가죽 가방 클래스 등으로 다양하다. 소중한 사람에게 전문가가 만드는 가죽 제품을 내 손으로 만들어 선사하고 싶으면 바로 도전해보자.


손으로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가치를 갖다

직접 만들기는 저급한 재료로 만든 가구나 식품이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요즘 시대에 자신이 직접 만들기 때문에 제품을 믿고 사용할 수 있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과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과 보람 등 무한한 매력이 결합된 취미 생활이다. 이를 잘 즐기다 보면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뭐든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처리하는 시대에 가구부터 음식과 패션 등에 이르기까지 직접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는 아날로그적 감성 세계를 되찾을 수도 있다.


글 김형래(시니어 칼럼니스트ㆍ시니어파트너즈 상무, <어느 날 갑자기 포스트부머가 되었다>의 저자)


[행복한 인생2막] 내 손으로 만들어가는 행복, DIY 배우기 [GOLD&WISE] 3월호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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