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내 집'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이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곳에 4억~5억원의 집을 사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집을 그 돈에 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착각이다. 대출금이나 교통비 등 기타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제 집값은 6억~7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출퇴근 시간이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집을 얻어 월세 100만원 정도를 내고 생활하면 10년에 1억2000만원, 30년에 3억600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결국 그 기간 동안 2억4000만원~3억4000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게 된다. 아낀 돈은 교외에 작은 별장이나 전원주택, 주말 주택을 사는 것이다. 주중에는 다소 좁더라도 회사 근처에서 출퇴근하는 생활을 하고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는 자연에 둘러싸인 곳에서 생활한다. 불가능한가?
둘째, '마이 카(my car)'에 대한 것이다. 도시 생활자에게 마이 카가 반드시 필요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대중교통이 발달한 도시에서 오히려 길이 막혀 불편한 차를 굳이 굴리려는 것은 '마이 카= 사회 신분'이라는 의식 때문 아닌가. 자동차에 쓸데없이 GPS를 깔고, 달릴만한 곳도 없는데 SUV를 사는 것은 모두 허위 의식이다. 주말에 셀프 세차하는 것은 또 어떤가. 자신의 연봉을 시간급으로 환산해보면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경력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거나, MBA를 공부하는 것이 백번 낫다. 차가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셋째, 교육비는 또 왜 그렇게 많이 쓰는가. 가계에 부담을 주는 요인 중에서 식비와 함께 교육비가 3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고액 납세자 명단을 보면 그런 공부를 한 사람이 별로 없으며, 현재의 교육으로는 미래 사회에서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없다. 학원 강사에게만 모든 것을 맡기는 현재의 교육 방식, 즉 교육의 아웃소싱은 아이의 미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점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자녀를 돈으로 교육시키려고 할 게 아니라 시간을 들여 교육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얘기는 한국 이야기가 아니다. '부의 위기'(국일증권 펴냄)의 저자 오마에 겐이치는 마치 한국과 비슷한 일본 사례를 적나라하게 지적한다. 현재 일본은 장기 침체속에서 소득계층이 양극화되고 M자형 사회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의 상식으로 여겨지던 '총중류' 사회가 붕괴하고 연간 수입이 600만엔 이하인 중하류 계층 이하의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하게 됐다. 이런 구조적인 변화 앞에서 개인, 기업,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국내 상황과 너무 유사해서, 오히려 이 때문에 대안의 현실성을 의심하게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어쨌거나, 저자는 중하류 계층 이하의 생활을 풍요로운 생활로 바꾸는 '질적 변화'를 제안하는 한편 만약 이것에 실패한다면 앞으로도 20년 동안 몰락의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본 일이라고만 치부하기엔 뒷맛이 다소 씁쓸하다. 오마에 겐이치는 경영컨설턴트로 활약하면서 'The Next Global Stage' '하프 타임' '맥킨지 문제 해결의 기술' '차이나 임팩트' 등의 저서를 냈다. 이번 책은 최근 일본 사회에서 이슈로 떠오른 이른바 '하류 사회'의 연장선에 있다.
부의 위기/오마에 겐이치 지음/지희정 옮김/국일증권경제연구소 펴냄/296쪽/1만2000원
日 ‘중류층 붕괴’ 통해 ‘소비의 지혜’ 배우고
‘중류층이 끝장난다’는 자극적인 부제가 달린, 일본 사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평론가 인 저자에 따르면 지난 1990년대 거품경제가 붕괴한 일본에서는 사회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 이른바 ‘1억 총중류’라고 하던 중 류층이 붕괴하는 대신 중·저소득층과 고소득층으로 나뉘면서, ‘M자형 사회’로 이동하는 것이다. 소득격차에 따른 양극화 현 상이 미치는 영향은 개인의 생활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장의 극 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사회나 국가 구조 자체에도 커다란 변혁 을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되면서 문제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줄어드는 생산계층에 반비례 해늘어나는 의료비와 연금 등 사회보장비는 재정 파탄, 국가 파탄 마저 불러올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일본의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 로 보이나, 이는 중국 특수와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것으로, 과거의 경기회복과는 본질이 다르다. 요컨대 비아그라를 먹은 것과 같은 일시적인 경기회복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사회적 시한폭탄’이라는 특집 기사에서 “한국의 양극화 문제는 한국 사회 전체를 날려버릴 수 도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지적했거니와, 한국의 중산층 붕괴와 양극화는 일본보다 더욱 심각하다. 당장 10년 뒤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책의 앞부분에서 일본의 경제 및 사회 변화를 조명한 저자는 중 하류 사회를 피하는 것이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문제 는 중하류 사회에서 살아남기라는 것이다. 책은 기업의 대응으로 중하류층 시장을 겨냥한 이른바 저가 고급품을 키워드로 시장전 략을 살피고, 정부의 대응으로는 경제 대국보다 ‘생활자 대국’ 을 겨냥, 발상의 전환에 기초한 과감한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 한다.
'피할수 없는 양극화' 해법 제시
우리 경제 최대의 고민거리중 하나인 양극화. 그러나 우리만의 고민은 아니다. 1990년대 신자유주의가 세계 경제의 주기조가 된 이후 양극화는 전세계적 현상이 됐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부의 위기’는 이런 일본사회의 양극화문제를 진단하고 나름의 해법을 내놓은 책이다. 저자는 오마에 겐이치.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보수우익의 논객이며 재벌옹호론자로 유명한 사람이다. 지난 2004년 국내 강연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실명 비판해 논란을 만들 정도로 독설가로 유명한 그답게 책에는 과감한 분석과 거침없는 발언이 넘친다. 일본 사회의 ‘총중류층’이 붕괴하고 있으며 이를 방관했다가는 총체적 국가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그의 분석은 섬뜩하다.
책 속에는 맥킨지 일본 지사장을 지내는 등 세계적인 컨설턴트이자 경영전략전술가로서 전세계 경영인의 관심을 받아온 저자의 경제에 대한 통찰력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물론 책에서 그가 제시하고 있는 해법들은 보수 우파적 그의 생각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들. 그는 양극화 문제를 분석한 후 개인, 사회가 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각각 제시하고 있는데 사회를 변화시키기 보다는 변화에 적응하라는 주문이 주를 이룬다.
개인의 경우 구조변화를 깨닫고 자신의 수입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소비를 하는 등 의식을 개혁해야 하고, 기업은 양극화를 통해 생겨난 새로운 시장인 중하류층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정부에게는 소수이익집단을 지키는 규제와 보조금의 철폐, 공무원감축 등의 고강도 해법을 주문한다. 양극화를 그는 피할 수 없는 지각변동이라고 인식하고 여기서 살아 남는 법을 적극적으로 제시한다. 때문에 비록 객관적 데이터에 의거해 쓰여졌지만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많다.
日 '중산층 붕괴' 남 일 아니네 ‥
월가의 저명한 경제 칼럼니스트인 블룸버그통신의 윌리엄 페섹 아시아경제 칼럼니스트는 최근 "한국 경제가 과도한 부동산 투기와 정책마비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답습할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일본의 자부심으로 통하던 '전국민 중산층',즉 '총중류사회'가 붕괴돼 '하류사회'의 늪에 빠진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 경제의 중대한 구조변화에 주목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소득감소에 따라 중.저소득층과 고소득층으로 나뉜 'M자형 사회'가 됐고,그 결과 연간 수입이 600만엔 이하인 중하류 계층이 전체 인구의 80%나 된다는 것. 따라서 기업의 시장전략과 개인의 생활,국가의 존재방식도 이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개인은 사회의 구조변화를 깨닫고 의식을 개혁해야 한다. '총중류'의 상식을 말끔히 버리고 자기 수입과 생활양식에 맞게 소비해야 한다는 것. 기업은 최대 시장인 중하류 계층을 겨냥해 가격은 낮지만 감각은 고급스러운 상품을 개발하는 등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정부 역시 아웃소싱으로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이는 등의 과감한 개혁조치를 통해 600만엔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는 '생활자 대국'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저자는 제안하고 있다.
양극화 시대, 어떻게든 살아남기
화끈하다! ‘중류층은 끝장난다’란 부제의 우울한 책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경기 침체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저소득층과 고소득층만 남은 양극화 사회. 이미 한국 사회의 현주소다. 최근 아파트 값 폭등, 부동산 대란도 결국 양극화를 내재한 문제 아닌가. 양극화를 다룬 책이니만큼 ‘한국의 양극화 문제는 한국 사회 전체를 날려 버릴 수도 있는 시한폭탄’(뉴스위크 2006년 1월 23일)이라는 보도를 기억한다면 더욱 실감나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 경기 침체로 인한 일본 중산층 ‘총중류(總中流)’의 붕괴를 다룬 이 책은 양극화란 21세기 화두를 향해 우회나 은유의 방식이 아닌 고속 돌진을 택한다. 장황하게 양극화 폐단을 설명하고 애매모호한 해결책을 남발하지도 않는다.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전문가인 저자는 중하류 계층이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한 상황,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으로 재편된 M자형 일본 사회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단호하게 대세를 인정한 후에는 바로 ‘대안’에 집중한다. 저자는 각종 데이터, 그래프를 바탕으로 ‘개인, 기업, 정부가 양극화 시대에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기업에는 ‘난차테지유가오카’란 단어 하나를 던졌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감각은 지유가오카(고급 점포가 즐비한 도쿄의 부촌)풍의 상품과 서비스를 말한다. 양극화 시대 기업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최대 시장인 중하류 계층에 어떻게 접근하는가가 핵심이라는 것. 고급스러워 보이는 북유럽풍의 생활용품을 100엔에 파는 ‘내추럴키친’의 성공, 고급 소파풍의 커버를 수시로 바꿀 수 있게 만든 아이리스오야마 가구 등 구체적인 사례가 소개된다. 대중에게는 ‘편견 버리기’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저자는 일본인들은 상품 선택 기준이 실용적이라기보다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한다. 광우병 염려 때문에 안전한 것으로 판정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거부해 쇠고기 값이 급등한 상황, 국산만이 맛있고 안전하다는 고정관념, 일본인의 마이카 신앙 등을 비판적으로 해부한다. 그 결론은 사회 구조변화는 거스를 수 없지만 개개인의 의식 개혁을 통해 연간 수입 600만 엔으로 상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정부는 필요 이상의 규제나 산업보호 때문에 국민의 생활비용이 상승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강조한다. 국내 농산물 보호를 위해 지출하는 농업보조금으로 해외 곡물회사를 매입하는 방법, 공무원 인력의 아웃소싱, 중앙집권적 정부 시스템을 11개의 도주제(지역국가제)로 전환하자는 등 구체적 개혁안을 제시한다. 제목의 무게감 때문에 이 책은 담론적인 사회과학서로 보이지만 막상 읽어 보면 양극화 시대의 처세를 다룬 실용서라는 느낌이 강하다. 양극화 대처 방안이 너무 확실하고 단호하다 보니 오히려 책의 진정성이 의심될 정도. 더구나 세계 유수 언론의 인터뷰가 줄을 잇고 있다는 자화자찬까지 감안하면…. 그런데도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과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는 한국 경제에 이 책의 시사점은 특출나다. 저자는 말한다. “일본의 경기 침체는 경기 문제가 아니다. 자금, 재화의 유통이 간단하게 국경을 넘을 수 있게 되면서 전 세계에 양질, 저가의 물자가 동시에 흘러가게 됐다. 일본 디플레이션은 역사적인 시점에서 ‘물가의 정상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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