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전후로 해서, 소위 사오정, 오륙도가 유행어처럼 번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직장생활이 주는 무게는 나이와 직결되는 경우를 표현하는 경우로, 서로를 격려하기보다는 생존에 내몰리면서 남들을 생각하는 여유가 없었던 시절이지요. 아마도 그 이후의 풍속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살벌한 것 같습니다.
사오정, 오륙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과감하게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사장'님의 반열에 오르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더 이상 나이 들기 전에 독립하여 평생 퇴직 없는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겠다는 분들이시지요. 바로 '창업'의 길에 들어서는 것인데, 명예퇴직이 아니더라도,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에게는 '퇴직'이라는 숙명의 길이 항상 앞에 놓여져 있기 마련입니다.
"제빵 기술을 배워서 빵가게 주인이 되려고 학원에 다니고 있어!"
입맛도 변하고, 비교적 일도 깨끗하고 강도 높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빵가게 주인'이 선배 K형이 가진 미래상이었나 봅니다. K형은 고된 직장을 마치고는 집으로 향하지 않고 제빵학원에 6개월 동안 개근으로 출석했다고 합니다. 필기시험도 합격하고 합격자 발표 한 달 뒤에 실기시험까지 치러 결국 '제빵기능사'가 되었습니다. 그럼 K형의 빵가게는 잘되고 있을까요?
"빵가게를 열려고 마땅한 자리를 알아보자니, 닫는 빵가게가 많아 놀랐다."
그 어려운 시절에 수 십 년간 빵 만드는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빵가게들이 운영난으로 문들 닫는 곳이 수두룩한데, 수 십 년간 직장생활하던 직장인이 고작 6개월간의 훈련으로 창업시장에서 과연 이겨낼 수 있었을까요?
"빵가게를 열려고 복덕방을 두루 두루 다니다 보니, 온통 내놓은 빵가게 뿐인 것 같더라. 그때 덜컥 사표를 던지고 창업전선에 나섰다면, 나도 희생자가 되었을 것은 자명한 일이 될 것 같더라."
K형은 냉혹한 시장 현실을 본인의 눈으로 보고 나서야 지난 6개월간의 외도에 종지부를 찍고 직장생활에 전념하기로 했답니다. 아직도 잘 다니고 있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다행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K형이 다시 도전해야 할 미래의 창업 업종이 궁금해 지기도 합니다.
"새로 시작하는거야 그렇지만, 기존에 하던 사업 물려받으면 괜찮지 않을까?"
얘기를 잠깐 돌려 고속도로 얘기로 풀어가겠습니다. 지난 7월15일 서울-춘천간 고속도로가 개통이 되었지요. 그래도 길이 막히네, 속도 단속을 안 해서 무법 질주가 공포수준이네 하지만,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또는 준비하는 입장에서 고속도로는 어떤 의미일까요? 한 편으로는 호재이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악재라고 보여집니다.
춘천의 막국수나 춘천 닭갈비는 고속도로 개통 덕분에 재미를 톡톡히 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기왕이면 현지에서 먹어야 제 맛이니 기존의 춘천 원조를 찾아가며 많은 고객이 몰리겠지요. 허나 큰 금방들은 걱정이 많아집니다. 길이 막히면 오가는 시간을 따져보고는 지방의 큰 금방에서 패물이며 예물을 준비할 텐데, 길이 뚫리면 당장 대도시나 서울로 더 많은 상품을 보러 몰려들지 않겠습니까? 물론 돌반지나 소소하게 팔리던 작은 금방들이야 별반 차이가 없겠지요. 돌반지 사러 고속버스에 올라타지는 않을 테니까요.
고속도로 하나만 뚫려도, 그 지방 도시의 상업 구조는 바뀔 수 밖에 없습니다.
기존에 잘 되는 사업도,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주변 환경에 따라 변모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존의 사업을 인계 받는 것이 창업의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계신다면 그도 그리 바람직한 방법은 아닐 것입니다.
퇴직 후, 은퇴 후 소창업을 통해서 정년 없는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겠다고 생각하신다면 몸소 그 사업에 대한 체험과 폭넓은 식견으로 미래를 내다 보고 준비부터 신중하게 시작해야 실패를 줄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K형이 고속도로 뚫렸다고 신이나 있던데, 고향에 대형 금방 차리러 떠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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