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영화 보고 왔습니다. 영화 끝나기 5분 전부터 끝난 후 10분까지 손바닥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습니다. 그러고도 울음딸꾹질이 멈추지 않아 흐느끼며 일부러 찬바람을 얼굴로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얼음처럼 차가와 정내미 떨어질 것 같다는 아내가 제 모습을 보고 의야해했습니다. 이 영화는 제 뱃속 깊이 아주 깊이 감추어놓은 감정선을 정확하게 조준했습니다. 영화에서 의도한 바와 달리, 아버지, 시인, 작가, 등단, 학교 등 저만의 가슴저림과 설레임 그리고 현실에서의 나태함과 풍요로움 그리고 미안함이 너무 강하게 저를 관통했습니다. 마치 제 가슴 한 가운데 포탄이라도 지나간 것 같고, 희희낙낙거리며 제 네 번째 책을 팔고 있는 제 모습에 대한 깊고도 저질스런 처사에 벌겋게 달아오른 인두로 처벌받아야 할 것 같은 송구함이 떠올랐습니다. 애써 저와의 인연을 찾아보려고 집으로 돌아와 책장을 뒤졌습니다. 학형 윤동주의 시집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시집을 다시 펼쳐 봅니다. 이 영화는 제가 꼭 다시 보아야 할 영화로 꼽습니다. 참으로 묘한 감흥이 남습니다. 나에게는 이 영화가 흑백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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