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지각 출근 얘기다. 취직 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사원 시절, 출근을 서두르다가 하숙집의 문고리 옆에 삐져나온 못대가리에 양복바지의 허벅지 위치가 커다랗게 'ㄱ' 자로 찢겨져 내린 적이 있다. 하숙집 아주머니는 이 모습을 보고는 나의 아랫도리를 분홍색 보자기로 감싸주었다. 넥타이에 양복 입은 신사가 분홍색 치마를 두르고 골목길을 달렸다. 다행스럽게 골목 어귀에 있는 세탁소가 문을 열어서 시간을 채촉하고 동동거리며 '짜깁기' 수선을 받았다. 물론 그날은 지각이었다. 생각만해도 식은 땀이 나는 기억이다. 양복이 한 벌 더 있었더라면 갈아입고 출근을 했을 텐데, 그 당시 나는 단벌 신사였다. 그리고 '짜깁기' 수선도 보편적이어서, '짜깁기'한 양복을 입는 것이 부끄러움의 대상도 아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옷수선 집에서는 짜깁기라는 품목이 사라졌고, 기술자도 없어진 모양이다. 물론 무릎을 기운 바지도 거의 사라졌다. 단지 옷을 통해서 보더라도 그만큼 생활이 나아졌고, 내핍 생활을 궁핍한 것으로 오인할 정도로 소비의 풍요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 모두 베이비붐 세대의 앞 세대부터 시작된 경제발전의 산물이고 근면 성실로 쌓아온 경제력으로 이어진 소득 증가가 가져다 준 선물이 아닐까.
그런데 이제는 지나칠 정도의 소비 탓에 오히려 더 많은 불편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삿짐을 운반하는 차량이 오면 으레 따라오는 청소차량이 그 모습이다. 오래 살면 살수록 많아진 '묵은 짐'들을 정리해야 계기가 바로 이사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좁은 집에 집에 '사다 논' 물건으로 앉을 자리가 편치 않은 장면을 보기도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너무 많이 소비하지 않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 농민운동가가 쓴 "요즈음 사람들은 죽으라 일해서 돈을 벌고, 죽으라하고 사고는, 죽으라 하고 버린다."라고 초과 소비에 대해서 비웃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고객과의 약속이라고 해서 사람이 타지도 않은 에스컬레이터가 쉼 없이 돌아가고, 단 두 명의 관객을 위해서 그 넓은 영화관은 싸늘하도록 냉방기를 돌리고, 한 명의 승객을 태운 고속버스는 먼 지방을 향해 정시에 출발한다. 고르는데 두 세 시간을 들인 옷가지도 한 번 입고 나가서 동료에게 어색한 것 같다는 평을 받고는 다시는 입지 않는 옷으로 분류되고, 가득 옷장을 채운 정장들을 보면서 모임에 나가기 전 또 옷가게에 들러야 하는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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