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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준비하는 재테크-087] 다들 '은퇴설계'만 하면 '은퇴시공'은 누가하나?

by Retireconomist 2012. 1. 13.

올 한해는 은퇴 관련 뉴스가 봇물을 이루고 세간의 관심에서 크게 부각되었던 중요한 시점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조직을 신설한 모 금융회사가 은퇴관련 조직을 신설하면서 이렇게 보도자료를 만들어서 기자에게 배포했다. ‘개인자산 증대와 은퇴시장 확대를 대비하여 전담연구조직인 은퇴설계연구소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신설했다.’ 은퇴에 관한 금융회사의 관심이 지대하고 적극적이라는 측면에서는 보건복지부를 제외하고 어느 대표기관에서 이렇듯 관심을 보이는가 싶을 정도로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보도자료를 통해서 밝힌 순수한 의도는 그야말로 은퇴시장이 확대되니 이를 계기로 개인자산 증대의 기회를 삼도록 하고 또한 이에 대해서 연구 조직을 만들어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왜 대표이사 직속으로 했을까? 다른 사업부분과의 갈등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대표이사의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인가? 그리고 은퇴하는 시니어에 대해서 연구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은퇴 후 생활에 적합한 은퇴자금 운영방식에 대해서 새롭게 운영할 방법을 연구하겠다는 것인가?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서 직접 관할 조직을 관장하는 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떤 업무를 하실 예정인지요?” 의외로 실망스런 답변이 되돌아왔다. “아직 준비된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무엇을 할지 지금부터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아요.”라는 것이다. 보도자료를 통해서 보여준 기개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대표이사의 의중을 읽지 못했거나 조직을 맡은 이가 미처 답변할 준비가 안되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성급한 질문 탓으로 통화를 마무리했다. 아마도 이 금융회사의 대표이사는 이 조직을 통해서 퇴직연금 가입실적을 주기적으로 확인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 조직의 명칭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쨋거나 올 한해는 많은 객관적인 정보가 미디어를 통해서 호모헌드레드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면서 은퇴 이후의 생활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급속하게 확산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정도가 되었다. 은퇴에 대해서 막연하게 다가올 숙명으로만 생각하고 지냈다면 그 이후의 생활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 시키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미래에 전혀 발생 가능성이 없는 사건을 대비하라는 것과 같은 막연하거나 설득력 없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상황으로 보아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슬로베니아에 있는 포스타냐 동굴 앞에서. 새해에는 전 세계 시니어들이 이와같은 행복을 누렸으면! /사진.김형래

그런데 하나같이 은퇴에 관해서 이제서야 연구해보겠다고 하거나, 아니면 설계를 하겠다고 하는 조직의 명칭에서 실망감을 버릴 수 없다. 다른 금융회사에서 사용하는 명칭이니까 함께 쓰더라도 무난하기 때문에 같은 조직의 명칭을 쓰기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설계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설계만하면 은퇴 생활이 즐겁고 행복할 것인가? 계획만 세우면 실천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는 얘기인가? 마치 은퇴설계소를 만들어놓은 금융회사들을 보면 건축설계사무소가 즐비한 거리를 보는 느낌이다. 은퇴는 설계만하면 은퇴 시공은 누가 하나?

그래서 이제는 막연한 환상으로 은퇴를 위해서 돈만 준비되면 된다는 은퇴 초보적 발상을 벗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퇴한 그들의 돌이킬 수 없는 재산형성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현재 생활에서 보다 즐겁고 행복하고 보람 되게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울 것 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금융회사의 설립목적이 고객의 자산을 유치하고 운영해주어서 이익을 남기려는 원천의 이유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눈 앞에 보이는 돈에만 심취해있는 근시안적인 태도로 은퇴 시장을 바라보아서는 인생 9단의 시니어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내년 성공적인 은퇴 시장을 이끌 회사는 바로 시니어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곳이고, 은퇴 설계로 의무를 다하는 곳보다는 은퇴 후 인생에 즐거움을 함께 나눌 준비가 된 회사가 될 것이다. 결국 시니어의 선택도 이런 금융회사에 쏠릴 것이 분명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왕 시작했으니 내년은 은퇴를 단지 설계만 하는 모든 금융회사가 가진 한계점을 뛰어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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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1/12/20120112008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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