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처 펀드(Vulture Fund)란 부실한 자산을 싼 값으로 사서 경제 여건이 좋아지면 비싼 값에 되팔아 차익을 내는 기금이나 회사를 말한다. 벌처(Vulture)란 독수리의 한 종류이다. 썩은 고기를 먹는 독수리의 습성을 빗대어 하는 단어이기는 하나, 약한 자를 희생시키는, 무자비한, 욕심 많은 사람, 남을 속여 먹는 사람, 사기꾼 등을 일컬어 벌처라고 한다. 따라서 벌처 펀드는 파산한 기업이나 경영난에 빠져 있는 부실기업을 저가에 인수한 뒤 되팔아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올리는 자금을 말하기도 하지만, 남의 희생을 바탕으로 수익을 남기는 자금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벌처 펀드의 본질이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에 자금 동원력이 있는 금융회사들이 부실 회사를 인수해서 고가에 매각하는 벌처펀드가 유행했었고, 한국에서는 회생이 힘든 업체의 구조조정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1999년에 도입되었으며,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orporate Restructuring Corporate, CRC)라고도 한다.
경기침체, 지방 미분양주택 증가 등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최악의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의 사업성을 보고 사업자금을 장기 대출해주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하 PF)마저 PF 연체율이 꾸준히 늘면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국내 최대 은행 중에 하나인 PF 대출과 관련한 비리혐의를 포착, 본점을 압수수색함으로써 PF 시장은 더욱 움츠러들었다.
금융권에서 건설업계 쪽으로 돈이 흘러나오지 않는 데다 정부가 구조조정 대상 기업 건설사들을 발표한 이후에 사업성은 있지만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된 ‘실패라는 아픈 과거가 담겨진 그러나 스스로 회생하기 어려운 그러나 알짜 먹잇감’이 쏟아지고 있다.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 사업장을 비롯해 미분양 아파트, 연립·다세대 주택, 미착공 택지까지 전례 없는 다양한 매물이 시장에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쌓여가는 미분양 아파트나 환급사업장을 헐값에 매입한 뒤 상승장에서 비싸게 파는 ‘벌처펀드형 부동산 투자’가 새로운 투자기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정크 본드 (Junk Bond)가 세상을 휩쓸던 시기가 있다. 투기의 광풍시대를 이끌었던 정크 본드. 정크(junk)란 ‘쓰레기’를 뜻하는 말로 직역하면 ‘쓰레기 같은 채권’이다. 기업의 신용등급이 아주 낮아 원금과 이자 상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채권 발행이 불가능한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로 ‘열등채’가 맞다. 신용도가 낮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으로 원금과 이자 상환에 대한 불이행 위험이 큰 만큼 투기적이 요소를 감안하여 이자가 높기 때문에 투기의 대상이 되었던 적이 있다.
우리 기억속에도 생생한 '한국 사세요'펀드가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하나 이를 미끼로 높은 이자를 지급했던. 그러나 결국에는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까지 다 날려버리게 했던 기억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쓰레기(정크 Junk)에 투자한다는 것은 온당치 않은 투자 방법이다. 아니 투기일 뿐이다. 시니어의 투자 대상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면 벌처펀드에 투자하면 모두 다 성공하는 것일까? 다 성공하면 좋으련만 벌처펀드의 성공확률은 3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수익 뒤에는 반드시 고위험이 있다. 고위험을 먼저 내세우는 상품은 없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고수익 뒤에 고위험이라는 조건이 빠진 경우는 없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나마 벌처 펀드라는 것이 실패로 중단된 자산에 가치를 불어 넣고 재기의 기회를 주는 배려가 있는 상품이라고 애써 높이 평가하려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벌처 펀드 뒤에는 쓰라린 실패가 있었다는 사실을, 남의 실패를 나의 이익으로 돌린다는 잔인한 과거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물론 성공 확률도 30%이면 그리 높은 편도 아니지 않는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니어라면 벌처펀드를 통해서 수익을 얻으려고 기대하지는 않지 않을까?
김형래 (주)시니어파트너즈 상무. COO (hr.kim@your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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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06/20110406008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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