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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금융주의보-189] 수명이 연장될수록 은퇴 준비가 다급해지는 근거

by Retireconomist 2012. 2. 22.
지구 인류 여러분의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s) 시대의 도래를 축하합니다.
 
이 메시지가 주는 의미는 인류에게 있어서 꿈과 같은 도전의 결실이고 최근들어서는 워낙 자주 언급되는 상황이어서 낯설지 않은 주제이다. 인류의 100세 수명이 눈 앞에 다가와 있다는 것이다. 인류가 달을 정복하기 위한 우주의 역사가 있었듯이, 수명 연장을 위한 수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의 노력과 생활여건의 변화가 꿈의 목표 달성이라는 위업을 만들어 냈다고 자축할 만한 일이다. 최근의 수명 연장속도는 1년에 6개월씩 늘어나는 경이적인 속도까지 붙은 상태이다.

"오래 사세요."라는 인사도 반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이 세태이다보니, 단순히 생명만 유지하면서 기록 갱신의 목표점을 둔 건조한 의미가 부담스럽게 다가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의학 기술의 발달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목표로 두지만, 불편해도 숨이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으로 오인되어 불편하게 다가오는 간접 경험도 작용했을 것이다.

축하받을 100세를 살기 위해서 필요한 의식주 준비가 필수적이고, 준비 상태나 수준에 따라서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로 갈라서야할 수 밖에 없다는 계산된 예상이 사전 준비를 서두르게 만들고 있다. 그간의 수명 연장도 이러한 조급증을 확산시키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진다. 은퇴 후 10년만 살다가 하나님 곁으로 떠난다고 가정한다면 노후 준비는 10년치만 준비하면 되었는데, 최근의 상황을 견주어보면 은퇴 시기도 빨라지고 은퇴 후 생활기간도 길어져 30년 이상을 예상하는 이들도 많아진 것이 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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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한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온 할머니와 가족]  
 
금융회사가 만들어낸 은퇴 준비금액이 쉽게 이해되지 않고 복잡하고 따라 계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니, 그것을 쉽게 풀어 어림잡아 직접 계산해보는 것은 아주 유용한 결심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소득의 증가나 물가변동, 투자 이익 등은 감안하지 않고 쉽게 쉽게 계산해보자. 물론 이 계산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예시일뿐, 실제 급여의 증가나 세금, 물가 상승, 가족관계 등 구체적이거나 정교하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근로기간 30년 동안 월 100만원씩 받으며 일하고 은퇴기간이 10년이라고 가정하면 총 소득기간은 30년*12개월 = 360개월이 된다. 그리고 총 소득액은 3억6천만원이다. 그런데 은퇴 후 10년을 소득없이 생활하기 위해서는 일할 때 번 것을 나누어서 일할 때와 같은 수준으로 쓴다고 하면, 월 75만원은 쓰고, 25만원은 저축해야 한다. 그러면 은퇴 후 10년 동안 75만원 수준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 즉, 근로기간과 은퇴기간은 공히 75만원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있다. 그 계산 근거는 360개월 * 100만원 = 480개월 * 75만원이라는 등식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은퇴기간이 30년으로 늘어나면 총근로기간은 360개월이지만 총소비기간은 은퇴기간을 포함해서 총 720개월로 늘어난다. 소득기간 30년(= 360개월)+은퇴기간 30년(= 360개월)이 되기 때문이다. 앞서 계산한 같은 급여 월 100만원을 기준으로 은퇴기간까지 동일한 수준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총소득인 3억6천만원을 총 소비시간 720개월로 나누면 월 소비금액으로 50만원이 산출된다. 즉, 은퇴기간 30년을 살기 위해서는 급여 월 100만원의 소득 중 매월 50만원은 저축하고 월 50만원을 소비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같은 급여수준인 월 100만원 소득으로 같은 기간 30년간 일을 하더라도 은퇴기간이 10년이면 월 75만원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있으나, 30년일 경우는 월 50만원 수준의 생활로 내핍해야 은퇴 후 30년을 근로기간과 같은 수준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준비시기가 늦어질 수록 준비해야 할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하고 과거보다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수명은 점점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수명이 늘어난다고 소득의 기회인 근로 기간을 비례해서 늘려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수명이 늘어날수록 은퇴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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