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2년 12월29-30일 토-일요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28/2012122801451.html
늙으면 서럽다. 외롭고, 쓸쓸하고, 아프다. 노인들은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한다. 통계를 봐도 그렇다. 지난달 보건사회연구원이 낸 '우리나라의 자살 실태와 정책 과제' 리포트에 따르면 자살률은 연령대에 따라 급격히 상승했다.
2011년 기준으로 20~24세는 17.7명, 40~44세는 32.7명이던 인구 10만명당 자살자가 60~64세는 46.9명, 70~74세는 76.5명으로 급증했다. 80~84세는 110.1명까지 치솟았다. 나이 들수록 더 외롭고, 더 쓸쓸하고, 더 아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늘어가는 것이다.
극빈층 독거 노인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 홈 케어(senior home care)'는 정부와 지자체, 사회복지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비용을 좀 더 부담하더라도 세심한 곳까지 꼼꼼히 배려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식사 준비, 청소나 설거지 같은 집안 일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치매나 알츠하이머 환자의 투약을 관리하고 혈압과 당뇨, 심장 박동을 체크하는 전문 간병(看病) 활동까지 망라한다. 함께 대화하며 정신적 유대감을 나누고 산책이나 쇼핑, 문화 활동을 함께 하는 '동반자 서비스'도 나왔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박옥균(77)씨는 지난 9월부터 '홈 인스테드(Home Instead)'의 시니어 케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맞벌이하며 평소 잘 챙겨드리지 못해 미안하다며 아들 부부가 권했다. 남편과 사별한 뒤 1남 3녀를 홀로 키운 박씨는 몇 년 전부터 장남 부부와 함께 살고 있다.
박씨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집으로 방문하는 '케어 기버(care giver)' 권혁신(52)씨와 점심을 함께 한다. 차 한 잔을 마시며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신문을 읽으면서 세상 이야기를 나눈다. 친구나 며느리에게도 못하는 얘기를 권씨에겐 조곤조곤 풀어 놓는다. 얼마 전에는 영화 '광해'를 같이 봤다. 서점에 들러 신간을 구경했고, '남자의 자격' 멤버의 CD도 한 장 샀다. 백화점을 둘러볼 땐 모녀처럼 꼭 붙어 다녔다.
"처음엔 뭐 이런 것까지 하나 싶었어요. 원래 늙으면 외로운 거니까. 속 얘기를 잘하는 성격이 아니라 처음에는 좀 불편했는데, 나도 모르게 말문이 터졌어요. '죽을 때까지 이 얘기는 안 해야지' 마음먹었던 것도 하게 되고…. 주변에서 '말수가 많아지고 표정이 밝아졌다'고 해요."
두 아이를 대학에 보낸 뒤 청소년 상담을 하던 권씨는 '케어 기버'로 합류해 또 다른 봉사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 "정식으로 활동하기 전, 4주 동안 교육을 받아요.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는 노인의 한 계단 뒤에서 따라가고, 내려갈 때는 한 계단 앞서 가요. 혹시라도 넘어지면 바로 잡아줘야 하니까."
주 2회, 한 번에 4~5시간 정도를 함께 보내는 서비스 비용은 40만~50만원 수준이다. 24시간 돌봐야 하는 중증 환자의 경우에는 비용이 수백만원에 이른다.
홈 인스테드 코리아의 노준형 팀장은 "세계 시니어 케어 서비스 시장 규모는 10조원대"라며 "북미 지역에만 700곳, 세계적으로 1000여곳의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6만5000여명의 케어 기버가 고객 100만명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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