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종교의 주제는 어떻게 죽느냐에 달린 것처럼 보인다. 브라만교와 힌두교,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는 윤회사상이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었고 신앙을 이루는 밑바탕이 되었다. '윤회사상'이란 죽은 자가 사후에 다양한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는 믿음이다. 인도는 본래 삶 자체를 고통이라고 생각했으며, 윤회의 반복에서 벗어나는 것을 해탈이라고 보았다.
또한, 인도인들은 아슈라마(Asrama, 사주기, 四住期)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삶을 네 주기로 나눈 것인데 브라흐마짜르야(Bahmacaya, 학생기, 學生期)와 그리하스트흐야(Grihasthya, 가주기, 家住期), 바나쁘라스트하(Vanaprastha, 임서기, 林棲期) 그리고 산야사(Sanyasa, 유행기, 遊行期)로 나누었다.
첫 번째 아슈라마인 학생기(學生期)에는 올바른 가르침을 익히고, 규율을 지키는 가주기(家住期)는 가정을 꾸리고 부지런히 일하는 기간이다. 가부장의 생활이며, 세상 속에서 활동 생활이며 사회적 혹은 기타 책임을 가진 가정인의 생활이다.
자녀 양육을 끝내고 일도 어느 정도 매듭을 지었다면 은퇴해서 속세를 떠나 삼림 속에서 조용하게 생을 보내는 임서기(林棲期)로 접어든다. 그의 아이들이 결혼하여 자립할 때까지 연장되기 때문이다. 그가 바나쁘라스트하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그 시기에 관계된 리나(Rina) 즉 부채를 청산한 때이다. 그대로 숲 속에 사는 사람으로서 결국 세상의 투쟁에서 은퇴한 사람이되 반드시 활동적 생활을 떠난 것은 아니다.
세상의 야심을 버리고 신 혹은 세상의 복지에 봉헌하는 것이며, 물질적 이익을 생각지 않고 공부나 명상 기타 활동에 종사하는 기간이다. 그 뒤에는 가정, 재산, 그 밖의 소유물을 모두 버리고 무일푼으로 생활하는 유행기(遊行期)가 기다린다. 현대인도 사회에서 큰 공을 세워 널리 명성을 떨친 뒤 유행기에 오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임서기 즉, 바나쁘라스트하의 사상은 힌두문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 뒤에 숨은 사상은 일정 연령이 지난 후 사람은 남에게 자신의 성숙한 지혜와 경험을 유용하게 하면서 실제적 생활에서 은퇴해야 하며, 그들의 활동은 획득이나 권력의 행사에 돌려져선 안 되고 충고나 안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당한 연령에 권력이나 권위의 자리를 젊은 사람에게 물려주고 물러난다는 것이 바나쁘라스트하가 의미하는 바이며, 그것이 고귀한 이상임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한다.
▲ 나침판처럼 방향을 알려주지 않으면 일몰인지 일출인지 구분 못 하는 경우가 생긴다 / 사진. 김형래
아슈라마의 네 번째이며 마지막인 산야사(Sanyasa)인 유행기는 실제적인 세상의 포기에 이르는 것이다. 세 가지 이전의 아슈라마를 거쳐 세상의 모든 채무를 갚을 때까진 아무도 세상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한다. 참된 산야사란 전적인 포기이며, 이 세상에서 죽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는 사회나 공동체나 국가의 감정을 초월한다. 어느 시대에나 인도에선 산야사를 받아들인 사람은 최고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간주하였고 그러므로 누구보다도 존경받았다. 이것이 피상적인 관찰자로 하여금 포기와 무위가 인도가 믿는 것이라는 결론으로 이끌게 한 것이다.
인도에는 아슈라마(Asrama)라는 인생의 사주기(四住期)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볼 때, ‘과연 인도인은 은퇴 준비를 하기는 하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8월 중순 인도의 유력 경제전문지 이코노믹 타임즈 웰스 (The Economic Times Wealth)에서 ‘인도 사람들은 어떻게 그들의 은퇴 계획을 하고 있는지? (How Indians plan their retirement)’라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크게 여덟 가지 설문과 의견 수렴을 정리한 것을 보면 ‘은퇴를 위해서 어딘가 투자하고 있는가?’에 대해 28%가 준비하고 있다고 대답하였고, 재무 투자의 목적을 자녀교육 (73%), 주택구입 (43%), 자녀 결혼 (39%), 은퇴 준비(37%)로 순차적인 답이 나왔다. 은퇴 후에도 자녀들과 함께 머물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54%는 자녀들과 함께, 20%는 분가, 23%는 확신할 수 없다는 답을 그리고 3%는 자녀가 없다는 응답을 얻었다.
은퇴를 준비하기 위해 어디에 투자하느냐는 질문에 79%가 보험, 73%는 은행 고정금리상품에, 54%가 부동산에, 16%가 우체국 상품에 가입한다고 대답했다. 일찍 저축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질문에 65%가 좋을 것이라는 답을 했고,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68%가 그런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특이한 것은 은퇴 후 고정 지출이 늘어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75%가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은퇴시기에 충분히 준비가 되었을 것이냐는 질문에 63%가 충분하다는 긍정적인 답을 했다.
인도는 고대 인더스 문명의 발상지인 동시에 4대 종교의 발상지이다. 특히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다. 특히 지난 2001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80%가 힌두교도인 인도에서도 그들의 전통 윤회사상의 하나인 아슈라마(Asrama)가 살아 있고, 2011년 기준 세계은행이 발표한 1인당 국민총소득 (GNI)은 1,410달러로 저소득 국가이기는 하지만,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와 연결지어보면 은퇴라는 현실적인 과제에도 깊이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이 목격되고 있다.
이번 인도의 은퇴준비 조사결과의 발표를 통해서 ‘은퇴 준비’라는 단어가 지닌 다양하고 포괄적인 의미로 볼 때, 그리 뿌리 깊은 전통이 살아 있는 곳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전혀 준비된 바 없어도 태연한 주변인에게 경각심을 주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따라서 은퇴 준비는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미래설계라는 공통의 과제이자 대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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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05/20130905030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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