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에 노인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3년 동안 집에서 나간 적이 없어’, ‘양로원이 지긋지긋해’ 등의 푯말을 들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이 뮤직비디오는 영국 유튜브에서 조회수 200만 회를 넘기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유가 뭘까. 바로 평균 나이 78세의 노인 40명으로 구성된 록 밴드의 뮤직비디오이기 때문이다.
영국 아마추어 록밴드 ‘더 지머스’는 지난 3일 <마이 제너레이션>이라는 노래로 영국 싱글 차트 26위에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더 지머스’는 노래를 통해 노인을 퇴물로 취급하며 사회복지 예산을 깎는 ‘젊은’ 사회를 고발한다. 밴드의 막내인 여성 보컬 덜로리스 머리(64)는 “연금 생활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고 말했다. 키보드를 치는 전직 텔레비전 아나운서 위니프레드 워버튼(99)은 최근 몇 해 사이에 양로원을 16곳이나 전전했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 밥 때만 기다리자니 외로움에 견딜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그룹은 노인의 생활을 다룬 영국 BBC 방송의 다큐멘터리 촬영과정에서 탄생했다. 열악한 노인복지 환경에 충격을 받은 제작자 팀 새뮤얼스는 ‘노인문제를 공론화하는 록밴드’라는 생각을 했고,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 40명을 모았다.
이들의 밴드활동을 ‘노인들의 주책’으로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많다. 라디오 방송국들은 방송국의 이미지에 피해가 간다는 이유로 이들의 노래를 내보내는 것을 거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그룹의 보컬 앨프는 “우리는 이미 비틀스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만으로도 꿈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미국투어를 시작한 ‘더 지머스’는 수익금 전액을 노인복지기구에 기부하기로 했다. 영국의 나이차별주의에 도전하는 이들의 모습처럼 우리나라에도 노인들에 의한,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접근이 사회 전반에 확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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