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돈과 관계있어 92%. 물질집착 한국이 10개국 1위 - 2011.1.7 조선일보 보도자료
"행복은 돈과 관계 있어" 92%… 물질 집착, 한국이 10개국 1위
"부자는 나쁜짓 해서 된 것" 57%… 부자 이미지, 10개국 중 최악
"남을 이기는 것이 행복의 길… 끊임없는 물질적 비교로 행복과 오히려 멀어져"
▶한국인은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부자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삐딱하게 대답한다. "부모 덕 봤겠지 뭐. 부정부패로 치부했거나." ▶한국의 젊은이들은 집 살 돈이 부족해서 고민이다. 그런데 집 가진 40·50대(부모)는 집값이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이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준다 믿으면서도 '한해 얼마나 벌면 행복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액('3400만~6900만원')을 대답한다. '돈과 행복'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한국들이 드러낸 세 가지 '코리언 패러독스'다.
신년 기획 '2011년, 한국인이여 행복하라'에 자문단으로 참가한 해외 전문가들은 한국인을 "돈은 좋아하면서도 부자는 싫어하는 등 재물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캐럴 그래엄 이사는 "한국은 급격한 경제 성장을 겪으면서 치열한 경쟁과 소득 불평등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은 세계 경제 규모 13위에 올랐으면서도 아직 빠른 경제 성장 시절 가졌던 재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행복은 돈과 관계있다' 한국 92% vs 덴마크 53%
조선일보·한국갤럽·글로벌마켓인사이트가 전 세계 10개 나라 5190명을 조사한 '행복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의 물질을 향한 집착과 이중 잣대는 확연하게 드러났다. 돈에 대한 불만은 삶의 불만족과 명확한 상관관계를 보였고, 행복하지 않다고 답한 사람 중엔 '행복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비해 부자에 대한 불만이 지나치게 컸다.
한국인 10명 중 9명은 '소득은 행복과 관계있다'고 보았다. 덴마크인과 인도네시아인은 절반 정도가 행복과 돈은 무관하다고 답했다. 한국인은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믿으면서도 '한 해 소득이 얼마 정도면 행복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3400만~6900만원'이라고 다소 낮은 수치를 들었다. 나머지 9개 나라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답은 공통적으로 '연간 1억1400만원 이상'이었다. 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한국인은 행복을 위해 필요한 액수는 비교적 낮게 생각하면서도 돈이 행복의 필수요건이라고 답하는 이중성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20·30대는 집을 못 사서, 40·50대는 집값 내려갈까 걱정
한국인은 자신의 '돈 걱정'이 미래 세대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미래 세대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금전적 문제'를 가장 많이 꼽은 나라는 한국(29.8%)이었다. 특히 20·30대 남성은 10명 중 4명이 '미래 세대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인은 돈'이라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던 브라질의 20대·30대 중에 '미래 세대의 돈 부족'을 걱정하는 비율은 각각 13.0%·11.2%에 불과했다.
장관 청문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부동산 문제는 역시 한국인에게 스트레스였다. 20·30대(약 42%)는 원하는 집을 구입할 돈이 없어서, 40·50대(약 25%)는 갖고 있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까 특히 걱정이었다. 한국은 특히 '부동산 가격 하락을 걱정한다'는 문항에서 나머지 9개 나라(7.8%)의 약 2배(18.4)를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부자가 사회에 공헌한다" 한국 9.5% vs 미국 28.4%
한국인은 재물에 집착하면서도 부자는 미워했다. 부자에 대한 이미지(복수 응답)는 10개 나라 중 가장 나빴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았다는 답은 34.5%(전체 평균 51.3%)인데, 부자가 자신의 재산으로 사회에 공헌한다는 답은 9.5%(평균 17.8%)밖에 안 됐다. 부자들의 기부문화가 확립된 미국인 중엔 28.4%가 '부자는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한국인은 부자가 돈이 많은 이유가 부모의 덕이거나(66.4%), 부정부패와 권모술수를 동원했기 때문(57.6%)이라고 생각했다.
일리노이주립대 심리학과 에드 디너 교수는 "한국인은 사회 구성원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해 남을 이기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언제나 '승자'일 수는 없기 때문에 남과 물질적인 면을 계속 비교하다 보면 행복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행복 여론조사 어떻게 했나
조선일보와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2011년을 맞아 한국인 그리고 세계인의 행복을 분석하기 위해 국내 언론 최초로 다국적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10개 나라 5190명에게 26개 질문을 묻고 답을 받았다. 한국을 제외한 9개 국가(덴마크·말레이시아·미국·베트남·브라질·인도네시아·캐나다·핀란드·호주)는 미국 갤럽이 실시한 월드 폴(World Poll), 그리고 영국 신(新)경제재단 등이 실시한 각종 행복 관련 조사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한 나라들이다. 조사는 지난해 12월 16~24일까지 9일 동안 진행됐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