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위기론이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첫번째 토론과 두번째 토론은 모두 중앙일보 iWeekly에 게재되었습니다.
이 토론회에는 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이신 옥션의 이금룡 대표와 삼성경제연구원의 수석연구원이신 장용박사 그리고 일반기업의 대표로 대우증권 인터넷비즈니스부장인 김형래, 바로 제가 참여하였습니다.
ⓒ 개구리운동장
“닷컴 위기론, 우려할 수준 아니다!”
E-메일 紙上논쟁 ⓛ…이금룡 회장·강원 박사·김형래 부장이 말하는 ‘닷컴 위기론’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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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허정환 기자 (nadatodo@joongang.co.kr) / 사진 권태완 기자·iWeekly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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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는 주제를 선정해 업계나 연구소, 학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E-메일을 통한 토론에 참여한다. E-메일을 통하면 패널들이 한 자리에 모여야 하는 비효율을 제거함과 동시에 대면한 상태에서 미처 하기 어려웠던 깊숙하고 날카로운 논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주제에 대하여 7월 25일부터 7월 29일까지 진행된 내용을 1차로 정리한다.
“시장 형성기인 닷컴, 싹부터 자를 위험”
iWeekly : “지난 7월 24일엔 온라인 쇼핑몰 알짜마트가 사업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소위 ‘위기론’을 맞고 있는 닷컴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져주었습니다. 닷컴 위기설 한복판에서 나온 사업 중단 소식이어서 충격이었고, 더 중요한 것은 닷컴, 특히 B2C의 대안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모델을 선구적으로 제시한 업체였다는 데서 더욱 충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말 많은 현 시점의 ‘위기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금룡 회장: “한여름에 테헤란밸리에는 때 아닌 삭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신경제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올랐던 지난 여름과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이제 막 외부 펀딩을 모색하는 신생 닷컴 기업들에게는 그 한파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벤처 거품에 대한 ‘옥석가리기’ 논쟁이 이제 막 자라나는 모든 닷컴 기업들의 싹을 잘라버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조만간 상당수의 유망한 닷컴 기업들이 고사(枯死)하고 말 것입니다.
닷컴 기업들은 오프라인과는 다른 성장 경로로 발전합니다. 우선 관련 시장을 개척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키워가는 시장 형성기가 있어야 하고, 실제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수익 모델 확정기를 거쳐야 비로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해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의 벤처캐피털이나 엔젤 투자자는 아직 시장 형성기에 있는 국내 벤처기업들에게 당장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지부터 따진 후에야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아직 미국보다 역사가 짧은 국내의 닷컴 기업들은 제대로 시장을 형성하지도 못한 채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습니다.
닷컴 기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부터 필요합니다. 청장년기의 기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유아, 청소년기로 볼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합니다. 일반 투자자나 벤처캐피털이 선뜻 나서기 힘들다면 정부에서의 직, 간접적인 지원책부터 나와야 합니다. 닷컴 기업뿐 아니라 모든 벤처기업들이 왕성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성장 토양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는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그 동안 우리는 단기간에 신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닷컴 위기가 닷컴 붕괴로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매우 심각한 파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변화 현실과 사고의 부조화가 위기론 불러”
김형래 부장: “닷컴 위기론은 닷컴 경제와 기존의 산업사회 경제가 혼재돼 움직이는 과도기에 발생될 수 있는 어쩌면 필연적인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닷컴 경제의 발전속도가 너무나 빠르고 그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기존의 산업사회에 대한 변화를 강요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 기존 산업에 익숙해져 있는 경제적인 사고방식이 닷컴 경제의 변화 속도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위기론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까지 닷컴 기업은 새로운 경제 질서와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기 위한 최적의 경제 활동지이자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었지만, 닷컴 기업의 잉여금 중 대부분은 영업 활동을 통한 이익 창출보다는 자본 조달 과정에서 부풀려진 자본 이득이었던 것이 최근 주가 폭락과 이어져 신규 자금 조달의 어려움과 함께 위기론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정보 공유를 인터넷의 기본 원칙으로 적용해 출발한 닷컴 경제와, 이익 창출을 기본으로 한 기존 산업사회는 출발점이 달라 더더욱 혼란과 격돌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닷컴 경제를 주가 상승기에는 닷컴 경제 논리로, 주가 하락기에는 기존 경제 논리로 평가하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이러한 기존 산업사회와의 다른 출발선상에서 발생된 의식의 차이와 변화에 대한 부적응, 그리고 이윤 추구의 서로 다른 기본 동기 등에 대해서 사회적인 공감과 책임 분담 노력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여집니다.
닷컴 경제로부터 얻어지는 계산할 수 없는 사회 전반에 걸친 경제적인 이득은 무시하고 단순히 닷컴 기업에게만 수익성을 강요하는 것과 같은 변화와 사고의 부조화가 최근의 닷컴 위기론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위기론에 대한 대처는 전 사회적으로 그 혜택을 받은 모든 사람들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능동적으로 ‘옥’이란 것 알려야”
강원 박사: “닷컴 경제의 위기를 단순히 경영상의 문제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4월 코스닥지수가 급하강을 시작했을 때 이제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가 왔다고 많은 사람들이 전망했지만, 현재는 코스닥에 있던 자금이 너무 심하게 이탈해서 ‘옥’에 해당하는 닷컴 기업까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코스닥시장에서는 일반 투자자의 비중이 너무 높고, 코스닥의 종목들은 기관이 운영하는 펀드에 강제편입 종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반 투자자는 아직 기관만큼 개별 기업의 실물가치를 분석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소문과 추이에 따라 동반매도 동반매수의 경향을 보이고, 따라서 한 번 자금이 빠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빠져나가게 됩니다. 주가가 떨어지니 공모할 때 기대되는 수익률도 하향 조정되고, 그러다 보니 초기 벤처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도 움츠리게 돼, 결국 닷컴 기업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운영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문을 닫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고유 영업에서 수익을 내기보다는 여유 자금을 이용한 재테크로 수익을 거둔 기업이 몇몇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코스닥에 등록된 벤처들은 대부분이 제조업이고, 이들은 재무 활동보다는 영업 활동에서 이익을 내고 있고 건실한 기업들입니다. 코스닥 활황의 기류를 타고 증자에 성공했던 몇몇 닷컴 기업들이 여유 자금을 가지고 다른 벤처에 투자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도 전혀 경제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이들 기업은 닷컴 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봤기 때문에 이 산업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또한 자신의 자금 소요분보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벤처 생태계에서 투자조합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은행이나 제2금융권은 벤처에 대해 이들만큼 잘 알지도 못하고 분석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초기 닷컴 벤처가 지니는 높은 위험을 이들 기관들이 짊어질 수도 없습니다. 초기 닷컴 벤처는 지속적인 운영 자금의 조달이 필요한데, 코스닥은 급등락을 계속하니 코스닥을 통한 자금 조달은 위험이 많고, 창투사나 기관들 또한 코스닥의 움직임에 따라 자금을 움직이니 마찬가지로 닷컴 벤처에게 지속적인 운영 자금을 조달할 수 없습니다. 이 빈자리를 여유자금 보유 벤처들이 메워준다는 면에서, 이들의 재테크는 경제적으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이들의 여유 자금 운용 활동을 단순히 변태 영업으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이와 같이 경영적인 문제보다는 재무적인 문제로 인해 현재의 어려움이 왔다면, 지금은 닷컴이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옥석을 가리는 조정기라기 보다는 ‘옥’도 망할 수 있는 위험한 시기라는 것입니다. 또한 재무적인 문제는 시장이 더 이상 ‘옥’과 ‘석’을 가릴 수 없기 때문에 온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닷컴 기업의 자금 경색을 풀기 위해선 제도적인 접근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구경제의 틀을 박차고 나와 시장 논리를 따라가는 닷컴 기업들은 제도의 개선에 목을 매서는 안될 것입니다.
닷컴 기업들은 가만히 앉아서 시장이 옥과 석을 가리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자신이 ‘옥’에 속한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말을 통한 설득보다 지금까지 형성한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수익 모델을 제시하는 등의 실물을 통한 설득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금룡 회장: “닷컴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조급하고 무리한 요구도 문제입니다. 이미 수 년 전부터 비즈니스를 개척해온 미국의 대형 닷컴 기업들에 비하면 대부분의 국내 닷컴 기업들은 아직 인큐베이팅 단계입니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은 싹을 틔우고 한참 자라나는 닷컴 기업들에게 설익은 열매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닷컴 기업에 대한 코스닥 심사가 수익성 위주로 강화되고, 창투사나 엔젤 투자자들의 투자도 실적과 매출을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집행되면서 옥석 구분 없이 신생 닷컴 기업의 자금줄을 죄고 있습니다. 창투사나 엔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래적 가치를 보고 과감히 투자했지만, 이제는 코스닥에 등록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가장 먼저 따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심사 기준이 되는 과거 실적에 매달려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투자를 하게 되고, 자금 규모도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 95년 아메리카온라인(AOL)은 무려 15억달러의 적자를 냈지만 당시 미국의 언론과 투자자들은 AOL을 매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였고, AOL은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해 마침내 강력한 닷컴 기업으로 부상했습니다. 미국은 미래가치와 그 잣대가 되는 시장 지배력을 중시했기 때문에, AOL이 많은 손실을 기록했음에도 그 적자가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임을 인정했던 것입니다. 얼마 전 아마존닷컴이 올 2/4분기에 8천9백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만, 미국의 애널리스트들은 아마존의 엄청난 손실 규모나 6년간 지속된 적자 기조보다 순매출 증가율이 저조하다는 점을 비관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아직 미국의 애널리스트들은 아마존의 수익성보다 성장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김형래 부장: “아무튼 시장에서의 인식은 닷컴 경제에 대한 수익성 논란으로부터 제기돼 위기론까지 연결돼 있는 상황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성장성을 근간으로한 닷컴 경제의 미래상에 대한 이해가 또 다시 당장 벤처 투자 열풍으로 이어지기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결국 투자가들도 ‘옥’을 가리기 위한 잣대를 보다 신중히 적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닷컴 경제가 갖는 독특하고 차별적인 평가 기준을 검토할 것이고, 그들의 생존 가능성 및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도 기존의 닷컴 경제를 이해했던 수준보다 더욱 냉정하고 신중한 심사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독특하게 닷컴 기업이 갖는 성장성과 효율성, 그리고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닷컴 기업과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닷컴 기업을 구분하는 과정으로도 이해될 수 있습니다.
결국 ‘옥’을 가려내는 작업이 진행될 것입니다. 당장 위기론을 벗어나서 열풍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뒤늦게 시장에 참여해 큰 손실을 본 투자가들이 있는 한 새로운 열풍으로 이어지는 데는 또 다른 판단 기준과 신중함이 가미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투자가들을 선별하는 과정도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닷컴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투기성 투자자금의 경우, 닷컴 기업의 미래 가치보다는 당장의 투자 성과를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될 수 있고 이로 인해서 지금과 같은 위기론으로 연결되어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괴리나 시각 차는 최근의 위기론을 딛고 새로운 기회로 연결되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닷컴 경제는 이미 가치 있는 정보와 서비스를 근간으로 그 의존도를 엄청나게 높여왔기 때문입니다.”
(다음 호 계속이어집니다.)
“얼마 전까지는 자금시장에서 구성 요소를 그리는 작가들에게도 돈을 대주었지만 이제는 그 그림을 팔아서 자금을 회수하려 합니다. 이제는 각자의 구성 요소를 한 곳에 모아 시장에서 팔 수 있는 완전한 그림을 만들 단계입니다.”
“합병하면 비용 절감·시장점유율 상승 효과”
강원 박사 : 사업성을 제고한다는 차원보다는 자금 조달을 원활히 한다는 차원에서 세 가지 정도의 방법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 코스닥의 심사 기준을 다시 완화시키는 방법입니다. 수익성이 현재엔 안 보이더라도 높은 성장성과 시장 장악력에 의해 미래의 수익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등록시키는 것입니다. 작년 말 코스닥 심사 기준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을 때, 전문가들은 등록 심사 기준은 강화시키지 말고 퇴출 요건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었습니다. 시장이 알아서 옥석을 가릴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결국 제도로 공급을 조절하려 하지 말고, 정보의 투명성을 보장해 시장의 논리에 맡기자는 말이었죠. 그러나 시장의 옥석 구별 능력 자체가 의심 받고 있기 때문에, 자격 있는 애널리스트들이 많이 배양돼 양질의 분석이 많이 나오기 전까지는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 같군요.둘째, 한국의 투자 분위기가 단타식이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외국 투자가들의 문을 두드리는 방법입니다.
인터넷 기업 관련 여러 협회들은 회원사들의 사업 모델 개발과 컨설팅 외에 이러한 콘택트 포인트를 알선해 주거나 단체 해외 로드쇼를 주관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가장 현실적인 것은 자금이 많은 기존의 벤처나 적어도 자금력 있는 자가 대주주로 등록된 벤처와 합병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안정적인 자금의 확보는 물론 닷컴기업 운영에 필수적인 마케팅 비용의 절감과 시장 점유율 상승이라는 면에서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합병 비율의 결정인데, 규모가 큰 기업끼리라면 상당히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으나, 규모가 작은 중소 벤처끼리는 가격대 형성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고 봅니다. 전통 산업에서처럼 인수합병을 경영권의 침해라고 보기보다 합리적인 경영 의사 결정이라고 보는 신경제에서는 합병을 통한 자금 확보는 간과할 수 없는 대안일 것입니다.”
이금룡 대표 : “과연 우리에게 ‘옥’과 ‘석’을 구분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 척도가 마련돼 있는가의 문제도 검토해봐야 할 것입니다. 코스닥 심사가 강화되면서 벤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물론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코스닥 심사를 강화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향후 사업성보다 현재의 매출과 실적이 중요시되면서 성장성과 미래 가치에 대한 이해가 과소평가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코스닥 심의에서 탈락이나 재심 결정을 받은 기업들 가운데 37%가 ‘사업성 미비’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장 창출형’ 기업인 닷컴기업이 무너지면 이들 업체에 납품하는 장비, 솔루션 업체들도 도산하고, 결국 벤처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도 무너져 우리 나라 IT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오프라인 기업의 평가 방식 및 관점에서 벗어나 신경제가 갖는 선진화되고, 차별적인 평가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재무제표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 가치 평가보다 관련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시장 전망과 보유 기술력, 마케팅 능력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척도를 마련해 닷컴기업의 생존 가능성 및 미래 가치를 측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처럼 닷컴기업의 ‘옥’을 가려내는 작업이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될 때 살아남은 우량 닷컴기업이 시장을 개척하고 장비 및 솔루션 업체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을 그려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닷컴과 오프라인 합종연횡 필요”
김형래 부장 : 기존의 산업 경제가 지식 정보의 경제 또는 네트워크 경제로 일컬어지는 닷컴 경제로 전환되는 데는 상호의 속도 조절이 필요합니다. 결국 속도 보조를 맞추는 과정에서 닷컴 경제의 확고한 자리매김이 완성될 것으로 보입니다.닷컴기업이 모방 기업들의 창궐로 서로 경쟁력을 상실해 가는 과정을 겪었다면, 이제는 스스로 자정 능력을 배양할 때입니다. 네트워크 거래가 활성화되고 확산될수록 위기에 처한 닷컴기업은 보다 빨리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고 안정적인 기반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또 하나는 닷컴기업들의 오프라인 기업과의 합종연횡입니다. 이제는 닷컴기업들도 오프라인 기업들의 온라인 진출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기술, 노동, 자본이 지배하는 오프라인 기업들이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 중심의 닷컴 경제에 한꺼번에 안정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오프라인 기업들은 안정적인 고객과 수입원이 확보돼 있어, 닷컴기업은 이들의 경쟁력을 흡수해 닷컴 경제로 이끈다면 네트워크 경제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이들 오프라인 기업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서로 나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 의존도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현재의 이른바 지식혁명이 닷컴기업에는 점점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취득이나 거래의 편리성은 호기심 차원을 벗어난 지 오래입니다. 그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닷컴 경제의 위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변화에 대한 체감 속도가 높아질수록 막연한 위기론이나 부정적인 시각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원 박사 : “현재 상황에서는 M&A나 제휴 투자를 통해 닷컴기업에 자금이 유입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생 닷컴기업도 이제는 창투사나 일반보다는 관련 오프라인 기업에서 투자 받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러한 방법은 단지 닷컴기업에 자금이 유입된다는 사실 이외에도 닷컴기업이 좀더 수익 모델에 가까워진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M&A는 인수자와 피인수자간에 이익이 있다고 믿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닷컴기업에 자금이 유입되는 장점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좀더 탄탄한 사업 모델로 발전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효과는, 코스닥시장에서는 옥석 가리기가 어렵지만, M&A와 제휴시장에서는 옥석 가리기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M&A와 제휴시장이 이와 같은 순작용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닷컴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은 물론 능동적으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닷컴기업의 입장에서는 제휴 모델의 개발이 시급합니다. 기존의 사업 모델만 고집하지 말고 희망 제휴사의 사업에 접목시킬 수 있는 형태로 자신의 사업 모델을 수정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벤처기업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성공하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창투사, 증권사, 구조조정 전문회사 같이 기업들 사이에서 현황을 알고 있는 전문 중계기관들이 매치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확대해야 합니다. 특히 창투사의 경우는 이미 투자한 닷컴기업과 다른 기업을 연결해 주면서 자금 회수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면에서 윈윈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닷컴기업과 제조업과의 만남, 중소형 닷컴기업과 대형 닷컴기업의 만남을 위한 자발적인 모임들이 많이 생겨야 할 것입니다.시장이 시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정보를 유통시키고,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발빠른 움직임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적정 가격이 형성될 수 있고 옥석도 가려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어느 때 보다도 닷컴과 중계기관들이 빠르게, 그리고 창의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라고 봅니다.”
“닷컴 가치평가 기준 마련 시급”
이금룡 대표 : “현재 IPO를 통한 기업 공개의 장벽이 높아지고, 제3시장도 제구실을 못하는 형편에서 M&A의 중요성은 매우 높습니다. 미국의 경우 IPO보다 M&A시장이 6배 규모로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올 하반기부터 코스닥 시장 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고, 엔젤 투자자나 창투사들로부터 자금 유치에 실패한 신생 닷컴기업들이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M&A를 선택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아직 닷컴기업의 시장가치 평가를 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 기준의 부재가 M&A시장이 활성화되는데 큰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특히 우리 나라처럼 M&A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닷컴기업(특히 비상장 기업)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이에 대한 상호 이해를 조정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벤처기업의 시장가치를 평가하고 M&A를 지원해줄 수 있는 중재기관의 설립이 서둘러 모색돼야 합니다. 또한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의 시장가치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M&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보다 세련된 가치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닷컴기업들도 온/오프라인을 떠나서 상호간의 상생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향으로 M&A시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식 상호교환(스톡스왑)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끼워팔기 등 다양한 방식의 M&A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시켜 가는 방안도 모색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M&A가 보다 적극적이고 고강도의 대안이라면 제휴관계의 확대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도 강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현실의 물리적인 생활에 기반을 두고 이를 가상 공간 속에서 구현한 것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온/오프라인 제휴관계를 통해 현실에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네트워크 관계입니다. 따라서 폭넓은 자본이나 기술, 마케팅 제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재의 위기 국면을 돌파해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김형래 부장 : 현재의 위기론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라고 단언하고 싶습니다. 이번 기회에 닷컴기업들은 변화의 시기를 통해 향후 발전적인 방향을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기존의 확장 중심 경영 형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실 위주로 전환할 것인가? 위기론은 확장을 멈추는 브레이크를 의미하는 것인가? 아니면 닷컴 경제에서의 기본 원칙인 확대일로의 정책만의 생존을 의미하는 것인가?닷컴 경제는 이른바 ‘Winner takes it All’이라는 대명제를 기저에 담고 있습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달리기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막연한 희망에 의존해 투자만 집중해서는 목적 달성 이전에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효율적인 마케팅과 신중한 투자를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고객을 유지하는 노력 또한 절실한 시점입니다.
인터넷이 정보의 공유에서 출발되었다고 해서 상업적인 논리에 취약해서는 안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짜 분위기 때문에 광고라는 제한된 수익원만 추구하는 형태로 남아 있고,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장벽을 넘나드는 경쟁자들이 속출하다 보니 제한된 수익원을 나누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닷컴기업의 증가 속도가 광고시장을 훨씬 추월하는 상황이 전개된 것입니다. 이번 계기는 기업의 미래를 공유하고 건전한 투자 기반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경영 목표를 추구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창투사나 엔젤들을 대거 복귀시킬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이디어만으로 기업을 일구고 신개척지를 만들었던 닷컴기업의 벤처 정신은 이번의 위기론을 계기로 이전에 미처 갖추지 못한 기존 경제와의 융화와 완급 조절, 수익력을 기반으로 또 다른 신화를 반드시 만들어 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강원 박사 : “현재 닷컴기업의 위기설과 관련해 비록 원인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지만, 대안에 대해서는 제휴와 M&A가 현실적인 해답이 아니겠냐는 의견으로 모아진 듯합니다. 이는 제휴투자와 M&A를 통해 수익 모델의 창출과 유동성의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수익 모델 창출과 유동성 제고를 한꺼번에 이룰 수 있는 방안은, 이밖에도 많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제휴와 M&A의 중간 형태로서 컨소시엄 형성이 한 예입니다. 현재 닷컴기업은 인건비와 홍보비에서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컨소시엄 형성은 중복되는 보조 업무를 일원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인력의 중복 고용이나 외주 업체와의 중복 거래를 피하게 해줍니다. 또한 마케팅과 홍보면에서 협상력이 커지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원가 절감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즉 제휴보다는 좀더 포괄적인 합의체이고, M&A보다는 훨씬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결합입니다.
실제로 컨소시엄 형태로 여러 닷컴기업들이 모여 그룹을 형성하고, 이들의 합쳐진 힘을 이용해 원가 절감은 물론 외부 자금 유치까지 생각하는 모임들이 있습니다.현재까지 여러 제조업 벤처나 닷컴 벤처의 발생은, 하나의 완전한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각자가 그림의 한 구성 요소만 그려온 격입니다. 다행히 얼마 전까지는 자금시장에서 구성 요소를 그리는 작가들에게도 돈을 대주었지만, 이제는 그 그림을 팔아서 자금을 회수하려 합니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현 상황이 요구를 하니 이제는 각자의 구성 요소를 한 곳에 모아 시장에서 팔 수 있는 완전한 그림으로 만들 단계입니다. 그런 면에서 닷컴기업들은 이제 종합 서비스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의 급박한 상황은 각자가 여러 기능을 자가 제조하기보다는, 기존의 여러 서비스들을 조립해서 조기 완성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검색, 메신저는 물론 게임, 교육, 경매, 영상, 쇼핑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큰 그림으로 조립이 되었을 때 시장에서 경쟁력과 수익성이 확보될 수 있습니다. 지금 닷컴 위기의 대안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제휴나 M&A도 닷컴의 종합 서비스화를 위한 전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From 중앙일보 iWeekly)
제가 이른바 닷컴 위기론에 대해서 E-메일을 통한 토론에 참여한바 있습니다. 중앙일보 iWeekly에서 주관한 토론으로 E-메일을 통하면 패널들이 한 자리에 모여야 하는 비효율을 제거함과 동시에 대면한 상태에서 미처 하기 어려웠던 깊숙하고 날카로운 논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첫번째 토론과 두번째 토론은 모두 중앙일보 iWeekly에 게재되었습니다.
이 토론회에는 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이신 옥션의 이금룡 대표와 삼성경제연구원의 수석연구원이신 장용박사 그리고 일반기업의 대표로 대우증권 인터넷비즈니스부장인 김형래, 바로 제가 참여하였습니다.
E-메일 紙上논쟁 ⓛ…이금룡 회장·강원 박사·김형래 부장이 말하는 ‘닷컴 위기론’의 실체
진행 허정환 기자 (nadatodo@joongang.co.kr) / 사진 권태완 기자·iWeekly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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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는 주제를 선정해 업계나 연구소, 학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E-메일을 통한 토론에 참여한다. E-메일을 통하면 패널들이 한 자리에 모여야 하는 비효율을 제거함과 동시에 대면한 상태에서 미처 하기 어려웠던 깊숙하고 날카로운 논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주제에 대하여 7월 25일부터 7월 29일까지 진행된 내용을 1차로 정리한다.
“시장 형성기인 닷컴, 싹부터 자를 위험”
이금룡 회장(인터넷기업협회장·옥션 대표)
iWeekly : “지난 7월 24일엔 온라인 쇼핑몰 알짜마트가 사업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소위 ‘위기론’을 맞고 있는 닷컴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져주었습니다. 닷컴 위기설 한복판에서 나온 사업 중단 소식이어서 충격이었고, 더 중요한 것은 닷컴, 특히 B2C의 대안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모델을 선구적으로 제시한 업체였다는 데서 더욱 충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말 많은 현 시점의 ‘위기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금룡 회장: “한여름에 테헤란밸리에는 때 아닌 삭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신경제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올랐던 지난 여름과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이제 막 외부 펀딩을 모색하는 신생 닷컴 기업들에게는 그 한파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벤처 거품에 대한 ‘옥석가리기’ 논쟁이 이제 막 자라나는 모든 닷컴 기업들의 싹을 잘라버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조만간 상당수의 유망한 닷컴 기업들이 고사(枯死)하고 말 것입니다.
닷컴 기업들은 오프라인과는 다른 성장 경로로 발전합니다. 우선 관련 시장을 개척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키워가는 시장 형성기가 있어야 하고, 실제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수익 모델 확정기를 거쳐야 비로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해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의 벤처캐피털이나 엔젤 투자자는 아직 시장 형성기에 있는 국내 벤처기업들에게 당장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지부터 따진 후에야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아직 미국보다 역사가 짧은 국내의 닷컴 기업들은 제대로 시장을 형성하지도 못한 채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습니다.
닷컴 기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부터 필요합니다. 청장년기의 기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유아, 청소년기로 볼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합니다. 일반 투자자나 벤처캐피털이 선뜻 나서기 힘들다면 정부에서의 직, 간접적인 지원책부터 나와야 합니다. 닷컴 기업뿐 아니라 모든 벤처기업들이 왕성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성장 토양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는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그 동안 우리는 단기간에 신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닷컴 위기가 닷컴 붕괴로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매우 심각한 파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변화 현실과 사고의 부조화가 위기론 불러”
김형래 부장: “닷컴 위기론은 닷컴 경제와 기존의 산업사회 경제가 혼재돼 움직이는 과도기에 발생될 수 있는 어쩌면 필연적인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닷컴 경제의 발전속도가 너무나 빠르고 그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기존의 산업사회에 대한 변화를 강요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 기존 산업에 익숙해져 있는 경제적인 사고방식이 닷컴 경제의 변화 속도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위기론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까지 닷컴 기업은 새로운 경제 질서와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기 위한 최적의 경제 활동지이자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었지만, 닷컴 기업의 잉여금 중 대부분은 영업 활동을 통한 이익 창출보다는 자본 조달 과정에서 부풀려진 자본 이득이었던 것이 최근 주가 폭락과 이어져 신규 자금 조달의 어려움과 함께 위기론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정보 공유를 인터넷의 기본 원칙으로 적용해 출발한 닷컴 경제와, 이익 창출을 기본으로 한 기존 산업사회는 출발점이 달라 더더욱 혼란과 격돌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닷컴 경제를 주가 상승기에는 닷컴 경제 논리로, 주가 하락기에는 기존 경제 논리로 평가하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이러한 기존 산업사회와의 다른 출발선상에서 발생된 의식의 차이와 변화에 대한 부적응, 그리고 이윤 추구의 서로 다른 기본 동기 등에 대해서 사회적인 공감과 책임 분담 노력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여집니다.
닷컴 경제로부터 얻어지는 계산할 수 없는 사회 전반에 걸친 경제적인 이득은 무시하고 단순히 닷컴 기업에게만 수익성을 강요하는 것과 같은 변화와 사고의 부조화가 최근의 닷컴 위기론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위기론에 대한 대처는 전 사회적으로 그 혜택을 받은 모든 사람들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능동적으로 ‘옥’이란 것 알려야”
강원 박사(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강원 박사: “닷컴 경제의 위기를 단순히 경영상의 문제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4월 코스닥지수가 급하강을 시작했을 때 이제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가 왔다고 많은 사람들이 전망했지만, 현재는 코스닥에 있던 자금이 너무 심하게 이탈해서 ‘옥’에 해당하는 닷컴 기업까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코스닥시장에서는 일반 투자자의 비중이 너무 높고, 코스닥의 종목들은 기관이 운영하는 펀드에 강제편입 종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반 투자자는 아직 기관만큼 개별 기업의 실물가치를 분석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소문과 추이에 따라 동반매도 동반매수의 경향을 보이고, 따라서 한 번 자금이 빠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빠져나가게 됩니다. 주가가 떨어지니 공모할 때 기대되는 수익률도 하향 조정되고, 그러다 보니 초기 벤처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도 움츠리게 돼, 결국 닷컴 기업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운영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문을 닫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고유 영업에서 수익을 내기보다는 여유 자금을 이용한 재테크로 수익을 거둔 기업이 몇몇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코스닥에 등록된 벤처들은 대부분이 제조업이고, 이들은 재무 활동보다는 영업 활동에서 이익을 내고 있고 건실한 기업들입니다. 코스닥 활황의 기류를 타고 증자에 성공했던 몇몇 닷컴 기업들이 여유 자금을 가지고 다른 벤처에 투자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도 전혀 경제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이들 기업은 닷컴 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봤기 때문에 이 산업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또한 자신의 자금 소요분보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벤처 생태계에서 투자조합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은행이나 제2금융권은 벤처에 대해 이들만큼 잘 알지도 못하고 분석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초기 닷컴 벤처가 지니는 높은 위험을 이들 기관들이 짊어질 수도 없습니다. 초기 닷컴 벤처는 지속적인 운영 자금의 조달이 필요한데, 코스닥은 급등락을 계속하니 코스닥을 통한 자금 조달은 위험이 많고, 창투사나 기관들 또한 코스닥의 움직임에 따라 자금을 움직이니 마찬가지로 닷컴 벤처에게 지속적인 운영 자금을 조달할 수 없습니다. 이 빈자리를 여유자금 보유 벤처들이 메워준다는 면에서, 이들의 재테크는 경제적으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이들의 여유 자금 운용 활동을 단순히 변태 영업으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이와 같이 경영적인 문제보다는 재무적인 문제로 인해 현재의 어려움이 왔다면, 지금은 닷컴이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옥석을 가리는 조정기라기 보다는 ‘옥’도 망할 수 있는 위험한 시기라는 것입니다. 또한 재무적인 문제는 시장이 더 이상 ‘옥’과 ‘석’을 가릴 수 없기 때문에 온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닷컴 기업의 자금 경색을 풀기 위해선 제도적인 접근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구경제의 틀을 박차고 나와 시장 논리를 따라가는 닷컴 기업들은 제도의 개선에 목을 매서는 안될 것입니다.
닷컴 기업들은 가만히 앉아서 시장이 옥과 석을 가리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자신이 ‘옥’에 속한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말을 통한 설득보다 지금까지 형성한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수익 모델을 제시하는 등의 실물을 통한 설득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금룡 회장: “닷컴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조급하고 무리한 요구도 문제입니다. 이미 수 년 전부터 비즈니스를 개척해온 미국의 대형 닷컴 기업들에 비하면 대부분의 국내 닷컴 기업들은 아직 인큐베이팅 단계입니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은 싹을 틔우고 한참 자라나는 닷컴 기업들에게 설익은 열매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닷컴 기업에 대한 코스닥 심사가 수익성 위주로 강화되고, 창투사나 엔젤 투자자들의 투자도 실적과 매출을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집행되면서 옥석 구분 없이 신생 닷컴 기업의 자금줄을 죄고 있습니다. 창투사나 엔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래적 가치를 보고 과감히 투자했지만, 이제는 코스닥에 등록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가장 먼저 따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심사 기준이 되는 과거 실적에 매달려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투자를 하게 되고, 자금 규모도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 95년 아메리카온라인(AOL)은 무려 15억달러의 적자를 냈지만 당시 미국의 언론과 투자자들은 AOL을 매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였고, AOL은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해 마침내 강력한 닷컴 기업으로 부상했습니다. 미국은 미래가치와 그 잣대가 되는 시장 지배력을 중시했기 때문에, AOL이 많은 손실을 기록했음에도 그 적자가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임을 인정했던 것입니다. 얼마 전 아마존닷컴이 올 2/4분기에 8천9백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만, 미국의 애널리스트들은 아마존의 엄청난 손실 규모나 6년간 지속된 적자 기조보다 순매출 증가율이 저조하다는 점을 비관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아직 미국의 애널리스트들은 아마존의 수익성보다 성장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김형래 부장(대우증권 인터넷비즈니스부)
김형래 부장: “아무튼 시장에서의 인식은 닷컴 경제에 대한 수익성 논란으로부터 제기돼 위기론까지 연결돼 있는 상황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성장성을 근간으로한 닷컴 경제의 미래상에 대한 이해가 또 다시 당장 벤처 투자 열풍으로 이어지기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결국 투자가들도 ‘옥’을 가리기 위한 잣대를 보다 신중히 적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닷컴 경제가 갖는 독특하고 차별적인 평가 기준을 검토할 것이고, 그들의 생존 가능성 및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도 기존의 닷컴 경제를 이해했던 수준보다 더욱 냉정하고 신중한 심사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독특하게 닷컴 기업이 갖는 성장성과 효율성, 그리고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닷컴 기업과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닷컴 기업을 구분하는 과정으로도 이해될 수 있습니다.
결국 ‘옥’을 가려내는 작업이 진행될 것입니다. 당장 위기론을 벗어나서 열풍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뒤늦게 시장에 참여해 큰 손실을 본 투자가들이 있는 한 새로운 열풍으로 이어지는 데는 또 다른 판단 기준과 신중함이 가미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투자가들을 선별하는 과정도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닷컴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투기성 투자자금의 경우, 닷컴 기업의 미래 가치보다는 당장의 투자 성과를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될 수 있고 이로 인해서 지금과 같은 위기론으로 연결되어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괴리나 시각 차는 최근의 위기론을 딛고 새로운 기회로 연결되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닷컴 경제는 이미 가치 있는 정보와 서비스를 근간으로 그 의존도를 엄청나게 높여왔기 때문입니다.”
(다음 호 계속이어집니다.)
“얼마 전까지는 자금시장에서 구성 요소를 그리는 작가들에게도 돈을 대주었지만 이제는 그 그림을 팔아서 자금을 회수하려 합니다. 이제는 각자의 구성 요소를 한 곳에 모아 시장에서 팔 수 있는 완전한 그림을 만들 단계입니다.”
“합병하면 비용 절감·시장점유율 상승 효과”
강원 박사(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강원 박사 : 사업성을 제고한다는 차원보다는 자금 조달을 원활히 한다는 차원에서 세 가지 정도의 방법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 코스닥의 심사 기준을 다시 완화시키는 방법입니다. 수익성이 현재엔 안 보이더라도 높은 성장성과 시장 장악력에 의해 미래의 수익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등록시키는 것입니다. 작년 말 코스닥 심사 기준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을 때, 전문가들은 등록 심사 기준은 강화시키지 말고 퇴출 요건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었습니다. 시장이 알아서 옥석을 가릴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결국 제도로 공급을 조절하려 하지 말고, 정보의 투명성을 보장해 시장의 논리에 맡기자는 말이었죠. 그러나 시장의 옥석 구별 능력 자체가 의심 받고 있기 때문에, 자격 있는 애널리스트들이 많이 배양돼 양질의 분석이 많이 나오기 전까지는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 같군요.둘째, 한국의 투자 분위기가 단타식이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외국 투자가들의 문을 두드리는 방법입니다.
인터넷 기업 관련 여러 협회들은 회원사들의 사업 모델 개발과 컨설팅 외에 이러한 콘택트 포인트를 알선해 주거나 단체 해외 로드쇼를 주관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가장 현실적인 것은 자금이 많은 기존의 벤처나 적어도 자금력 있는 자가 대주주로 등록된 벤처와 합병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안정적인 자금의 확보는 물론 닷컴기업 운영에 필수적인 마케팅 비용의 절감과 시장 점유율 상승이라는 면에서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합병 비율의 결정인데, 규모가 큰 기업끼리라면 상당히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으나, 규모가 작은 중소 벤처끼리는 가격대 형성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고 봅니다. 전통 산업에서처럼 인수합병을 경영권의 침해라고 보기보다 합리적인 경영 의사 결정이라고 보는 신경제에서는 합병을 통한 자금 확보는 간과할 수 없는 대안일 것입니다.”
이금룡 대표 : “과연 우리에게 ‘옥’과 ‘석’을 구분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 척도가 마련돼 있는가의 문제도 검토해봐야 할 것입니다. 코스닥 심사가 강화되면서 벤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물론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코스닥 심사를 강화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향후 사업성보다 현재의 매출과 실적이 중요시되면서 성장성과 미래 가치에 대한 이해가 과소평가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코스닥 심의에서 탈락이나 재심 결정을 받은 기업들 가운데 37%가 ‘사업성 미비’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장 창출형’ 기업인 닷컴기업이 무너지면 이들 업체에 납품하는 장비, 솔루션 업체들도 도산하고, 결국 벤처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도 무너져 우리 나라 IT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오프라인 기업의 평가 방식 및 관점에서 벗어나 신경제가 갖는 선진화되고, 차별적인 평가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재무제표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 가치 평가보다 관련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시장 전망과 보유 기술력, 마케팅 능력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척도를 마련해 닷컴기업의 생존 가능성 및 미래 가치를 측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처럼 닷컴기업의 ‘옥’을 가려내는 작업이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될 때 살아남은 우량 닷컴기업이 시장을 개척하고 장비 및 솔루션 업체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을 그려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닷컴과 오프라인 합종연횡 필요”
김형래 부장(대우증권 인터넷비즈니스부)
김형래 부장 : 기존의 산업 경제가 지식 정보의 경제 또는 네트워크 경제로 일컬어지는 닷컴 경제로 전환되는 데는 상호의 속도 조절이 필요합니다. 결국 속도 보조를 맞추는 과정에서 닷컴 경제의 확고한 자리매김이 완성될 것으로 보입니다.닷컴기업이 모방 기업들의 창궐로 서로 경쟁력을 상실해 가는 과정을 겪었다면, 이제는 스스로 자정 능력을 배양할 때입니다. 네트워크 거래가 활성화되고 확산될수록 위기에 처한 닷컴기업은 보다 빨리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고 안정적인 기반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또 하나는 닷컴기업들의 오프라인 기업과의 합종연횡입니다. 이제는 닷컴기업들도 오프라인 기업들의 온라인 진출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기술, 노동, 자본이 지배하는 오프라인 기업들이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 중심의 닷컴 경제에 한꺼번에 안정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오프라인 기업들은 안정적인 고객과 수입원이 확보돼 있어, 닷컴기업은 이들의 경쟁력을 흡수해 닷컴 경제로 이끈다면 네트워크 경제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이들 오프라인 기업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서로 나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 의존도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현재의 이른바 지식혁명이 닷컴기업에는 점점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취득이나 거래의 편리성은 호기심 차원을 벗어난 지 오래입니다. 그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닷컴 경제의 위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변화에 대한 체감 속도가 높아질수록 막연한 위기론이나 부정적인 시각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원 박사 : “현재 상황에서는 M&A나 제휴 투자를 통해 닷컴기업에 자금이 유입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생 닷컴기업도 이제는 창투사나 일반보다는 관련 오프라인 기업에서 투자 받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러한 방법은 단지 닷컴기업에 자금이 유입된다는 사실 이외에도 닷컴기업이 좀더 수익 모델에 가까워진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M&A는 인수자와 피인수자간에 이익이 있다고 믿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닷컴기업에 자금이 유입되는 장점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좀더 탄탄한 사업 모델로 발전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효과는, 코스닥시장에서는 옥석 가리기가 어렵지만, M&A와 제휴시장에서는 옥석 가리기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M&A와 제휴시장이 이와 같은 순작용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닷컴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은 물론 능동적으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닷컴기업의 입장에서는 제휴 모델의 개발이 시급합니다. 기존의 사업 모델만 고집하지 말고 희망 제휴사의 사업에 접목시킬 수 있는 형태로 자신의 사업 모델을 수정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벤처기업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성공하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창투사, 증권사, 구조조정 전문회사 같이 기업들 사이에서 현황을 알고 있는 전문 중계기관들이 매치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확대해야 합니다. 특히 창투사의 경우는 이미 투자한 닷컴기업과 다른 기업을 연결해 주면서 자금 회수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면에서 윈윈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닷컴기업과 제조업과의 만남, 중소형 닷컴기업과 대형 닷컴기업의 만남을 위한 자발적인 모임들이 많이 생겨야 할 것입니다.시장이 시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정보를 유통시키고,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발빠른 움직임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적정 가격이 형성될 수 있고 옥석도 가려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어느 때 보다도 닷컴과 중계기관들이 빠르게, 그리고 창의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이금룡 회장(인터넷기업협회장·옥션 대표)
“닷컴 가치평가 기준 마련 시급”
이금룡 대표 : “현재 IPO를 통한 기업 공개의 장벽이 높아지고, 제3시장도 제구실을 못하는 형편에서 M&A의 중요성은 매우 높습니다. 미국의 경우 IPO보다 M&A시장이 6배 규모로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올 하반기부터 코스닥 시장 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고, 엔젤 투자자나 창투사들로부터 자금 유치에 실패한 신생 닷컴기업들이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M&A를 선택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아직 닷컴기업의 시장가치 평가를 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 기준의 부재가 M&A시장이 활성화되는데 큰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특히 우리 나라처럼 M&A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닷컴기업(특히 비상장 기업)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이에 대한 상호 이해를 조정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벤처기업의 시장가치를 평가하고 M&A를 지원해줄 수 있는 중재기관의 설립이 서둘러 모색돼야 합니다. 또한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의 시장가치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M&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보다 세련된 가치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닷컴기업들도 온/오프라인을 떠나서 상호간의 상생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향으로 M&A시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식 상호교환(스톡스왑)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끼워팔기 등 다양한 방식의 M&A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시켜 가는 방안도 모색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M&A가 보다 적극적이고 고강도의 대안이라면 제휴관계의 확대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도 강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현실의 물리적인 생활에 기반을 두고 이를 가상 공간 속에서 구현한 것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온/오프라인 제휴관계를 통해 현실에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네트워크 관계입니다. 따라서 폭넓은 자본이나 기술, 마케팅 제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재의 위기 국면을 돌파해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김형래 부장 : 현재의 위기론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라고 단언하고 싶습니다. 이번 기회에 닷컴기업들은 변화의 시기를 통해 향후 발전적인 방향을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기존의 확장 중심 경영 형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실 위주로 전환할 것인가? 위기론은 확장을 멈추는 브레이크를 의미하는 것인가? 아니면 닷컴 경제에서의 기본 원칙인 확대일로의 정책만의 생존을 의미하는 것인가?닷컴 경제는 이른바 ‘Winner takes it All’이라는 대명제를 기저에 담고 있습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달리기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막연한 희망에 의존해 투자만 집중해서는 목적 달성 이전에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효율적인 마케팅과 신중한 투자를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고객을 유지하는 노력 또한 절실한 시점입니다.
인터넷이 정보의 공유에서 출발되었다고 해서 상업적인 논리에 취약해서는 안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짜 분위기 때문에 광고라는 제한된 수익원만 추구하는 형태로 남아 있고,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장벽을 넘나드는 경쟁자들이 속출하다 보니 제한된 수익원을 나누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닷컴기업의 증가 속도가 광고시장을 훨씬 추월하는 상황이 전개된 것입니다. 이번 계기는 기업의 미래를 공유하고 건전한 투자 기반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경영 목표를 추구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창투사나 엔젤들을 대거 복귀시킬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이디어만으로 기업을 일구고 신개척지를 만들었던 닷컴기업의 벤처 정신은 이번의 위기론을 계기로 이전에 미처 갖추지 못한 기존 경제와의 융화와 완급 조절, 수익력을 기반으로 또 다른 신화를 반드시 만들어 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강원 박사 : “현재 닷컴기업의 위기설과 관련해 비록 원인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지만, 대안에 대해서는 제휴와 M&A가 현실적인 해답이 아니겠냐는 의견으로 모아진 듯합니다. 이는 제휴투자와 M&A를 통해 수익 모델의 창출과 유동성의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수익 모델 창출과 유동성 제고를 한꺼번에 이룰 수 있는 방안은, 이밖에도 많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제휴와 M&A의 중간 형태로서 컨소시엄 형성이 한 예입니다. 현재 닷컴기업은 인건비와 홍보비에서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컨소시엄 형성은 중복되는 보조 업무를 일원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인력의 중복 고용이나 외주 업체와의 중복 거래를 피하게 해줍니다. 또한 마케팅과 홍보면에서 협상력이 커지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원가 절감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즉 제휴보다는 좀더 포괄적인 합의체이고, M&A보다는 훨씬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결합입니다.
실제로 컨소시엄 형태로 여러 닷컴기업들이 모여 그룹을 형성하고, 이들의 합쳐진 힘을 이용해 원가 절감은 물론 외부 자금 유치까지 생각하는 모임들이 있습니다.현재까지 여러 제조업 벤처나 닷컴 벤처의 발생은, 하나의 완전한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각자가 그림의 한 구성 요소만 그려온 격입니다. 다행히 얼마 전까지는 자금시장에서 구성 요소를 그리는 작가들에게도 돈을 대주었지만, 이제는 그 그림을 팔아서 자금을 회수하려 합니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현 상황이 요구를 하니 이제는 각자의 구성 요소를 한 곳에 모아 시장에서 팔 수 있는 완전한 그림으로 만들 단계입니다. 그런 면에서 닷컴기업들은 이제 종합 서비스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의 급박한 상황은 각자가 여러 기능을 자가 제조하기보다는, 기존의 여러 서비스들을 조립해서 조기 완성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검색, 메신저는 물론 게임, 교육, 경매, 영상, 쇼핑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큰 그림으로 조립이 되었을 때 시장에서 경쟁력과 수익성이 확보될 수 있습니다. 지금 닷컴 위기의 대안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제휴나 M&A도 닷컴의 종합 서비스화를 위한 전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From 중앙일보 iWeek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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