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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Lifestyle

‘귀로 마시는’ 와인 음악도 주문하세요~ 최고의 음악과 와인

by Retireconomist 2008. 8. 14.
중앙일보

[J-Style] ‘귀로 마시는’ 와인 음악도 주문하세요~

기사입력 2008-08-06 00:41 |최종수정2008-08-06 10:03 기사원문보기


[중앙일보 이여영.박종근] 스타일리시한 와인 애호가에게 요구되는 조건이 몇 가지 있다. ①트렌드세터들이 모인다는 '핫'한 와인바를 알고 있는가. ②젠체하는 소믈리에가 권하는 비싼 와인을 정중히 거절하고, 예산에 맞는 훌륭한 와인을 주문할 줄 아는가. ③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가. 최근 와인 매니어들 사이에서는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추가되는 분위기다. 바로 '와인의 맛을 업그레이드해 주는 음악을 고를 줄 아는가'이다. 이른바 와인과 음악의 마리아주(Mariage:프랑스어로 결혼이라는 뜻)다. 공부하듯 익히던 분위기에서 음악과 함께 즐기는 흐름으로 바뀌는 것은, 국내 와인 문화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고 있다는 방증일 터다. 

◇“음악도 함께 주문하세요”=지난 7월 이탈리아의 5성 호텔 레 트레 바젤 레스토랑. 기자와 동석한 30대 이탈리아 여성은 와인을 주문하더니 바로 소믈리에를 부른다. “제가 주문한 와인에 이 음악이 어울리지 않는군요. 음악을 좀 바꿔 주시겠어요? 좀 더 은은한 피아노 곡이었으면 좋겠는데….” 이내 잔잔한 피아노 곡이 흘러나왔다. 음악을 주문한 여성은 비로소 와인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식당에서 와인 말고 음악까지 따로 주문해야 하는 것일까? “요즘 유럽 지역에서는 와인을 마실 때 안주를 고르듯 음악을 선택합니다. 우리는 예약을 받을 때 손님이 어떤 와인을 마실 것인지 미리 물어보고, 거기에 맞는 음악을 준비합니다. 화이트 와인에는 가볍고 경쾌한 팝음악을, 레드 와인에는 클래식을 준비해 둡니다.” 이 호텔 레스토랑 지배인인 블라코스 코스타스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와인과 음악의 마리아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와인나라 아카데미에서 운영하는 서초동 마리아주룸은 와인에 음악을 맞춰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와인 전문가가 상주하면서 모임의 성격에 맞는 와인과 음식, 음악을 선택해 준다. 와인나라 아카데미의 김새길 부원장은 “최근 들어 와인을 마시면서 들을 만한 음악을 추천해달라는 주문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한다.

◇“음악이 와인 맛 60%까지 높여 줘”=음악과 와인의 결합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음악이 와인 맛을 좌우한다는 가설이 증명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와인 매거진 디켄터에 소개되면서 2008년 상반기 전 세계 와인업계의 빅 뉴스 중 하나로 떠올랐다. 영국 에든버러의 해리엇-와트대 에이드리언 노스 교수는 25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와인을 무료로 마시게 한 뒤 설문을 진행했다. 피실험자들은 각자 다른 방에서 네 가지 종류의 음악을 들으면서 와인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사람들은 특정 음악을 들었을 때 해당 와인의 품질을 최대 60%까지 높게 평가했다.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웅장한 클래식 음악, 샤르도네 와인은 생동감 있고 경쾌한 곡이 나올 때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음악을 정반대로 들려줬을 경우 만족도가 25%가량 떨어지기도 했다.

이 연구가 화제가 되자 에이드리언 교수는 영국의 BBC 방송에 출연해 “이번 연구는 음악이 인간의 지각에 영향을 미쳐 와인 맛을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첫 번째 사례”라고 주장했다. 와인을 마실 때 뇌의 특정 부분이 활성화돼 생기는 현상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에 자극을 받은 칠레 와인업체인 몬테스사는 아예 병의 라벨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을 표기할 방침이다.

과학적 연구 결과와는 별개로, 그동안 음악과 와인의 결합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미국에서는 'wineandmusic.com'이라는 사이트가 이런 움직임에 앞장서고 있다. 계절별로 와인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하는 서비스와 함께 음악과 와인의 결합을 중시하는 이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왔다.

국내에는 두산와인에서 운영하는 와인 사이트(www.wine.co.kr)가 '와인과 음악'이라는 게시판을 개설해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와인 카페나 동호회 사이트 등에서도 와인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는 질문 혹은 추천 게시물이 점차 느는 추세다.

◇단순한 플라시보일까, 아닐까=정말 특정 음악이 와인의 맛을 좋게 할까. 혹시 좋은 음악 덕분에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닐까? 에이드리언 교수의 실험에 등장한 와인과 음악의 조화(표 참조)를 기자가 직접 실험해 봤다. 메를로 100% 와인을 마시면서 고전적 팝송인 '오버 더 레인보'를 들어 봤다. 몇 번 무심하게 마셨던 와인인데, 음악을 틀어놓으니 왠지 맛이 다르게 느껴졌다. 음악이 없을 때보다 향이 더 풍부해지고 맛이 깊어진 느낌이다. 그러나 음악이 실제로 와인의 맛을 변화시켰는지, 아니면 단순히 음악으로 기분이 달라진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와인은 섬세한 기호품이다. 잔의 모양, 곁들이는 음식의 종류, 온도, 심지어 옆 사람이 뿌린 향수까지 와인의 맛에 영향을 미친다. 와인 전문가들이 와인을 감별할 때 갇힌 공간에서 라벨을 가리고 침묵한 채 테이스팅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지어 가격을 미리 듣는 것만으로도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 와인이다. 하물며 감미로운 음악이라면, 메커니즘이 어떻든 와인의 맛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 정말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로버트 파커 점수나 신의 물방울 얘기를 자주 하지 않습니다. 그런 건 기술이지 문화가 아니니까요. 음식·공간·사람과 함께 음악까지,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야 진짜 와인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울 청담동 와인바 까사델비노와 와인 정보 사이트 베스트와인을 운영하는 은광표 대표의 말이다.

글=이여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촬영 협조=신동 와인, 아이팟나노>

◇플라시보=원래는 위약(僞藥) 효과라는 뜻으로, 거짓 정보에도 심리적 변화가 유발된다는 의미.

'와인+음악' 체험 가능한 곳은 …

와인나라 아카데미 마리아주룸(서울 강남구 서초동·02-598-9870)=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와인나라 아카데미 안에 있다. 와인과 음식은 물론 그에 어울리는 음악까지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사전 예약에 의해서만 이용할 수 있으며 1회에 한 팀(최대 20명까지)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프라이빗한 공간의 특성상 최고경영자(CEO)들의 비공개 파티나 와인 동호회의 시음회 장소로 인기가 높다. 가격은 1인당 7만~10만원(부가세 별도)으로 4~5가지 코스 메뉴와 와인(와인 가격 별도)을 선정해 최고의 음악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쟈르뎅 페르뒤(서울 강남구 역삼동·02-520-0900)=프랑스어로 '잃어버린 정원'이라는 뜻이다. 전체 인테리어가 초록색으로 돼있어 도시인들이 음악을 들으며 하루의 피로를 풀기에 좋다. 한쪽 벽은 전체가 자연산 풀로 덮여있을 정도다. 전 세계 와인 400여 종을 갖춘 이곳은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질 높은 품목이 잘 갖춰져 있다. 2006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1위를 한 전현모 (본부장) 소믈리에를 찾으면 좋은 와인과 아름다운 음악을 추천받을 수 있다. 식사는 파스타류 1만원대, 안주류 2만~4만원대. 와인은 4만원대부터 시작한다. 부가세는 없다.

▶라고 디 가르다(수원시 영통구 영통동·031-204-8875)=이탈리아 북부 지방 밀라노 근처에 위치한 '가르다 호수'에서 이름을 따왔다. 호수 주변의 그림 같은 풍경을 그대로 연출한 레스토랑 겸 와인바다. 이탈리아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주방장과 예술에 조예가 깊은 소믈리에가 와인과 음악, 음식의 멋진 결합을 선보인다. 샐러드와 차가 포함된 파스타 코스가 1만6000원, 스테이크 코스는 4만~5만원대, 와인은 4만원부터 시작한다. 미리 전화하면 메뉴에 없는 음식이나 특별한 음악을 주문해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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