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하기 전에 '은퇴 자금'을 준비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 이전에 원만한 가정을 이끌어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은퇴 자금'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부부 문제인데, 그들이 행복하게 은퇴를 맞이하고, 은퇴 이후에도 사이 좋게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
서울대학교 한경혜 박사는 지난 2011년 3월 '한국의 베이비부머 연구(Korean Baby Boomers in Transition)'를 통해서 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베이비부머 부부에게 가장 큰 갈등영역은 '경제문제'
현재 은퇴에 직면한 가장 큰 인구 집단인 베이비부머. 1955년부터 1963년사이에 출생한 이들을 일컫는다. 무려 712만명이 은퇴를 앞둔 이들이다. 그들에게 은퇴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베이비부머에게 가장 큰 갈등영역은 경제문제로 75.6%를 차지했고, 그다음은 성격차이 (66.9%) 자녀문제 (61.8%)로 꼽았다. 그 이유를 찾아보자. 베이비부머 가족은 가족 생활주기상 확대기에 속하기 때문에 자녀 대학 학비, 결혼 등 지출이 가장 많은 시기이고, 은퇴와 자녀 독립 등이 맞물리면서 경제적 부담이 가장 중요한 부부간의 갈등 영역으로 부각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과연 이러한 갈등영역이 존재는 하지만 어떻게 해소하고 어떤 상황과 연결되는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돈이 있다고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다는 것은 불행할 수 있다는 결론일까? 어쩌면 가족내 갈등은 당연한 것이며, 이를 어떻게 잘 대처하는가 하는가가 가족 관계가 좋고 얼마만큼 인생이 행복한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부부간의 갈등을 어떻게 대처해 나가고 있는가?
한경혜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갈등대처 행동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교육의 혜택을 받은 이들이 갈등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부부갈등이 발생했을 때, 남성과 여성 모두 말을 하지 않거나 그 자리를 떠나버리는 회피적 대처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남성의 경우 격렬하게 소리를 지르며 다투는 등의 비이성적이고 부정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약 15% 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부머에 있어서 가족의 중심이 되는 부부간의 갈등 해소 방식에 대해서 보다 긍정적인 해결방안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행복한 은퇴 생활을 위해서, '돈'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부간의 긍정적인 갈등해소 방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부부 갈등에 대한 대처 방식은 부부의 갈등이 증폭되거나 해결되지 못하고 잔존할 가능성을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다. 마치 기업이 회계 장부상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잠재된 부실이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출되는 것과 같은 무서운 폭발력을 안방에 두고 동거한다고나 할까.
[사진: 김형래. 요즈음 부부들은 짐을 나누어 들 정도로 평등해지고 있지만, 갈등해소 방식은 미흡하다는 연구결과]
이 연구에서 또한 주목해야 할 점은 베이비부머의 약 40%가 지난 5년 동안 이혼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려해본 적이 있다는 결과가 있다. 이 역시 결혼 생활이 평탄하지만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결국 갈등 해소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갖고 있지 않은 베이비부머의 가정 생활 환경은 차후에 발현될 수 있는 극한의 갈등 요소를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아주 불안한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자녀들 때문에 베이버부머 부부의 갈등은 억제된 상태로 남아있어
이들의 갈등이 표출되지 못하고 억제된 상태로 이어지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자녀들 때문이라는 결과라고 이 연구결과는 발ㄺ히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최근들어 '나리타 이혼'이 성행한다는 외신을 접할 수 있는데, 이는 부부간의 갈등을 자녀들의 결혼 때까지 미루었다가 자녀들이 나리타 공항을 통해서 신혼여행을 떠남과 동시에 이혼한다는 것을 신조어처럼 만들어 사용할 정도로 갈등 해소를 부정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역시 이러한 가족 해체 또는 부부 이혼이라는 잠재적 불안을 안고 있지 않나하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이혼이라는 것이 특정 시기나 특정 나이에 집중되는 것은 아니나, 최근의 통계 자료를 보면 중장년의 이혼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은퇴를 잘 준비하는 것 중에 하나가 '친구'를 잘 두는 것인데. 가장 친한 친구는 '부부'가 아닌가?
부부는 은퇴를 위해서 꼭 챙겨야 할 친구 중에서도 가장 친한 친구
가장 친한 친구가 없으면, 경제 문제가 해결된다 손 치더라도 행복한 은퇴 생활을 보낼 수 없을 것이다.
행복한 은퇴를 위해서 '경제'가 문제되어서는 안되겠지만, 부부간의 '경제'문제로 인해서 은퇴 이후의 삶이 불행해서도 안될일일 것이다. 따라서 부부간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으니,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갈등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야만이 은퇴 이후의 삶이 '경제'문제가 없다손 치더라도 갈등은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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