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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금융주의보-233] 중년 남성을 위한 새해 첫 '보약' 처방

by Retireconomist 2013. 1. 4.

지난 2010년 일본에서 <코슈(孤舟)>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일본의 출판 경기가 불황임에도 10만 부 이상이 팔리고 베스트셀러에 등극하였다. 한국말로 해석하자면 ‘쪽배’로 ‘혼자 타는 외롭고 작은 배’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책의 작가는 와타나베 준이치(渡辺淳一)로 1933년 홋카이도 출생으로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 작가이다. 그의 소설 <실낙원>은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바 있는 유명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가 출간한 <코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를 두 가지로 꼽고 있다. 그가 연애소설의 대가이기 때문에 고정 독자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과 또 하나는 정년 이후 많은 남성이 ‘외로운 쪽배’ 신세가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외로운 쪽배처럼 인생 2막을 방황하는 코슈족. 이 책 <코슈>는 60세 정년퇴직(일본에서는 60세가 일반적인 정년이고, 65세로 정년 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이후의 생활을 엮은 소설이다. 현역 시절의 경력이나 배경과는 전혀 관계없는 새로운 인생임에도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민과 갈등이 심금을 울린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일본 중년 남성들은 ‘회사 인간’으로 살아왔었다. 회사는 자신을 지켜주는 방패였고, 조직이었지만 퇴직 이후에는 뒤를 돌보아줄 조직이 사라진 것이다. 스스로 존재감에 대한 설명이 없어지는 것이다. 명함을 쫓아다니는 이유도 무언인가 뒤에서 지켜줄 배경이 없으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은 바로 ‘단카이 세대’인데 그들은 기존 세력에 반발하던 반권위의 상징이었지만, 오히려 권위를 즐기는 세대로 변신했었고, 그 변신 상태에서 은퇴를 하게 된 것이다. 본인 세대가 일본 경제를 일으킨 주역이라는 자부심은 그 어느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았으며, 퇴직 후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은 마지막 자존심으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니던 직장도 후배 직원도 이들을 기억해줄 의지도 없고 여유도 없을뿐더러, 세상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이력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갈등이 생기는 곳이 ‘가족관계’이고, 퇴직 이후에도 마치 현역 시절 회사에서처럼 가정에서 ‘높은 자리에서 통제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족이 이들을 받아 주질 않는 이유가 있다. 젊은 시절 ‘회사 인간’으로 충실하면서 가족을 내버려뒸다는 것이다. 어쩌다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하면, 아내는 고맙게 생각하기는커녕 본인 공간인 부엌과 냉장고를 엉망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 불쾌감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다음은 집을 벗어난 사회라는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일인데, 기회만 있으면 경험을 운운하면서 지도하려 들고, 훈수를 받아주지 않으면 불쾌하게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체계적인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다. 현역 시절에 못다 한 일을 퇴직 이후에도 마저 하려는 것이기보다는, 이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펼칠 곳이 없으니 이런 기회가 오면 현재의 처지나 상황을 잊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젊은 세대가 그들의 경험을 사고 싶기보다는 피하고 싶은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서글픈 일이다보니 본인도 고치고 싶지만 결정적인 실수를 연발하게 된다. 


이 책 <코슈>에 착안하여 아사히 신문은 ‘고족(孤族)’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2010년에는 ‘코슈족(孤舟族)’이라는 말도 나왔다.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살이를 힘겨워하는 남성들로, 정년퇴직 후 가정에선 정붙일 공간이 없고 사회에서는 병균처럼 취급받는 중년 남성들을 말한다. 한국도 예외 없이 ‘코슈족’이 급증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생활 속에 친구를 만드는 것은 중년 남성의 개인을 위한 만족을 위한 것 뿐만 아니라, 사회 병폐를 줄일 수 있다. 터놓고 얘기할 친구가 존재할 경우 소외된 상태에서 왜곡된 불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가 있고 소통이 가능해지면 가치 있는 생활을 추구할 것이고 사회적 병폐도 충분히 줄어들 수 있다. 그런즉 중년 남성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보약으로 ‘친구를 만들어라.’라는 처방전을 제시한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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