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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준비하는 재테크-062] 남편들이 아내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

by Retireconomist 2011. 7. 11.



가까운 일본에서 황혼이혼이 급증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이른바 재산분할 청구권에 대해서 재해석이 내려진 경우인데, 결혼기간 동안 재산 형성에 공동으로 이바지한 부분을 인정하고 이혼으로 말미암아 가져올 수 있는 노후 생활 불안정에 대처하려는 방편으로 근로소득은 없었으나 가정주부로서의 역할을 남편 소득과 같게 인정해주는 법안의 개정이 바로 그것이다. 


'젖은 낙엽'으로 비유한 일본 중년 남성들의 비굴한 모습은 바로 '황혼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 매달리는 노년의 남자들과 닮았다는 서글픈 풍자에서 찾을 수 있다. 1990년대 일본에서 거품경제가 꺼지고 민법상 재산분할 청구권을 통해서 자녀 모두 출가시킨 여성이 남편의 정년퇴직에 맞추어 요구하는 '정년퇴직 이혼'을 비롯해서, 막내아들의 신혼여행을 보내는 공항에서 이혼을 요구한다고 해서 '나리타의 이별'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등 이른바 은퇴시기와 맞물린 이혼이 증가하고 있다. 


분할 연금이라는 제도는 1999년 국민연금의 당연가입제가 시행되고 이혼의 증가 추세를 고려하여 도입된 제도로, 민법 제839조의 2에 규정한 재산분할청구권에 준용한 것으로 혼인기간 동안 재산형성에 공동 공헌한 부분을 인정한다는 큰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이혼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할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은 국민연금 가입자와 5년 이상 혼인 관계를 지속하였다가 이혼한 배우자로, 노령연금 수급권자가 수령받는 연금액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의 1/2을 지급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알아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노령 연금 수급권자인 배우자와 이혼하고 나서 60세가 된 때로부터 3년 이내, 또는 60세가 된 이후에 노령연금 수급자인 배우자와 이혼하였을 때, 이혼 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에 할 수 있다. 물론 이혼 이전에 부부였음을 증명하는 관련 서류도 준비하여야 한다. 


이른바 연금이혼은 '젖은 낙엽'처럼 남자들의 연금 수령을 1/2로 만들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는 애처로운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데, 이러한 시기의 이혼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사건이기보다는 오랜 결혼기간 누적된 갈등의 결과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 중에서는 배우자의 외도, 비인격적인 대우, 지속적인 폭력, 성격의 차이 그리고 경제적 무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앙숙관계이면서 자식들의 장래와 남의 이목을 생각해서 잉꼬부부처럼 행세하는 '전시장 부부(Show-Window Couple)'의 경우에는 장차 '연금 이혼'의 대상으로 바뀔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분할 연금 수령자 추이를 보면 첫 시행 해인 1999년에는 1명이었던 것이, 2003년에는 181명, 2004년에는 419명, 2005년에는 955명, 2007년에는 1,701명으로 급증하였고, 2009년에는 3,806명으로 집계되었고, 2011년 5월 말 현재 5,111명이 분할 연금을 받게 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국민연금의 분할연금지급을 청구하려면 분할연금지급청구서 (국민연금법 시행규칙 별지 서식의 15호)을 포함해서 청구인신분증-제시로 갈음하며, 본인 직접 내방 청구 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장애인복지카드 중 한 가지, 그리고 혼인관계증명서 등 이혼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 1부, 분할연금수급권자의 신분증 사본 1부(이 경우, 대리인이 청구하는 경우에만 해당함) 청구서에 기재된 금융기관 입금계좌번호 또는 통장을 제시하면 가능하다. 신청하는 곳은 전국 국민연금관리공단 지사. 


이혼을 하게 되면 국민연금마저 분할지급을 받게 된다. 누적된 아내의 분노가 폭발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중년 이후의 남편들은 '젖은 낙엽'처럼 아내에게 매달리는 광경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남편들에게 이혼을 무기 삼아 남편들을 '젖은 낙엽' 신세로 만들 아내들은 없을 것이다. 은퇴하면 재산분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기회만 호시탐탐 기다렸다가 이혼을 서두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부부가 된 인연이면,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해서 당당하게 어깨를 같이하는 부부관계가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고, 건강한 은퇴 부부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김형래 (주)시니어파트너즈 상무. COO (hr.kim@your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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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7/11/20110711008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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