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내와 함께 안양천변을 걷노라면 속도감 있게 늘 자전거를 즐기는 운동하는 이들을 마주하게 된다. 누구나를 구분하지 않고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신체의 한 부분인 종아리를 쳐다보면 탄탄한 근육질로 근육의 방향과 탄력을 느낄 정도로 단련된 것을 느낄 수 있다.
노점상이 음료를 파는 곳을 지나치면 가끔 헬멧과 선글라스를 벗고 휴식을 취하는 그들을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깜짝 놀라는 나를 발견한다. 백발의 여성분도, 주름이 나이만큼 많은 할배도 탱탱 젊은이들과 어울려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라이딩에는 나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다.
잠깐 유학시절 자기소개서를 써서 교수에게 제출하는 일이 있었는데 지도 교수로 호출을 당해 호되게 꾸중을 들은 적이 있다. 생년월일을 썼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목적으로 내 소개에서 내가 태어난 연도를 쓰는 것이 무슨 문제가 일까. 나이를 차별 기준으로 쓰지 않는 것이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종교와 인종을 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력서에 나이를 적지 않는다. 심지어는 학력보다는 능력을 기재하는 곳도 많아진다는 것인데, 학교를 배경으로 네트워크를 자랑하지 말고, 진정 그대가 가진 능력을 보여달라는 구체적인 방식으로 바뀌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할 일이다.
참고로 많은 나라에서는 공식문서에서 특히 입사원서에 나이를 적지 못하게 하고 있다. 차별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결혼했냐고 묻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도 점차 금기시되는 상황을 보면 시대적인 조류는 변하기 마련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오늘날 나이는 그야말로 가치 없는 평가기준이 되어버린 것 같다.
▲ 역사 현장을 설명하고 있는 '어모털족'을 관광객이 주목하고 있다 /사진.김형래
또 한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발표자 교수님이 “노인을 세 부류로 나누어야 한다. 국가 시스템도 그렇게 바뀌어서 정책이 개발되어야 한다.” 라는 주장을 들은 적이 있다. 그 교수님의 주장은 이랬다. “55세부터 65세까지를 ‘연소노인(Young Old)’, 75세부터 85세까지는 ‘중고령노인(Old Old)’, 그리고 85세 이상은 ‘올디스트(Oldest)’라고 정의하면서 나이에 따른 정책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나름 분류하시고 명명하시느라고 고생하신 흔적은 역력하나 나는 결사코 절대적으로 반대다. 숫자로 규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64세와 65세가 되는 하루 사이에 무엇이 달라진다는 것인가? 입증하지 못하면 의미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지난 2009년 3월 23일, 미국에서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서 ‘지금 당장 세상을 바꿀 10가지 아이디어(10 Ideas Changing the World Right Now)’ 중 하나가 바로 ‘어모털리티(Amortality)’다. ‘어모털리티’는 ‘캐서린 메이어(Catherine Mayer)’라는 여성 작가가 만든 신조어다. 영어단어 ‘모털(Mortal)’은 원래 ‘영원히 살 수 없는'이라는 뜻의 단어인데, 여기에 부정을 의미하는 ‘어(a)’를 붙여 ‘영원히 늙지 않는'이라는 의미가 된 것이다.
캐서린은 단어를 만들어냈을 뿐 현상을 발명하거나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이미 ‘어모털리티’는 많은 사람들에게 낯익은 현상을 정리한 단어일 뿐이다. 이미 확실하게 존재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많은 부분은 알려져 있지 않았으며 단지 일부만이 이해되고 있을 뿐이기에 확산과 정착을 기대하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문장을 창의적인 상업광고 문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나이를 다른 남과 구별하는 기준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과 구별하거나 비교하지 않는 개인적인 삶을 돌아보면 ‘어모탈리티' 현상은 급속히 확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모털리티'는 나이를 더 의식하게 됨으로써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나이에 대한 분별이 사라짐으로써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두 주간 저녁 6시부터 밤 9시까지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파워포인트 강좌'를 진행했었다. 모두 나이를 잊은 분들이 참석했다. 노트북PC를 지참해야 했고, 숱하게 모르는 컴퓨터 용어를 뚫고 ‘프레젠테이션의 꽃’이라는 강사를 위한 파워포인트 교육에 참여하는 시니어는 진정 ‘어모털족’이었다. 더구나 머리를 하얗게 염색한 보조강사도 자청해서 늦은 밤을 함께 밝혔다. 그 또한 ‘어모털족’이 분명했다.
‘어모털리티'는 영어로 ‘나이 없이 삶(Living Agelessly)’이라고 해석한다. ‘어모털족’과 항상 함께 하고 있는 나로서는 ‘연소노인' ‘중고령노인' ‘올디스트'라는 학문적 구분은 알 바 없다. 학문적 연구와 정책적 개발은 오히려 나이 없이 사는 ‘어모털족'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시니어파트너즈 교육사업은 ‘어모털족'을 지향하고 있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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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0/29/20141029013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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