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전후의 베이비붐 세대면 누구나 한 두 번 꿈꾸는 은퇴후 미래는 무엇일까? 바로 ‘귀농’이다.
어릴 적 동구 밖에서 정신없이 친구들과 놀다가 해질 무렵이면 따뜻한 엄마 품을 향해 뜀박질로 되돌아 왔듯이 귀농과 귀촌은 어쩌면 한국인의 정서적 고향인지도 모른다. 시골로 돌아간다는 것은 삶의 뿌리를 찾아 돌아가는 귀소본능이기도 하고, 치열한 도심에서의 전투를 마치고 위로 받으러 떠나는 귀향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네 고향은 도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서 귀농과 귀촌은 의미와 내용이 분명 다르다. 귀농(歸農)은 농부라는 직업으로 돌아가는 것(Return farmer)으로 직업이나 생계의 수단으로 농사를 짓는 다는 것이고, 귀촌(歸村)은 시골로 돌아가는 것(Return to rural)으로 거주하는 곳을 시골로 택해서 옮겨간다는 것을 뜻한다. 뜻을 구분하는 것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사업적 목적으로 ‘귀농’하는 것도, 텃밭 가꾸며 직접 재배한 무공해 채소를 먹으며 낭만적이고 한가로운 전원 생활을 꿈꾸는 ‘귀촌’한다는 것 정도는 구분하는 준비 체조가 필요하다.
그런데 수 많은 예비 은퇴자들이 꿈꾼다고 말은 하지만 귀농 행렬에 실제로 뛰어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성공 신화를 접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아니면 생계에 내몰리듯 이주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럴까? 아니면 그저 쉽게 찾을 수 있는 대안이었지만 가족의 동의를 받지 못해서일까? 대체 무슨 이유로 실천하지 못할까?
생각과 달리 귀농을 실천에 옮기는 은퇴자들 많지 않다.
베이비붐 세대 취업자는 약 532만 명 중 급여 소득자가 320만 명, 우리나라 은퇴 연령 55세를 기준으로 본다면 2010년부터 매년 30~40만 명이 은퇴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은퇴 행렬 중에서 지난 4월 농림수산부식품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0년 전체 귀농 인구는 4,067가구 9,732명으로 조사된 것을 보면 퇴직하거나 은퇴하면 “귀농 하겠다.”라고 행로를 얘기했던 많은 희망자들이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6년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귀농인의 16.6%만이 농업 관련 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많은 도시인들이 준비 없는 귀농으로 실패를 겪거나 필요 없는 시행착오를 자처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 한다.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도시에서 자란 사람이 농업 또는 농촌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뛰어든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준비 없이 도시에서 농촌으로 떠나는 것은 농촌에서 기술도 직업도 없이 도시로 이주하는 것과 똑같은 형국이다.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IMF 때 수 많은 실직자들이 농촌에 가면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귀농 대열에 뛰어들었던 귀농인의 90%가 다시 도시로 돌아갔다는 조사 결과가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귀농 분위기는 한층 밝아지고 있는 편이다.
은퇴자 전후의 베이비붐 세대만이 관심 있는 것이 아니라, 은퇴자를 모시려는 지방자치 단체의 환영 분위기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지방 시군 자치단체가 안고 있는 가장 커다란 공통의 행정 과제인 인구 유입이라는 숙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지방의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면 중앙 정부의 지방 교부금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통폐합이라는 엄청난 불안감이 따라 오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귀농인 지원 방안은 파격에 가까울 정도로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대안으로 바뀌고 있다. 귀농 가구에 현금 지급을 늘리는 방안이 늘고 있는데 예전과 달리 융자를 줄이는 대신 보조금을 늘리고, 지차체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빈집 수리나 귀농 교육비, 선도 농가 취업 시 현장 실습비, 정착사업비, 의료비, 장학금 지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지방자치체간 경쟁으로 인해서 과수원 조성비, 농기계 구입, 농지 구입에 따른 취득세, 등록세 면제 및 이자를 지원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물론 기존 농가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고 재정의 문제도 있지만 당분간 그 혜택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귀농을 원한다면 반드시 사전 검증 단계를 거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바로 봄이 되면 주말농장을 찾아서 가능성을 확인해 보는 것이다. 경작 규모는 작아도 실제 농사와 비슷하고, 농사 정보도 얻을 수 있고, 농기구를 빌리거나 씨앗, 비료 그리고 농약 사용법 등을 실습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사 이외에도 이웃 농장의 경작자들과 교류하면서 정보도 교환할 수 있고, 채소를 구분하고 경제성을 가늠하는 등 부수적인 효과가 매우 크다. 그 과정에서 함께 이주할 배우자와 가족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 주말농장에 대해서 가장 많은 정보가 있는 곳이 농협중앙회에서 운영하는 ‘주말농장 (http://www.weeknfarm.co.kr/ 전화 02-2080-5588)에서 많은 농장을 검색할 수 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귀농을 시작하겠다는 결심이 서면 땅부터 살 것이 아니라, 전문적으로 귀농 교육을 실행하는 천안 연암대학의 귀농지원센터 (http://www.uiturn.com/ 041-580-1114)에는 오는 3월부터 2개월 합숙의 ‘2012 도시민농업창업교육 12기를 모집 중이다. 교육비는 40만원. 또는 여주 농업경영전문학교(http://www.yeoju.ac.kr/ 031-883-8272)에서는 귀농귀촌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귀농도 교육을 받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곳에서는 귀농지 선정부터 토지구입, 작물의 선택, 현장 실습 등을 통해서 사전적인 귀농 준비를 철저하게 지도해 주는 곳이기에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김형래
본 칼럼은 교보생명에서 매월 발행하는 잡지 'Health & Life' 2012년 3월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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