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ather's Shoes

Hochang B. Lee, M.D.

Am J Psychiatry 2011;168:1031-1032.

My brother asked, "You know what he said? 'Son, I'm sorry…, hope you prepare for your old age better than I did…so that you won't burden your children…like I did.' What has he ever done to burden me…?" My brother's voice trailed off over the phone. I knew that he was in tears, but I just couldn't picture him over the phone. Hojin, 6 years older than me, the rock of my Korean immigrant family, has never shed tears in front of me. Today, however, was a very unusual day. Hojin had had to drive Dad to a nursing home in Seattle. I diagnosed Dad with dementia 4 years ago, but I live across the continent in Baltimore. As has always been the case, it fell on Hojin to take the steering wheel to drive Dad to the nursing home for Dad's final journey away from home.

A low-level civil servant throughout his life in Korea, Dad decided to move our family to the United States at the late age of 52, when most of his co-workers were preparing for retirement. It is still a mystery to me what led this meek, shy man to make such an audacious decision against Mom's bitter opposition. Several years before my family's move, Dad had taken a business trip to the United States, and it must have made quite an impression on this lifelong salary man. A seed of the American dream planted during the trip must have kept on growing. Meanwhile, Hosun, my eldest brother, received a scholarship offer from a Ph.D. physics program in Boston. Dad reasoned, Why not have the younger ones educated in the U.S. as well? He cajoled Mom, quit his job, sold our house, packed up all our belongings, and had our family depart for the United States on Thanksgiving Day in 1982.

The day before we were to leave Korea, he took me to a fancy shoe store in downtown Seoul and bought me a pair of trendy leather shoes that I had seen on television commercials. His eyes twinkled as he talked about how I should walk in the new country with a new pair of shoes. He excitedly described our new life in the new country across the Pacific Ocean. How we would live in a bigger house with green lawns and our own cars in the two-car garage. How I would study in much better schools and go to world-famous universities in the United States. I think he even asked me what I thought about all this. I don't remember how I answered; I was just a 12-year-old kid with a new pair of leather shoes.

Like most immigrant families, my family also struggled in the beginning. Dad could not find a regular job for over a year, Mom cleaned motel rooms to make ends meet, and Hojin dropped out of college to get a job as a data entry technician to help out the family. I got into some fights at school while I learned to read the alphabet and speak English, but I was largely shielded from whatever troubles my family was going through during those years. Eventually, it worked out as Dad had dreamed. By the time I left home for college, my family had saved enough to make a down payment on a modest house with a two-car garage and a green lawn. Hojin went back to college and got a job as an accountant near my parents' home. Ironically, Hosun, who had provided the initial impetus for our immigration, went back to Korea for a faculty position after getting his doctorate degree. I went to a medical school on the East Coast and became a geriatric psychiatrist specializing in dementia care.

A few years ago, Mom called me at work and told me that Dad had fallen and injured his face. She had been worried about Dad's frequent falls and his increasing memory problems. Dreading what sounded like a familiar story in my clinic, I went back to Seattle and took him to see a local neurologist. Since Dad could not speak English, I had to serve as an interpreter and provide a detailed cognitive examination in Korean for the neurologist, who kept deferring to me. I found this annoying. It was hard enough for me to demonstrate Dad's deficits in several cognitive domains, but did I even have to blurt out the dementia diagnosis for him? Later that day, I also saw the MRI film of Dad's brain, which had shrunken pitifully. I had viewed such an appearance many times before in my clinic with the smug assurance of an expert clinician at a tertiary medical center. This time I felt every groove and fissure that was curling away into the darkness of the cranial cavity. Dad asked me if everything was OK with him, and I just smiled at him without saying anything. Dad smiled back and told me that he knew that his doctor son would take care of him.

Last summer I made my annual trip to my parents' house and noticed Dad's beat-up, dusty canvas shoes on the shoe rack. By then he could not walk without a walker. Even with a walker, he would struggle to keep his shuffling steps moving forward and drag the front of his shoes on the ground to keep his balance. When I picked up the shoes and looked at the bottoms of the soles, I saw several deep holes in them and treads that were all but gone. That afternoon I took Dad to a shopping mall and bought him a pair of sturdy leather shoes. He kept fussing about how expensive the shoes were, but I could see that he was having a good time. Unsolicited, in his broken English, he kept telling everyone at the shoe store that I, his youngest son, was a doctor. As the kind shoe salesman humored Dad by pretending to look impressed, I saw the same twinkle in Dad's eyes that I'd seen a long time ago but had forgotten. At that time, however, I didn't know that I was buying him a pair of shoes for a journey on which I couldn't accompany him. I am sorry, Dad.

미국정신의학회지에 실린 예일대의대 정신과 이호창 교수의 글입니다.

All people are getting older.

[내 아버지의 신발]

이호창, M.D.

미국 정신의학회지 2011년

내 형이 얘기했다, "아버지가 뭐라 하신줄 알어? ‘아들아 미안하다.. 내가 했던 것보다 넌 네 노후 대비를 더 잘하기 바란다.. 그래서 넌 나처럼 네 아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바란다..’ 아버지가 내게 무슨 짐이셨다고..?“ 형님의 목소리는 전화기 너머로 흐려졌다. 아마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의 모습은 그려지지 않았다. 나보다 6살 위인 호진 형님은 우리 한국인 이민 가족의 대들보같은 존재이다.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적이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주 흔하지 않은 날이다. 호진 형이 시애틀에 있는 요양기관에 아버지를 모셔다 드려야 했다. 내가 4년전에 아버지를 치매로 진단을 내렸지만 나는 미대륙의 반대편인 볼티모어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호진 형이 집에서부터 요양기관까지 아버지의 마지막 여행에 운전을 해야만 했다.

한국에서 살 때 하급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는, 동료들은 대부분 은퇴를 준비하고 있을 즈음 52세라는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의 이민을 결정하셨다. 평소에 수줍은 성격이었던 아버지가 어머니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런 결정을 내리셨다는게 나에겐 아직까지 미스테리이다. 이민을 결정하기 몇 년 전 아버지는 미국에 출장여행을 다녀오셨고, 아마도 그것이 평생 월급쟁이로 살아온 아버지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어메리칸 드림의 씨앗이 아마 그 출장때 뿌려져서 계속 자라왔을 것이리라. 한편, 제일 큰 형인 호선 형이 보스톤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에 장학금 제안을 받았다. 아버지는 의문을 가지셨다. ‘동생들도 미국에서 교육을 받게하면 안될까?“ 아버지는 어머니를 설득하셨고, 직장을 퇴직하시고, 집도 팔아버리고, 우리의 모든 짐을 몽땅 챙겨서 1982년 추수감사절에 우리가족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한국을 떠나기 전날에 아버지는 서울시내에 있는 화려한 신발 가게에 나를 데려가셔서 티비 광고에서 보았던 최신 가죽 신발을 한 켤레 사주셨다. 나에게 이 새 신발을 신고 새로운 나라에 가서 신고 누비고 다니라고 말씀하실 때 아버지의 눈빛은 빛났다. 아버지는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신대륙에서의 새로운 삶을 열정적으로 설명하셨다. 우리는 자가용 차도 사고, 차를 두 대 주차할 수 있는 차고와 푸른 잔디가 있는 큰 집에 살 거라고 하셨다. 나도 더 좋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미국에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에 갈 것이라 하셨다. 이런 모든 것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보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나는 단지 새로운 신발을 가진 12세 아이었기에.

대부분의 이민 가족들이 그렇듯 우리 가족도 처음에는 매우 힘들었다. 아버지는 일년 넘게 직장을 못 구하셨고, 어머니는 가계를 위해 모텔방 청소를 다니셨다. 호진 형은 가족을 돕기 위해 학교를 관두고 데이터 입력하는 테크니션으로 일을 했다. 나는 학교에서 알파벳과 영어회화를 배우는데 힘이 많이 들었지만, 그 시절에 우리 가족들이 고생한 것에 비하면 나는 크게 보호받으며 자랐다. 결국, 아버지가 꿈꾸던 대로 이루어졌다. 내가 대학에 입학해서 집을 떠날 무렵, 우리 가족은 중후한 집과 두 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차고와 푸른 잔디를 갖게 되었다. 호진형은 대학을 다시 다녀서 부모님 집 근처에서 회계사로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우리 가족이 이민을 결정하게된 동기를 제공했던 큰형 호선이 형은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에 교수로 떠났다. 나는 동부에서 의과대학을 다녔고 치매분야를 전공한 노인정신의학과 의사가 되었다. 

몇 년전, 어머니가 내가 일하는 중인데, 아버지가 넘어져서 얼굴을 다치셨다고 전화를 하셨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자주 넘어지시고 점점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걱정하셨다. 내가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얘기처럼 들려서 나는 걱정이 되어 시애틀로 가서 아버지를 동네 신경과 의사에게 모셔갔다. 아버지는 영어를 못하시기 때문에 통역자로서, 그리고 한국어로 된 자세한 인지 검사 결과를 귀찮아하는 그 의사에게 설명해 주었다. 내 아버지에게 몇군데 인지 영역에 장애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야 한다는 것이 내게는 너무 힘들었다. 어떻게 아버지한테 치매에 걸리셨다고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그 날 늦게, 나는 아버지의 MRI 사진을 보게 되었다. 아버지의 뇌는 형편없이 쭈그러들어 있었다. 3차병원의 전문의로서 내 진료실에서 뻐기는 듯한 자세로 수없이 많이 진단 내렸던 그런 뇌의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는 두 개강 내부의 검은 부분으로 꼬부라져 사라지는 모든 groove와 fissure(뇌의 굴곡부위와 갈라진 부위)를 모두 느꼈다. 아버지는 괜찮냐고 물으셨고,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냥 미소를 지어보여 드렸다. 아버지는 같이 미소를 지으셨고 의사 아들이 당신을 잘 돌봐줄 줄 알고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지난 여름 매년 있는 부모님 댁 방문중, 신발장에 있는 아버지의 낡아빠진 더러운 캔버스 신발을 발견했다. 그 즈음 아버지는 보행용 신발이 없이는 걷지 못하셨다. 보행용 신발을 신으셔도 앞으로 걸어가시는데 중심을 잡기 위해 신발의 앞부분을 질질 끌면서 걷는데 무척 어려움을 겪으셨다. 그 신발을 들어서 바닥을 보자 신발 바닥에 깊은 구멍이 났고, 바닥 줄무늬는 거의 다 없어졌다. 그날 오후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쇼핑몰에 가서 튼튼한 가죽 신발을 사드렸다. 아버지는 뭐하러 비싼돈 주고 이런걸 사느냐고 화를 내셨지만, 나는 아버지가 속으론 기뻐하시는 것을 느꼈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그 짧은 영어로 아버지는 신발가게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얘가 내 막내아들인데 의사라고 자랑을 하셨다. 친절한 신발가게 점원은 무척 놀라는 척하며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렸다. 그 때 나는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잊고 지냈던 아버지의 빛나는 눈빛을 보았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내가 절대로 동반해드리지 못하는 아버지의 여행길에 마지막 신발을 사드린 것인줄 전혀 몰랐다. 아버지..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