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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점포는 늘었지만 도난 비용이 걸림돌

by Retireconomist 2018. 1. 25.

'유통 4.0' 한국의 아마존 고는?...無人 점포 늘었지만 도난·비용 걸림돌

  • 윤민혁 기자
  • 입력 : 2018.01.25 06:00

    아마존의 무인 마트 ‘아마존 고’(Amazon Go)가 지난 22일(현지시각) 시애틀 아마존 본사 건물 1층에서 일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존 고는 제품을 골라 매장 밖으로 걸어나오기만 하면 구매가 끝나는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을 구현한 자동화 매장이다. 

    약 170㎡(51평) 규모 매장에 3~6명이 상주하지만 재고 관리 등을 위한 직원으로, 계산대와 현금 출납원은 없다. 아마존은 컴퓨터 비전, 센서 퓨전, 딥 러닝 등 자율주행차 기술을 사용해 이를 구현했다. 입구에서 아마존 고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스마트폰으로 체크인 한 뒤 진열대에 놓인 물건을 집어들면 천장에 달린 수백개의 카메라와 인공지능(AI) 센서가 이를 인식해 소비자의 아마존 고 앱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는다. 쇼핑을 마친 뒤 점포를 나서면 앱에 연동한 신용카드에서 자동으로 결제된다.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건물 1층에 있는 ‘아마존 고’의 모습./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건물 1층에 있는 ‘아마존 고’의 모습./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아마존 고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글로벌 유통업계의 변신을 보여준다. 국내 유통가도 지난해부터 ICT 기술을 활용, 본격적인 무인 점포를 선보이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있다. 

    올해 16.4%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출산율 감소라는 두가지 절벽 또한 유통업계가 무인화 점포에 주목하는 이유다.

    ◆韓 무인점포 본격 도입…편의점, 360도 바코드 스캐너 등 도입 

    국내 무인점포의 선두주자는 편의점 업계다. 편의점은 점포 규모가 작은만큼 무인화와 테스트 점포 운영이 편리하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5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국내 최초 무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선보였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 입장하기 위해선 정맥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지하철 개찰구를 연상시키는 입구의 정맥 인식기에 손바닥을 대면 문이 열린다. 매대의 가격표는 LED로 만든 전자식으로 교체했다. 전자가격표에는 NFC와 QR코드가 삽입돼 모바일 앱을 통해 할인쿠폰이나 상세 상품 정보 등을 찾아볼 수 있다. 

    계산대에는 직원 대신 ‘360도 자동스캔 계산대’가 손님을 반긴다. 물품을 골라 계산대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면 ‘객체 인식 솔루션’을 탑재한 스캐너가 자동으로 물품을 인식한다. 카드를 꺼내거나 현금을 집어넣는 복잡한 계산은 필요하지 않다. 정맥인식기에 손바닥을 올리면 미리 연동한 카드를 이용해 계산이 끝난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문을 연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개장식에서 한 직원이 정맥의 굵기와 모양을 레이저로 인식하는 ‘핸드페이(Hand Pay)’를 사용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문을 연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개장식에서 한 직원이 정맥의 굵기와 모양을 레이저로 인식하는 ‘핸드페이(Hand Pay)’를 사용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마트24도 지난해 6월부터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성수 본사 등 4곳에 야간 무인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낮에는 일반 편의점이지만 야간에는 상주 직원이 없다. 

    이마트24 무인편의점 중 유일하게 24시간 무인으로 운영하는 조선호텔점에 가봤다. 이 점포는 웨스틴조선호텔 본관이 아닌 환구단 근처 호텔 직원 전용 통로에 위치해 일반 시민들이 찾아내기는 쉽지 않지만, 길만 알고 있다면 일반 시민도 이용할 수 있는 점포다.

    이마트24 무인편의점은 일반 점포와 달리 ‘emart24@Self’라는 독특한 간판을 달고 있다. 365일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이 점포는 신용카드를 인식시켜 신분을 확인해야 문이 열린다. 내부는 직원 대신 셀프계산대가 반기고, 주류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외엔 평범한 편의점과 비슷하다. 이곳을 방문한 소비자는 제품을 고르고 셀프계산대의 설명에 따라 스스로 바코드를 찍은 뒤 신용카드로 결제를 마치면 된다.

    24시간 무인점포로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24 조선호텔점. /윤민혁 기자
     24시간 무인점포로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24 조선호텔점. /윤민혁 기자
    이외에 CU와 GS25도 각각 SK, KT와 손잡고 무인 편의점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양사가 올해 상반기 중 무인 편의점 시범 점포 운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형마트는 무인계산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는 셀프계산대 형식의 무인계산대를 속속 도입중이다.

    ◆사전 등록·도난 우려·고비용 걸림돌... 완전 무인화까진 시간 걸릴듯

    이러한 흐름은 거스를 수 없지만, 완전한 무인화까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장 진화한 형태의 무인 매장이라 할 수 있는 아마존 고도 미리 앱을 다운 받아야 한다. 신용카드나 정맥을 등록하는 등 본인 인증도 필수다.

    도난 문제도 걸림돌이다. 현재 완전 무인 점포는 이마트24 형식뿐으로, 심야 시간 도난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마트24의 무인편의점은 신용카드 인식을 통해 입장을 허용하는데 하나의 신용카드로 여러 사람이 입장하거나 타인의 신용카드로 입장할 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주류·담배 판매도 문제다. 현재 무인점포는 미성년자 구입 금지 제품의 경우 대면 확인이나 신분증 스캔을 통해 성인임을 확인한다. 대면 확인시에는 인력이 필요하고, 신분증만 자동 확인하면 위조 가능성이 있다.



    신용카드로 신분을 확인하는 이마트24의 무인편의점은 주류·담배 판매가 난점이다. 이마트24 무인편의점은 주류는 판매하지 않고 담배만 자판기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별도의 신분증 확인 없이 자판기에 신용카드만 인식시키면 담배 구매가 가능하다. 미성년자가 성인의 신용카드를 도용해 입장한 뒤 구매할 시 제지할 수 없다.

    부담스러운 비용도 해결과제다. 아마존은 아마존 고를 일반에 개방하면서도 점포 확대에 관해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아마존 고의 핵심 기술은 소비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 수백대의 카메라로, 일반 점포에 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카메라와 이를 활용할 인공지능 개발 비용이 든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 적용된 360도 스캐너는 대당 가격이 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업체들도 무인 편의점 도입에 적극적이지만 아마존 고의 기술적 성취와 비교하기엔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플랫폼 사업자인 아마존과 국내 유통업체의 태생적 차이 때문에 국내에 아마존 고 형식의 ‘미래형 매장’이 등장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무인화·자동화가 이뤄진 미래형 매장의 등장과 확산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온라인 거래가 오프라인 거래를 완벽히 대체하지 못 했듯 무인화 점포가 유인 점포를 모두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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